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DAYS

김산영展 / KIMSANYOUNG / 金山英 / painting.installation   2009_1029 ▶ 2009_1121 / 일요일 휴관

김산영_2008031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91cm×2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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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29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 홍콩_CAIS GALLERY HONG KONG UG, 54 Hollywood Road, Central, HK Tel. +852.2527.7798 www.caisgallery.com

둘이 함께 꾸는 꿈은 꿈이 아니다 ● 김산영은 꿈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그녀는 하필 많은 대상 중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없고, 불투명한 꿈을 왜 그리는 것일까? 그녀는 외관상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유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예술에 종사하는 작가들의 경우 독특한 외모로 자신을 어필하는 경우도 있고, 사고방식이 남들보다 유별난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김산영은 이런 두 가지 경우에서 제외된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평범한 스타일을 현실보다 훨씬 자유로운 꿈이라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에게 중요한 요소인 창의성과 관계가 있다. 모든 작가는 창의적인 것을 지향하지만, 예술에서 기본적인 장르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장르 안에서 새로운 것을 지향해야 한다. 창의성에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독창적인 것이 괴상한 것, 신기한 것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색다른 것에 있다. 그렇다고 색다른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재와 장르를 벗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시각예술을 독특하게 비틀기, 관습적이지 않는 새로운 태도가 요구 되어야 한다. 그녀의 작업은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언급한 무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에게 꿈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꿈은 명확하거나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꿈의 작용을 해석하지만, 임상실험을 통한 결과로서 정확하게 꿈의 의미를 모두 분석할 수는 없다.

김산영_2007013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2cm_2008~9
김산영_200702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97cm_2008

그녀의 꿈 작업은 대학교 시절에 사진과 영상작업으로 시작하다가 2005년부터 페인팅으로 바뀌게 된다. 그녀의 작업에서 매체는 자신이 꾼 꿈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하나의 방법론이며 도구이다. 나는 김산영의 작업에서 현실과 무의식의 인과 관계가 분명히 존재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현실에서는 욕망을 충족할 수 없는 것들이 꿈에서는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가능하다. 사이버스페이스 공간이 인간이 만든 개념적인 공간이라면, 꿈은 더 비 현실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김산영은 현실세계에서 하지 못하는 금기, 규율에 관한 것들이 꿈속에서 반대급부로 과격하게 표현된다. 현실에서는 밝고, 명랑한 성격과 사회적 규범에 충실한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꿈속에서의 정체성은 현실과 상반된다. 김산영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5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나는 김산영의 작품 중에서 네 번째 개인전 2007년 「머릿속」과 다섯 번째 개인전 2009년 「20070618」 에서 전시한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다. 2007년의 개인전 「머릿속」의 작업에 드러난 특징을 살펴보면, 사람들 얼굴의 윤곽선이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 그 이유는 꿈속에서의 몽환적인 이미지를 제거하고 현실에서는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을 하기위한 방법이다. 어떤 장면들은 여러 가지 꿈들을 합성하거나 조합한 느낌이 든다. 꿈은 완벽하게 사건의 진행이 기,승, 전, 결식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장면이 파편화 되거나, 꿈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복합적, 파편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것을 시각예술에서 영화와 사진의 형식으로 설명한다면 몽타주 개념과 흡사하다.

김산영_200704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8_2008~9

그녀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꿈을 길게 꾼다고 한다. 그런 이유는 그녀가 일상에서 어떤 장면을 목격하면서 「다양한 구성」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택시에 내리는 손님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을 보면서 택시에서 내린 후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에 대해서 혼자서 공상을 한다. 즉, 어떤 현상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현상을 유추하고 상상하는 과정을 겪는다. 결국, 이런 공상은 어떤 대상에 대한 추리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상의 결과가 생성된다.

김산영_2007121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3_2008
김산영_2009090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3_2009

또한, 그녀의 작품에는 입과 관련된 반복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거나, 입에서 풍선처럼 자동차가 나오기도 하고, 입으로 지하철 8호선이 적혀있는 간판을 마치 음료수처럼 마시는 장면, 아주머니의 입에서 풍선처럼 사람이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한다. 그녀는 이런 의도에 대해서 "상대방이 말을 하는 것을 만화에서 말풍선의 이미지를 표현 한 것이다"고 한다. 이런 차용은 만화의 허구적인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실제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에서 사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에서 특이한 점은 똑같은 장면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장면이 겹쳐지면서 그 상황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반복적인 구성의 효과로 그 상황에 대한 서사를 관객에게 친절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김산영의 다섯 번째 개인전, 2009년 「20070618」을 살펴보면, 그녀가 현실에서 처음만난 어떤 사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꼈던 기억이 계속 남아 있다가 꿈속에서 다시 그 남자와 정신적으로 교감하게 된다. 다섯 번째의 개인전은 네 번째의 개인전에 비해서 좀 더 사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한다. 이불 속에는 낯선 남자가 자는 모습이 드로잉 되어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꿈속에 등장하는 그 남자가 아니라 작가의 사촌오빠를 형상화 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남녀 간의 구체적인 꿈속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보다는 상황을 암시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김산영_200804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4_2008

지금까지 김산영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네 번째 개인전은 일상에서 느꼈던 사건, 상황을 폭넓은 시각적 스펙트럼으로 분류했다면, 다섯 번째의 개인전은 개인의 사적인 체험이 「제유적인 기능(부분으로 전체를 드러낸다)」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과거에 지나간 상황 속에 자신이 투사되어, 여러 가지 복잡한 서사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지나간 시간은 객관적 현실에서 시작하여 정신세계의 메커니즘 (꿈, 추억, 몽상)에 의해서 주관적으로 체험한 상황을 재현한다. 김산영의 꿈 작업은 적절한 소재를 선택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미치고 싶지만 미쳐지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옛 고사성어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이 뜻은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녀는 미쳐지지 않는, 미칠 수 없는 체질의 사람으로 느껴진다. 일상에서 평범한 그녀는 꿈의 작용을 통해서 몽환적, 초현실적인 내용을 작품 속에 투영 시킨다. 이런 형식은 꿈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듯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취한다. 타인에 비해서 유난히 꿈을 많이 꾸는 그녀는 꿈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꿈은 현실에서의 억압과 갈등을 치료하는 측면이 있다. 나는 그녀의 작업이 꿈속의 사적인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실체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꿈은 혼자서만 꿀 수 있다. 둘이 함께 꾸는 꿈은 꿈이 아닌 것이다. ■ 김석원

Vol.20091029e | 김산영展 / KIMSANYOUNG / 金山英 / painting.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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