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숲

김현수 / KIMHYUNSOO / 金炫秀 / drawing   2009_1112 ▶ 2009_1205 / 일요일 휴관

김현수_꿈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23×108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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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1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일요일 휴관

두루 갤러리_DURU GALLERY 서울 종로구 부암동 278-7번지 Tel. +82.2.720.0345 www.duruart.com

잘 정돈된 도시 풍경 속에서 길가 가로수나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조경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최소한의 '자연'이다. 나는 도시 주변에서 쉽게 심어지고, 또 뽑혀지는 식물들을 채집하여 숲을 그리고, 강가 풍경을 그린다.

김현수_산책 Ⅱ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30×100cm_2008
김현수_산책Ⅰ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10×125cm_2009

하지만 나는 자연을 재현하기보다는 감각적 기호로 환원하고자한다. 새벽녘 공기에 떠있는 풀잎냄새, 멀리 한 무더기 출렁거리는 숲, 소나무에 드는 바람소리처럼 분명 그곳에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비가시적인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형상화하고 싶다. 반투명하고 섬세한 실크 천에 가늘고 검은 선만으로 대상을 환원하여 그려나가는 드로잉은 선과 선 사이, 또 그려지고 겹쳐지는 과정에서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공간에서 자연의 여러 겹의 구조가 살짝이라도 드러나길 희망한다. 이것이 내가 자연의 재현을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도 직접적인 재현의 방식을 피하고 있는 이유이다.

김현수_바람부는 날 Ⅲ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00×162cm_2009

한 그루의 나무라도 그 속에선 항상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종종 느리게 바람을 타고 있는 가로수와 그 밑을 질주하는 자동차가 묘하게 부딪치는 풍경처럼 마치 그들만의 언어나 시간체계가 따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수많은 존재가 각자 시간의 층위를 가지고, 그 모든 겹 구조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자연은 내 모든 작업의 시작이다.

김현수_바람부는 날 Ⅱ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00×162cm_2009

내가 작업의 마지막에 쓰는 색은 나무껍질이나 말린 꽃잎 같은 염료를 통해 천연염색의 방법으로 얻는 색인데 같은 쑥이라도 재취한 시기나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을 낸다. 햇빛, 바람, 공기- 자연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나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수_바람부는 날 Ⅰ_실크에 드로잉, 쳔연염색_100×130cm_2009

우리는 종종 자연에 내재된 관계 속에서 비언어적 형태로 우리가 상실한 어떤 것에 대해 위로받곤 한다. 자연이 지닌 커다란 치유의 힘은 내 작업의 모든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담고 싶은 것이다. ■ 김현수

Vol.20091124c | 김현수 / KIMHYUNSOO / 金炫秀 / 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