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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21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록갤러리_Lok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1번지 Tel. +82.2.738.2398 lok.or.kr
류예지, 문자와 이미지 ●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나이'에 있다기보다는 그들의 '기호'와 '문화'가 무엇이냐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신구세대의 구분이 비교적 뚜렷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작가들은 전자기기와 영상물, 속도에 민감하며 예술속에 영화적 요소나 만화적 요소, 심지어 명품 브랜드를 차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망설임이 없다. 전에는 마냥 조심스럽게 타진되었던 것도 이제는 전면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어디 그뿐이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변해가면서 미디어 예술이 전성기를 맞이하였는가 하면 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미니미'나 '아바타'같이 아이콘의 활용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이렇듯 신세대 작가들은 자신들의 사이버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류예지도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미니미'에서 힌트를 얻어 이를 작품의 테마로 삼고 있다. 기성의 '미니미'와 다른 점은 류예지 스스로 '미니미'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그것을 독립된 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기호의 기능과는 무관한, 독립된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미니미'는 여러 형태로 나뉜다. 「두개의 'ㅅ'이 만들 수 있는 것」은 한글자음 '시옷' 모양을 화면 좌우편에 펼쳐놓고, 그 밑에 오렌지 꽃을 배치하였다. 이 작품은 미소짓는 사람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입을 오므린 표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일일이 흰 마카펜으로 찍어 만든 이 작품은 언뜻 보면 장독위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 보이기도 하나 '시옷'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 점들이 시루에 빽빽이 들어선 콩나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단순한 화면같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다음으로 녹색의 초원 위에 나무가 자라나는 평화스런 작품 「ㅂ ㄴ ㅁ」이 눈에 띈다. 화면 상단에는 세 그루의 나무가 있고 옆에는 어린 새 싹이, 그리고 그 옆에는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작은 집이 한 채 들어서 있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세 그루의 나무에 각각 새겨있는 'ㅂ', 'ㄴ', 'ㅁ' 에 있다. 이 자음들을 조합하면 '봄'이라는 글자가 탄생하는데 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봄의 계절감각을 살리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문자와 이미지의 접목을 톡톡 재치있게 풀어간 작품이다.
「ㅇ의 변주」는 포장종이를 밑에 깔고 그 위에 동그라미를 붙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문자와 관련이 있는데 동그라미는 한글 자음 'ㅇ'을 의미하고 그 곁에 모음 'ㅡ'를 붙여 '으'를, 'ㅗ'를 붙여 '오'를 만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요','히','어','유','의','여','이','흐','외','위'와 같은 단어를 조합해낸다. 「ㅇ의 변주」라는 제목답게 'ㅇ'으로 연주를 하듯 글자를 계속 변주해간다. 이렇듯 글자의 의미에 매이지 않고 하나하나의 문자가 지닌 모양과 조형성을 증폭시켜가는 것이다. 동그라미의 색도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모음의 모양도 어떤 것은 진하고 연하게, 실선과 점선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빛이 있어 나를 알 수 있다」는 작품은 타원형속에 예쁜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두 개의 타원형 캔버스는 검은 바탕과 흰 바탕을 하고 있으며 그 위에 석고를 떠서 붙인 클로버, 하트, 다이아몬드 등이 붙여 있다. 흰 바탕의 형태들은 색색으로 빛나고 있지만 검은 바탕의 이미지들은 무채색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위의 빛을 받을 때 존재감이 살아난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반면 주위가 침침하면 어떤 존재라도 삶의 의미랄까 생명력을 잃고 만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무지개비」는 기분에 따라 달라보이는 비(雨) 내리는 모양을 나타낸 작품이다. 작가는 비를 여러 모양의 선으로 표현했는데 직선으로 내려온 것부터 중간에 휘어지고 어긋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조용히 사라진 것도 있다. 명랑한 상태와 차분한 상태, 울적한 상태와 심란한 상태 등 굴곡이 심한 심상을 빗줄기라는 이미지에 실어낸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마치 일상의 대화와 같다. 특별히 주제를 정하지 않고 나누는 친구간의 가벼운 대화처럼 삼천포로 빠지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두개의 'ㅅ' 으로 만든 작품속에 등장하는 꽃송이는 「양귀비 시리즈」에서 재차 확인되고 「빛이 있어 나를 알 수 있다」에 등장하는 점은 「무지개 비」의 빗속에 다시 등장하며, 양귀비꽃에 등장하는 예쁜 집은 「ㅂ ㄴ 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가 서로 교환되면서 작품의 내용이 감상자에게 지속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중복하여 기용하고 있다. 접근을 쉽사리 허용치 않는, 아무리 봐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 난해한 작품은 류예지가 추구하는 그림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감상자에게 그림이 쉽고 편안하게 읽히기를 원한다. 작가가 좋아하는 말은 " 나는 사람들이 '이것은 그리기에 너무 쉽겠군' "(마티스) 하는 말이다. 그의 그림은 " 이어지는 대화처럼 의도하진 않았지만 때론 의도한 대화같은 그림, 어렵지 않은 너무 곰곰이 생각지 않아도 되고 보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림 "(작가노트)이다. 그의 작품에는 그림이 매일의 음료나 음식처럼 친숙하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실려 있다. 작은 것과 생활속에서 보람을 찾고 즐거움을 찾는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져 있다. 그의 작품은 평범한 것 같지만 일상의 소중함에 기초하고 있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듯 편하고 친숙한 느낌이다. 그에게 일상은 희망을 키우는 실록의 숲이자 꽃내음이 가득한 연둣빛 들판과 같다. ■ 서성록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술은 어렵지 않다. 우리의 생활 모두가 미술이고 모두가 그림이다. 우리가 입은 옷, 스카프, 커텐, 이불, 거리의 간판...그림속에, 미술속에 살고있다. 하지만 모두들 그림은 어렵다고 한다. ● 이번 전시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미소짓게 하고 싶다. ● 새 생명의 탄생을 느낄 수 있는 파스텔톤 색채를 사용하였고, 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생각의 여유와 공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각 그림들 사이엔 연결고리가 있다. 하나의 작품에서 또 다른 작품의 요소를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이야기속에서 지난 추억거리를 찾아내 듯이. 바쁜 일상 중 커피 한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보니 싹틔운 꽃망울과 눈이 마주친다. 어느새 내 입가엔 미소가... 그 미소를 느끼게 하고 싶다. 상상의 공간을, 완벽하지 않은 그 무엇의 대상을... 일상에서 느껴지는 순간들,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처럼, 때론 낯선사람과의 신선하게 이어가는 대화처럼... 의도하지 않은, 때론 의도한 대화같은 그림... 봄이야기... ■ 류예지
Vol.20100217a | 류예지展 / RYUYEJI / 柳叡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