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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0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신라_GALLERY SHILLA 대구시 중구 대봉1동 130-5번지 Tel. +82.53.422.1628 www.galleryshilla.com
조각가 이기칠은 초기에 자연석을 파들어 가는 작업을 통해서 결과로서의 의미를 만들기 보다는 돌의 속을 비워내는 작업의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하였다.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자신의 가치체계에 대한 회의의 상충으로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한편으로는 자연석 원래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돌의 견고한 속살과 함께 그의 모든 관심과 회의를 제거해 나가려는 금욕적 태도로 나타난다.
그는 단단한 돌의 물리적 저항을 뚫고 나가는 작업을 통해 작업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돌 속의 조그만 공간으로 집약되어 해소되는 자신 만의 실존적 공간체험을 기대하고자 하였다. ● 이 후 실존적 공간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자연석을 파고 뚫는 대신 돌을 벽돌로 잘라내어 작업의 모체인 작업실을 직접 짓고자 하는 더욱 현실적인 개념의 공간으로 전개된다. 드로잉에서부터 세부설계 그리고 건축모형에 이르기까지 작업 대부분의 과정은 건축에서 요구하는 형식을 닮아 있지만 그 내용은 조각이 어떻게 자기를 규정할 수 있는가 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집약된다.
이 작업을 통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예술이라는 사회의 공적 제도 속에서 논의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예술가의 현실조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것을 작업이라는 기제로써 풀어가고자 하였다. ● 작업의 의미와 방법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과 밀접해지면서 최근에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의 작업실에서 조각가라는 직분 그 자체가 자신이 살아가는 거주지라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작업이 삶의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방법이 되길 꿈꾸며 예전에 작업에서 나타나는 형태와 의미에 대한 금욕적인 태도는 보다 더 유연해지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조각가 고유의 권리라는 긍정적인 태도로 옮겨간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작업의 방법론 또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작업은 형태의 형성 과정에 더욱 집중되고 이를 주로 금속으로 주조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제 그는 자신의 불분명한 생각을 조소의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점토로 형태화시키고 이를 다시 금형으로 깎아내어 정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형태는 마지막으로 금속을 녹여 부어서 주조한다. 작업을 통해 결정(決定)된 의미의 생산을 주저하던 작가가 이제는 자신의 삶의 조건과 환경, 그리고 태도와 방법 등 이 모든 것이 조각을 통해 용융되어 결정(結晶)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이기칠
Vol.20091015j | 이기칠展 / YIGEECHIL / 李基七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