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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31_토요일_06:00pm
후원/협찬_한국문화예술위원회_프라임모터社_정립보조기
세미나 『윤리적 실천으로서의 공예_Craft and Ethics』 2009_1114_토요일_02:00pm_서초동 렉서스빌딩7F 회의실(프라임모터社 서초사옥)
세미나 발표 구경화(삼성미술관큐레이터) : 리처드세넷의「장인Craftsman」에 따른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중요성 손채이(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석사과정) :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장신구(Jewellery made of pre-consumer materials) 박지웅(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교수, 재활의학과 전문의) : 보조기 제작과정과 미적고려(Orthosis_ Making Process and Aesthetic Concerns)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_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비평적 극장-그 낯섦과 기쁨에 대하여 ● 조새미의 최근 작업들 작가 조새미가 서울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여기에서 그녀가 전시할 작업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플레일 프로젝트002」(2007-2009), 「열 개의 망치」(2009), 「스윙001」(2009), 「스윙002」(2009), 「노크」(2009), 「Instrument for Dragging Flowers 001」(2001), 「Vehicle」(2009), 그 밖에 재활프로젝트들 002(2007-2009)인 「누워있는」, 「보디자켓」, 여러 개의 「손가락 보조기」와 「발 보조기」들… 그 중 몇몇은 최근의 작업들이지만 어떤 것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관심의 반영이다. 우선 그 하나하나의 면모를 살펴보자. ● 2001년부터 그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플레일(flail) 프로젝트」는 농기구, 무기, 의식도구로서 혹은 기능과는 무관한 앤틱 수집 물품으로서 다층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 의해 쓰여진 도구이다. 우리나라의 도리깨에 비견될 만한 이 유럽적 전통의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플레일은 작가 조새미에게 인간과 도구의 관계를 탐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메카니즘으로 채택되고 있다. 영상을 동반하고 있는 이 작업에서 프레일과 반복되는 인간의 행위와 동작의 조합은 도구와 신체의 연장이자 율동임을 그래서 신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 「열개의 망치」는 설치작업으로서 퍼포먼스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작업이다. 그 기본적인 형태는 금속 공예의 판금 기법에서 쓰이는 수많은 망치들 가운데 양쪽 머리가 둥근 내림 망치 (sinking hammer)에서 빌어오고 있다. 그런데 망치들의 양 끝은 금도금된 매우 귀하면서도 우아한 열매 혹은 꽃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10개의 망치들은 재료나 그 크기에 있어서 역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얼핏 보기에 현대인들이 스포츠 센터에서 흔히 목격하게 되는 웨이트 트레이닝(Weight Training) 기구와 기능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암시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사물들 사이의 아날로지를 환기시켜 준다. 각각 길이 90cm의 이 나무망치들은 경첩(hinge)과 도르레(pulley) 시스템으로 연결되는데, 이 장치의 작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오른쪽 줄을 당기면 5개의 망치가 왼쪽 줄을 당기면 다른 5개의 망치가 들려졌다 바닥에 내려쳐 지며 우리의 삶과 도구의 관계를 시적으로 보여준다. ● 한편, 작업 「Swing / 스윙」은 문, 혹은 창, 즉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는 곳에 설치되는데, 따라서 그 문이 열리고 닫힐 때 경첩 메커니즘의 움직임에 따라 또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Instrument for Dragging Flowers」는 인간의 신체에 고의적으로 불편함과 동시에 청력을 확장시켜 이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체의 통상적인 감각기능이 환경에 다르게 조응하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야기시켜 그 둘 간의 관계를 보다 강렬하게 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이끈다. 「Vehicle」도 신체의 제약을 통한 확장된 다른 감각에 대한 탐구와 관계한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도구 혹은 물건 만들기와 그에 대한 사유 사이 ● 이렇듯이 그녀의 작업들은 '우리에게 도구란 무엇인가?', '우리의 신체와 사물의 관계란 무엇인가?' 하는 인공을 향한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작업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한 차원에서 현대 공예 현장을 경험하고 이론적으로 연구해 온 그녀의 경력을 잘 반영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녀에 따르면, 공예적 노동과 그 가치에 대한 기준이 각 지역에 따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이하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의 현대 공예는 조형미와 기능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그 노동에서는 기술의 완벽성이 강조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의 현대 공예 노동은 예술로서의 노동(art labour)을 지향한다. 한편, 영국에서의 현대 공예 노동은 그것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 경향이 다른 두 나라 보다는 더 강하다. ● 그렇지만 작가 조새미의 관심사가 단지 공예를 관념 유희로 빠지게 할지도 모르는 형이상학적의 탐구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에 깊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귀결되고 있는 여러 시도들은 그의 물건 만들기를 분명하게 그의 두 다리를 이 땅에 착지시키고 있다.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과제로 삼아 온 일련의 「재활 프로젝트 2009」들이 그것들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가 집중력을 발휘하는 대상은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학적이고도 심리학적인 배려를 통한 의료기 만들기이다. 여기서 문신(tatoo)과 피어싱(piercing)의 사회 병리학, 심리학적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리서치는 그녀가 의료 보조기 제작에 실험적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이다. 또 실제로 교통사고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경추가 손상된 L씨를 위하여 제작한 손가락 보조기는 관절의 세 부분을 잡아주어 휠체어를 운영할 때, 문을 열고 닫을 때, 짚고 일어설 때 등 손가락을 펴 주어 의료기로서의 기능을 할 뿐 아니라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멋진 미학적 장신구로서 역할을 한다. ● 이와 같은 조새미의 작업들에서 그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그녀에 의해 채택되는 매체나 외적 형식들이 공예, 조각, 영상, 퍼포먼스, 설치,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벽들을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얼핏 작가의 관심사가 도구나 물건들을 만들고 설치하고 그것들에 참여를 이끌어내곤 하는 데에 있는 듯하지만, 기실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이 최종적인 행동의 결과물로서의 작품의 탁월성이 아니라 그것들을 매개로 하여 생성되는 인간의 신체적 활동들, 그리고 그것들이 파생 시킬 삶의 세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다만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의 결핍을 메꾸는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일, 아니 그것을 넘어 그들로 하여금 광영을 얻게 하는 데로 제한되고 있지만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그녀의 이러한 시도들을 바라보는 일이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그녀의 작업들은 우리의 기대 수준-그것은 대부분 상투적이지만-과 어느 부분에선가 크게 어긋나는 듯이 보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 공예에 입문한 이래, 미국(1998-2001), 그리고 영국(2001-2006)에 유학하며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도록 자신의 전공을 심화시키며 세계 공예의 현장 경험을 쌓아온 작가의 활동상에 비추어 그녀의 작업을 다만 이른 바 근대주의가 낳은 '공예'라는 작은 개념 안에 가두어 바라보고자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리라 생각된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시도들뿐만 아니라, '프레일 프로젝트', '스윙', '노크' 등의 작품 제목들 역시 하나의 결과로서 오브제에 근거하기보다 과정적이며 문제 제기적 성격을 완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비평적 극장』, '공예' 담론의 장소 ● 그런 점에서 이번 개인전에서 그녀가 내건 타이틀은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끈다. 개인전 타이틀로서 『비평적 극장』은 작가의 의도가 '공예'라는 단어에 유폐된 근대적인 '공예'의 폐쇄회로, 앞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그 상황 속으로 자신의 지반을 축소시켜 온 공예계의 관행들을 비평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내러티브들은 신체, 도구, 그리고 현재성(presence) 사이에서 그녀가 사유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공예'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담론화 하는 장치들로 받아들여 마땅하다. 영어문화권과의 비교예술학적 차이를 고려하여 작가는 개인전 타이틀의 영어 번역으로 'Mechanism of a Tool and the Bodily Engagement'를 내거는데, 그런 점에서 그의 작업을 '어떤 도구와 그 것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신체적 조응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만도 하다. 물론 이때 그것은 도구와 사용자 사이의 기계적 메커니즘일 뿐 아니라 그 철학적 관계를 설정하는 의미론적 메커니즘이다. ● 그저 잘 만들어진 오브제 생산에 몰두하거나, 기껏해야 조형적 형태에서 양식화된 개성을 보여주는 일, 재료를 다루는 태도나 솜씨를 과시하는 일을 공예적 행위의 진수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든가, 아예 그것을 종교적 신념으로 고수하고자 하는 이들로 넘치는 우리 공예계에서 작가 조새미의 이러한 시도들을 향해 '어째서 그것이 공예인가?'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 진정한 공예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작업들은 난해하거나 단순한 월경을 감행한 무모한 시도로 간과하기는 어렵다. 다만 난해성이라 하더라도 혹은 생경함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공예'를 향한 이 땅에서 보기 드문 진지성 혹은 근본적인 태도에서 비롯되는 일 아닌가? 시각적으로 혹은 형식적 관점에서 서로 무관하게 펼쳐지는 듯하나 작가의 작업을 가로 지르는 근본적인 예술학적 이슈들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은 결코 아니다. 삶의 세계에 일어난 변화에 주목하며, 동시대 공예 노동의 진정한 리얼리티를 찾고 그것을 분석하는 일에 관심을 쏟는 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작가적 행동 양식을 모색하고 있는 작가 조새미의 시도들에 대한 접근이 다만 그 만큼의 진지성을 요구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 그런 점에서, 조새민의 개인전은 리얼한 이 시대의 '공예' 담론의 장소이다. 『Craft and Ethics _윤리적 실천으로서의 공예』라는 주제의 세미나는 그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인간이 꿈꾸는 삶의 세계의 행복론에 실천적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는 활동으로서 그가 꿈꾸는 공예의 가능성들을 공동체 구성원들 속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진지한 태도의 연장으로 읽혀지니 말이다. 지금 이 시대에 공예의 동시대적 의미와 미래 지향적인 공예는 어떻게 실천 가능할지를 질문하는 일 없이 그 어느 누가 공예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여기서 이론과 작업이 다른 둘이 아니라 같이 포개진 과제로서 조화롭게 동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 공예의 미래와 관련하여 공예 실천자로서의 작가 조새미의 진정성을 여기서 재차 주목하는 것은 필자로서는 크게 기쁜 일이다. ■ 이인범
Vol.20091029h | 조새미展 / CHOSAEMI / 趙새미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