구경하십니까? 구경당하십니까?

오영展 / OHYOUNG / 吳榮 / painting   2010_0217 ▶ 2010_0309 / 월요일 휴관

오영_무심한 풍경1-3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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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21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오영-기억의 기록 (무심한 풍경) ● 오늘날 작가들의 그림들은 대부분 텍스트처럼 읽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쯤이면 그림을 텍스트처럼 쓸 수 있을까? 부조리한 내면이 그림의 모습을 결정하게 되면 텍스트 같은 기막힌 구성, 그 속에 여러 견해들의 가치가 의미론적 수치로 표시되어 있으면서 그렇다고 저속한 메시지가 제시된 것도 아닌 기막힌 예술이 생겨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가 작품분석에서 나타나는데, 랑송주의 식으로 경직된 교조주의적 작품분석이 그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관으로 작품분석을 하되 역사적인 맥락을 벗어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작가들은 진보적 메카니즘에 매료된 나머지 그 본질적 성찰의 기회를 잃고 마는 것이다.

오영_구경하십니까 구경당하십니까2_캔버스에 유채_60×73cm_2009
오영_안락한 풍경_캔버스에 유채_291×117cm_2008
오영_구경하십니까 구경당하십니까4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0

오영은 지극히 오랜 시간 동안 내면의 '나'와 외부세계의 '타자'간의 길고도 먼 싸움을 하여온 작가이다. 오영 자신이 「기억의 기록」이라 명명한 여러 작품에서 작가는 스스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나, 심리적 불안감, 사람들과 부딪히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을 여러 군상들의 모습과 집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하여 놓았다. 알 수 없는 익명적 공간에 익명성의 인물들을 배치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거나 시선을 교환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시선은 공허하게 목적 없이 한곳을 응시하고 있거나, 화면 밖의 관객과 무언의 시선을 교환할 따름이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인물들을 기록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오영 작가는 기억의 파편들을 수집하고 짜깁기하는 과정을 통하여 부조화한 만물상을 그려내게 된다. 기억은 지나간 것을 알아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매개물이라는 사실을 언어가 의미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없다. 즉 기억은 체험된 것의 매개물인 것이다. 오영은 매몰된 자신의 과거에 다가가고자 하는 매개물로서 기억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기억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그때 와 동일한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이제 더 이상 그의 그림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영_우린 괜찮아_캔버스에 유채_73×100cm_2009
오영_개밥에 도토리-사이보그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09
오영_우리집에 왜왔니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08

「무심한 풍경」 연작에서 작가는 고립된 자아의 심리적 묘사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익명의 인물들은 견고하게 짜여진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그 사각의 벽 안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장소에서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끌어내기도 하고, 지치면 지친 대로 슬프면 슬픈 모습 그대로 기대고 쉬는 것이 허락 되는 장소라고 말한다. 즉 그 밀폐된 공간이 '집'이라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 묘사된 인물들은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 않는 표정들이다. 소통의 근간이 되어야 할 집들이 외부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사용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집의 전통적 역할이 오늘날 와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숨기고 은폐하는 공간,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불러온 궁극적인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급격히 집의 의미가 퇴색해버리고 있는 현실에 작가는 몸부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집들에서 오영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시대가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아픔, 소통의 부재, 인간성의 상실 등에 대하여 예리한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이종호

Vol.20100217d | 오영展 / OHYOUNG / 吳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