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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218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토,일,공휴일 휴관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C 전시장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Tel. +82.2.3479.0114 www.interalia.co.kr
인공정원에서 꿈꾸는 에덴동산 ● 과연 사람마다 꿈꾸는 정원이 있을까? 정원(庭園)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한옥의 뜰, 마당을 두고 얘기한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 정원은 사회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간소화․획일화 되어 소위 말해 아파트, 빌라 등의 실내 온실 정원 같은 새로운 정원문화가 생겼고, 8-90년대 기점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말 인터넷 보급이 전국민화 되면서 이 세상은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이 도래했고, 마침 지금은 자신을 가상공간인 인터넷에 내맡겨 현실의 인공정원이 '넷(net) 정원'으로 바뀌어가는 현실이다. 한편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이기적인 문명으로 인해 스스로 몸의 움직임을 갇히게 하는 폐쇄 공포증으로 치닫게 된다. 모든 시스템은 한 곳에 집결되어 감시당하고 통제되는 갇힌 문화 속에 우리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 인공정원은 각자의 기호에 맞게 꾸며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식물도 키우고, 애완견을 비롯해 각종 동물들을 키우거나, 텔레비전과 인터넷 그리고 책을 보면서 심지어 식사까지 한다. 동네사람들과 수다방도 되고 식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소도 된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인공정원에서 자연스레 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생활공간인 인공정원은 저마다 자연의 정원을 꿈꾸거나 갈망하는 것을 뒤로한 채 각기 바쁜 생활 속에서 안식처로 없어서는 안 되는, 마치 사람들에게는 대화의 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이며 어쩌면 작가(이연미)에게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소로서 매김 한다.
어릴 때(유치원)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이연미는 남들과 대화를 잘하지 않는 내성적이고 패쇄적인 조용한 성격으로 바깥놀이는 거의 하지 않고 이곳 '인공정원'에서 자의식을 키워나갔다. 세상경험을 거의하지 못했던 이연미는 청소년 시절 90년대 초반에 유행한 일본만화책에서 모든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의 판타지는 일본 만화 세계로 향하게 된다. 이후 작가로 향하는 열정은 국민대 미술학부(서양화전공)를 거쳐 대학원까지 이어져 줄곧 자신의 공상을 엮어가는 데 매진했다. ● 이연미의 일상은 거의 '상상과 공상'으로 채워진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첫 개인전(다빈치 갤러리 Da Vinci gallery, 2005년)이자 주제인 "Fantastic Nature"가 탄생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들이 성경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이 성경을 모티프로 삼고 작업에 임한다. 그렇게 나온 최근(2008-2009)작이 「닫힌 정원 The Closed Garden」과 「불타는 정원 The Garden Inferno」이다. 특히 「불타는 정원 The Garden Inferno」은 성경의 한 구절(이사야서 1장 29-311))과 연관성이 있다. ● 이연미의 창작들은 요즘 미대학생들에게 '세상에 벌어진 온갖 사물들을 어떻게 보고 인식할 것인가'에 관한 '사물의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로서는 의외성을 갖는다. 미술영역 경계(프레임)의 바깥세상을 보지 않고 오직 만화의 판타지만 가지고 이러한 작업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한계가 없을까? …… 아마도 그에게는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일본만화와 인터넷이 대체되는 90년대 문화현상을 겪은 한 사람으로써 '만화책'이 하나의 사물로서 직관성을 갖게 한 것이 아닐까.
인공정원과 만화 속에서 '상상-공상'과 '가상-현실'을 주고받다가 본인에게 주어진 신앙심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 신앙에서 인간이 타락하기 이전에 완벽했던 에덴동산을 떠올리며 이곳을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인간의 심리적 상황들(이연미, 석사논문, p.19.)을 여러 판타지로 구성하고 표현한다. 그 판타지는 작가의 낯설고 뜨악한 공상들이 전개된다. 가령 피 흘리고 있는 모습의 얼굴들이 커다란 날짐승 털 속에 갇혀있거나, 나무가 사람들을 삼켜버린 장면 또는 불로인해 갈대가 잘려서 피가 흐르는 등 마치 인공정원에서 발견되는 벽의 틈새나 화단의 흙과 나무, 각종 오브제를 상상하며 지금의 불완전한 현실 문제와 베란다 창 너머의 가상현실에서 부대끼는 '사이 공간'을 노닌다. 그 곳은 작가만이 향유할 수 있는 안식처와 놀이터이며 사유하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가슴 한 곳에 늘 희망하는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한 꿈이자, 한편으로는 세상을 닫히게 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작가의 말없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 그러한 이유 때문일까? 작가는 완벽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낯설고 기이한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물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서 최근 작 「불타는 정원」에서는 불까지 낸다. 그 속에 있는 피 흘리고 갇혀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작가의 유전자를 증식해 놓은 자아들이다. 연미의 공상으로 만들어진 에덴동산은 피와 불로 덥혀져 평화로움 보다는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고 세인들에게 경고한다. ● 오늘 내일 얘기는 아니지만 요즈음 영화를 보면 지구 종말을 예시하는 내용들이 즐비하다. 또한 범죄나 스릴물 등의 영화도 점차 인간의 속성을 뛰어넘는 경계에 이르렀다.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작가의 「닫힌 정원The Closed Garden」, 「불타는 정원 The Garden Inferno」은 그런 영화들과 연장선에 있다.
이연미 작가가 접한 세상은 이 세상 아무 곳에서도 볼 수 없다. 보여 지지 않았던 세계를 열어가는 키워드를 '상상, 현실, 자연, 정원, 에덴동산, 나무, 완전함, 불완전함, 희생, 피, 물, 낯섦, 동물, 식물, 창조, 진리, 상징, 유머, 잡종동물, 유혹, 엽기, 신, 그리스도, 실재함, 실재하지 않음, 선, 악, 도피 공간' 등으로 작가는 세워나갔다. 작품 이면의 세상을 보려면 이 수많은 방들을 열고 들어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각 방마다 연결되어 원하는 키워드로 들어가서 작가가 숨겨놓은 비밀을 풀어보는 방식도 넷(net) 공간처럼 상상으로 체험하는 흥미를 줄 것이다. ● 다시, 앞에서 얘기했던 인공정원은 국내 미술의 창작에 있어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수반해간다. 나를 비롯한 그 당시의 문화인들은 이전 문화의 없어짐과 변화에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의 속성은 또 다른 문화의 속성에 끌려 자연스레 동화되고 마치 그것이 자신이 존재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닫혔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 나름의 세계를 꿈꾸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이 작가를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현재는 아날로그 방식이 사라져 그것의 경계를 우리 생각대로 주입하지 않아도 새로운 젊은이들은 자기만의 문화양식대로 아날로그 방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 이관훈
* "너희가 너희의 기뻐하던 상수리나무로 인하여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요. 너희가 너희의 택한 동산으로 인하여 수치를 당할 것이며, 너희는 잎사귀가 마른 상수리나무 같을 것이요. 물 없는 동산 같으리니, 강한 자는 삼오라기 같고 그의 행위는 불티같아서 함께 탈 것이나 끌 사람이 없으리라."
Vol.20091218h | 이연미展 / LEEYEUNMI / 李連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