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N

조재영展 / CHOJAIYOUNG / 曺宰榮 / mixed media.sculpture   2009_1104 ▶ 2009_1110

조재영_skin_트레이싱페이퍼, 종이에 타공_120×120cm_2009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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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04_수요일_06:00pm

2009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자유와 파토스를 향한 고행의 시작, 지금 여기에서 ● 조재영은 존재에 대한 로고스적 개념과 규정을 파기한 파토스적 변성, 그리고 자유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고행하는 작가이다. 인간의 인식체계 속에서 직제(織製)되고 정의되고 관습화된 개념과 실재는 과연 사물의 본성과 형질을 온전히 수렴하고 또 투사해왔는가. 작가의 심연에 머문 의문에 대해 그 스스로 답하기를,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개념과 실재는 상호인과, 상호의존, 상호보완하는 관계망 속에서만 유효할 뿐 절대성을 갖지 못한다. 단지 순간순간 관습화된 관념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상태로서만 헤아릴 수 있을 뿐이다.'

조재영_skin_트레이싱 페이퍼, 종이에 타공_120×120cm×2_2009

조재영의 이번 전시의 주제는『SCAN』이다. 대상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복제한다는 통상적 개념을 넘어서서 대상을 자세히 조사하고 음미한다는 사전적 의미에 방점을 두었다는 작가는 바느질과 타공, 타출, 철제 용접을 제작 방식으로 하여 존재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시도함으로써 일련의 탈개념적, 비정의적 창작 행위와 그 흔적들을 정렬하고 있다.

조재영_untitled_천에 바느질_50×165cm_2009_부분

작가는 먼저 자신의 몸에 대해 면밀히 스캔한다. 얼굴, 눈, 코, 입, 귀, 눈썹, 손가락 등. 특히 얼굴과 손가락은 입체 형상을 평면 위에 낙인하듯 고르게 펼쳐 굴곡지고 주름지고 눌려 뭉그러진 그대로의 형상을 집요하게 정밀 검사하고 있다. 또한 눈, 코, 입, 귀 등 얼굴의 각 부위는 낱낱으로 덩그마니 큰 화면을 차지한 채 우리 앞에 현현해 있다. 이들은 마치 사전에 명기된 정의적 다큐멘트를 고스란히 기술이라도 하듯 몽타주 형식을 통해 그 요체가 보다 상세히, 보다 분명히 재현되어 있다. 그렇기에 작품들을 얼핏 보면 단순한 복제적 시도에 멈춘 듯이 보이기도 한다.

조재영_untitled_천에 바느질_50×165cm_2009_부분

그러나 작가는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지목한 뒤 자신을 예민하게 스캔하여 전혀 새로운 모습의 자신과 조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정의되어 있는 실재적 이미지에 대한 시지각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샘플링 작업을 통해 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성을 단호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얼굴의 눈, 코, 입, 귀 등은 언제나 상호 종속적인 기능과 역할 관계로서 인지되고 대부분 그룹으로서 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작가는 이들 하위의 존재들이 가지는 근원적 의미와 촉각적 단상을 전면으로 부각하고 보는 이의 몰두를 유도함으로써 사물의 본성에 대한 재인식을 제안하고 있다.

조재영_object_스테인리스 스틸, 구리_가변설치_2009

이러한 시도는 스탠드, 커피포트, 분무기와 같은 일상 용품이나 돌덩이와 같은 주변 사물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즉, 스탠드 등은 철제 골조를 통해 최소한의 형태감만 남기고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여 표피에만 머물렀던 대상의 이미지를 제고하게 하고 사물 너머의 제3의 물성과 언어적 의미를 재정립하게 했다. 또한 그 반대로 돌덩이는 표면에 알루미늄 용지를 둘러 표피의 질감이 두드러지도록 타출함으로써, 대상의 형태가 그대로 눈앞에 노출되어 있을 때보다도 오히려 그 형태감과 물질성이 더욱 확연히 느껴지도록 했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상징적인 작업들을 통해 사물을 즉물적으로만 보고 인식하고 정의하는 행위에 대한 불신이나 오류를 점검하고자 했으며 이를 스캐닝의 관점을 빌어 일루전의 와해 또는 전복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영_stone_알루미늄_가변설치_2009

한편 이번『SCAN』 전시를 통해 마주하는 조재영의 작품들은 모두 '흔적'들이라 할 수 있다. 구도자의 그것과 같이 심오하고도 영혼을 깨우는 행위 예술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보다 정밀하게, 보다 근원적으로 파고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바느질과 타공, 타출, 용접의 방법론을 선택함으로써 행위의 반복이라는 일련의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선행하게 하고 그러한 퍼포먼스의 흔적은 수공의 집적이라는 결과를 통해 작품의 형태로 남겨지게 된다.

조재영_SCAN展_갤러리 토포하우스_2009

조재영에게 있어 바느질은 특정한 형상을 보존하거나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앞서 바늘과 실과 천이 한 땀으로 공들여 꿰어지는 매 순간마다 의식의 세례를 경험하게 하는 매체적 도구이다. 또한 트레이싱 페어퍼 위에 판화용 니들을 이용하여 타공하는 작업은 명암의 조밀성에 따라 침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섬세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의식을 깨우고 정화하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무수히 반복되는 창작 행위 하나하나의 공정 속에서 조재영은 매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하는 한편, 일체의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무념무상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즉, 이 순간에는 관념도 존재도 사라지며 오직 '행위'와 '지금, 여기'만이 실존하는 것이다. ● 그렇기에 우리는 조재영의 작품 앞에 서서 기꺼운 상상을 통해 작가의 고행과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의 '눈'과 '코'와 '입'을 통해 개념도 실재도 아닌 명상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정화된 심상을 통해 수천, 수만 가지의 파토스적 변성을 낳게 된다. 바로 이것이 고행하는 작가 조재영이 추구하는 '지금, 여기'의 의미이며, 진정한 존재의 자유를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 최정주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91127g | 조재영展 / CHOJAIYOUNG / 曺宰榮 / mixed media.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