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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27_화요일_05:00pm
본 전시는 하동철 장학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후원_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_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50동) Tel. +82.10.6402.0944
화가와 모델이라는 다소 고전적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나는 초상화를 비롯한 모델이 그려진 그림을 봄에 앞서 화가와 모델의 관계는 어떠했을 지에 의문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8년에 그렸던 초상화 100점과 최근에 그린 초상화를 합하여 공개한다. 과거로부터 무수히 많은 누군가의 초상화가 그려졌기에 전시에 앞서 다른 초상화와 본인이 작업한 초상화와의 차이점이 무엇일지, 그것이 제 삼자 즉 관객의 눈에는 어떤 형태로 비추어질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러나 본인이 그린 초상화가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작가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는 어떤 그림을 그림에 앞서 동기가 있을 것이고, 과정도 있을 것이고, 몸의 움직임도 있을 것이고, 그 시기의 자아의 고민도 있다. 이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한 시기의 그림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 없이 처음 그림을 대하는 관객이 어떤 방향으로 그림을 읽을지는 추측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다. ● 작업을 설명하려는 글을 쓰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 진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글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그림을 그린 시점의 작가의 상황과 태도, 왜 이러한 종류의 작업을 해야 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이겠다는 결론이다.
2008년도에 그린 초상화와 2009년도에 그린 초상화는 각기 다른 성격의 작업이다. 물론 동일한 화가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하나의 형태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화가의 태도나 심정. 모델을 대하는 방식. 모델의 위치. 장소등 많은 것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본인은 두 시기의 그림을 다른 종류의 것으로 분류한다. 그 차이점을 기술함에 앞서 나는 어떤 태도로 모델을 바라보았으며 화가에게 모델은 어떤 존재였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때로는 두려운 일이다. 그 두려움은 그릴 것이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아직까지 그림은 본인에게 큰 존재이며 단편적인 말이나 보여줄 수 있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믿고 있다. 즉 그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그 무엇. 환상이나 이상이 큰 상태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들이 마음속에 일고 있는지를 주시해야 하며 그것을 잘 꺼내야 한다. 그렇게 나온 것이 암묵적으로 다른 사람도 공감하고, 알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그들과 나 사이에 말하기는 어렵지만 통하는 무언가 있다고 느껴질 때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 한다. 이는 본인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힘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지속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본인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며 그림 때문에 설레는 시기가 있는가하면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때도 있다. 이는 마음을 풀어버리거나 꺼내 놓았을 때의 허무함, 밖으로 나온 것과 생각한 것 사이의 괴리감, 이야기 할 수 있는 방식의 어려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없어지는 시기, 그림 자체의 어려움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2008년 여름, 본인에게 100이라는 숫자를 약속 하고 이 작업을 진행했을 때 역시도 일순간 이런 감정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물론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나는 작업을 매개로 모델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나는 사람이 그립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하루에 많게는 5-6명을 그릴 수 있었다. 그들과 2시간 간격으로 시간 약속을 잡았고, 만나고 그리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여 채 한달이 안되는 시기동안 100인의 모델을 그릴 수 있었다. 모델과 근접한 거리에서 눈을 마주 하고 있는 상황은 나를 떨리게 만들었다, 사람 사이의 긴장 때문이기도 했고, 앞에 놓인 캔버스에 그려질. 그려지고 있는 그림 때문이기도 했다. 모델의 눈빛, 표정, 순간의 긴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하거나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그 상태가 좋았다. 나는 중간에 약속된 모델을 피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으나 그러한 소진 상태는 많은 것들을 잊게 해 주었다. ● 나는 그들을 잘 몰랐고, 그들도 나를 잘 알지 못했다. 그 앞에서는 떨리기도 했지만 당당할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그렸다기 보다는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반응하는 몸, 눈의 마주함, 붓질의 빠르기에서 감추어둔 마음을 꺼내고 해소하는 것이 더 큰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금 그때의 기록이 그림으로 남아있지만, 그 보다도 그들과 마주본 시간과 눈빛, 인상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때 모델에게서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는 이름의 위안이었다.
한때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나의 방식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로인해 마음을 나누던 친구도 떠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는 생각에 처량함이 밀려왔다. 물론 지금은 담담하다. 자책도 하지 않으며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나 자신과 누군가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 요즘 나는 자화상을 자주 그리게 된다. 나를 따라다니는 심리 상태와 표정을 잘 나타내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아서 어렵다. 최근에 그림 그리는 일이 잘 되지 않아 모델을 그리고 있다. 누군가 앞에 있는 것이 좋다. ■ 유현경
Vol.20091014i | 유현경展 / YOUHYEONKYEONG / 劉賢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