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비열한 규칙들

오용석展 / OhYONGSEOK / 吳庸碩 / installation.drawing   2009_1017 ▶ 2009_1107 / 일,월요일 휴관

오용석_주인의 비열한 규칙들展_아트스페이스 미테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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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홈페이지_www.yongseokoh.com

작가와의 대화_2009_1024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미테_ART SPACE MITE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예술시장 308-21번지 B1 Tel. 070.7782.3900 cafe.naver.com/spacemite

수많은 행위자가 존재하지만, 정작 과거 안의 그들은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공간과 같은 물질적인 형태만 세월을 이겨낼 수 있으며, 과거의 시간적 흔적을 드러낸다. 역설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주체라 불리우는 것은 비물질로서 기록된다. 기억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기억의 절반 이상은 허구로 채워져 있으며, 기억의 정확도는 정서적 선호도에 의해 좌우된다. 개인이 기억하는 과거에서 역사적 흔적의 정확도보다 흔적과 관련된 정서적 개연성이 더 중요해진다. 망각과 기억은 언뜻 보기에 대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인이 기억의 맥락을 구성하는 과정 안에 모두는 하나의 프로세스이다.

오용석_주인의 비열한 규칙들_벽면에 연필_2009
오용석_I'm a murderer_벽면에 혼합재료, 드로잉 설치_2009
오용석_관객생산 펜타그램_벽면에 연필, 오일페인팅_2009

내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사건들의 폭력성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 혹은 과거의 관객과 아직 발생하지 미래의 사건들 사이에서 발생할 관계성이다. 그것은 정서적인 느낌일 수도 있고, 실제 생활을 위협할 정도의 강렬한 공포일 수도 있다. 그 안에는 공간적, 시간적 모호함이 존재한다. 모호함은 단지 애매한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적이라거나 직선적이라고 단순하게 지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순차적인 시간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이다. 장소에 깃든 동시다발적 시간과 공간은 특히나 특정한 사건, 사고, 역사적 사건이 깃든 공간에서 첨예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공간의 기억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순간적인 느낌, 현재의 느낌을 통해 판단한다. 꽃이 화사하게 핀 봄의 아우슈비츠를 바라보면서, 아우슈비츠라는 정보가 없었을 때, 거기서 자연의 아름다움, 목가적인 정원의 나른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오용석_조용하고 평화로와 '보이는' 동네_드로잉 설치_2009
오용석_I'm a ..._벽면에 혼합재료_2009
오용석_주인의 비열한 규칙들展_아트스페이스 미테_2009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정보와 자신이 인지한 정보 사이에는 항상 균열이 발생한다. 발생한 균열은 그 사이의 맥락을 다시 읽도록 강요한다. 특히나 현대에 유통되는 이미지를 통해 보여지는 폭력을 바라볼 때는 문제가 더욱 첨예진다. 이미지를 보고 즐거워하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 보는 행위, 쾌락의 즐김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굉장히 윤리적인 질문이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그 단계에서 직면하는 것은 도덕적이고 계몽적인 결론을 뻔히 도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분열된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 작업을 통해 제공되는 것은 쉬운 어떤 결론이 아니라, 분열된 기억과 금지된 쾌락을 재조합하는 익명의 관객이 행한 맥락읽기와 방황이 기록된 하나의 무대이다. 이 곳은 다시 한번 관객에게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강요하게 만드는 공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행위에 존재하는 흔들림, 결정 앞에서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명쾌하지 않는 선택들 사이에서 새로운 보는 행위, 맥락읽기를 위한 단서들이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 오용석

Vol.20091028g | 오용석展 / OhYONGSEOK / 吳庸碩 / installation.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