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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10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주말_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송은갤러리_SONGEUN GALLERY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527.6282 www.songeun.or.kr
강동구 길2동 삼봉길은 현재 나의 작업공간이 있는 곳이다. 나에게 이곳은 한정된 지리적 풍경을 넘어 새로운 정보와 이미지로 가득 찬 데이터이며 내가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할 패러다임을 가진 공간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어느 순간 나의 사고하는 방식과 점차 일체화되면서 그것을 다시 세상에 적용해보는 맵핑 Mapping의 실행으로 이어진다. 나의 세상보기방식, 즉 맵핑의 과정은 일기쓰기+낙서하기와 같다. 이미지와 글자가 모아지고 선택, 배치되면 나는 그 행간, 자간의 사이에서 경로를 찾아나간다. 간판작업, 영상작업, 신발작업은 각기 차원을 달리하는 나의 경로찾기의 과정을 집약한 것이다.
길동 as a text ● 지하철 굽은다리역을 빠져나온 나는 길2동 삼봉길에 들어서고 있다. 길 좌우에는 상가들이 즐비하고 간판들은 각양각색이다. 이 곳 간판의 상호는 이제 나에게 친숙하다. 직접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삼봉길 주변의 상가 위치와 상호명을 다 외우고 있다. 나의 기억 속에 얼개처럼 자리 잡은 상호명은 내가 작업실에 오고 가는 동안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놓치지 않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아이디어, 계획, 나의 관점에 관한 생각 등이 그 간판이름들의 얼개 사이사이에 자리 잡는다. 간판의 상호명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텍스트 구조가 태어난다. 실제 현실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상품, 가게의 평판, 그리고 사람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는 각각의 맥락이 파악되고 그 맥락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맞물려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어떠한 틀을 형성하고 있는 가에 관심 갖게 된다. 우리가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접하는 새로운 것들이 파편처럼 기억 속에 남게 되지만, 그 곳을 계속해서 방문했을 때, 우리의 인식 속에서는 그 부분의 파편이 모여 이루는 전체적인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 후 다른 곳을 방문할 때도 여전히 살아 있으면서 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길동의 상호명은 하나의 텍스트이며 이 텍스트는 길동의 전체적인 구조, 맥락을 드러낸다. '빈 집-임대문의'는 현재 내가 파악한 길동 삼봉길의 맥락이다.
남산가는 길에서 지도에서 경로만들기, 그리고 길동맵핑으로 ● 지난 1999년에 했던 작업 「남산가는 길」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나의 관심을 실제화시킨 첫 번째 작업이었다. 그것은 서울의 남산 회현동 주변의 실제 안내간판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재배치시키는 작업이었다. 현실세상에서 전시장 안으로 이동해 온 간판은 현실의 작은 일부였던 속성에서 그 자체로써 주목받는 대상이 된다. 간판에 여전히 남아있는 길을 안내하는 기능에서 관객들은 텅 빈, 순수한 이동 자체를 목격하게 된다. 이 번 길동맵핑에서 하나의 간판은 한 건물 안에 입주해 있는 상점들의 집합이다. 실제 전시장에서 보게 되는 39개의 간판은 텍스트의 일부를 떼어낸 것처럼 보인다. 세상 속에서는 빠르게 보고 지나치던 것들이 이제는 그 자체를 응시해야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관객은 그 간판들의 얼개 속 사이 사이로 들어가 간판 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지도를 체험하게 된다.
이동하는 신발장수 ● 길동 삼봉길 주변에서 아직 개업하지 않은 업종은 신발을 파는 상점이다. 내가 이 공간의 맥락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신발장수가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사실 나는 이 곳 사람들에게 invisible하다.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한다. 때로는 지저분한 작업복으로, 때로는 말끔한 사무직원풍의 옷으로 다니는 나에 대해 그들에게 예술가, 작가라는 직종을 이해시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틀 안에서 나를 더 밀어내는 것이다. 이곳의 맥락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신발장수로서의 나를 생각하였다. 삼봉길을 지나가는 여러 봉고트럭행상들의 확성기 소리들에서 굴비, 고등어, 사과, 알타리무 등을 지우고 대신 신발을 갖다 붙인다. 소규모 상점, 물건을 파는 것이 이 곳의 맥락이라면, 나도 그 맥락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 박성환
Vol.20091109g | 박성환展 / PARKSEONGWHAN / 朴聖煥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