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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0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봄_SPACE BOM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한숲길 22번지 서울 여성플라자 1층 Tel. +82.2.810.5000 www.seoulwomen.or.kr
일상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의 지도, 강인덕 ● 해저물녁 커피 한잔하려 집을 나서는 작가를 따라 가본다. 산책로 가로수와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와 거리의 냄새와 대기가 석양을 배경으로 조화롭고 작가는 느리게 걸으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약간의 서글픔과 아련함을 동시에 느낀다. ● 교정 카페에 흐르는 커피 향의 위로거나 푸른 창공의 찬란함이 주는 환희거나 생의 어느 한 순간 인상들을 작가는 다양한 동그라미로 화면 위에 띄운다.
감성의 입자 같은 동그라미가 화면을 구성하는 이미지의 기본 단위가 된다. 그것은 일상의 모티브들을 품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다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 그의 작품 속에서는 추상과 일상이 시소처럼 길항한다. 작가는 지루하지 않은 추상과 뻔하지 않은 구상 사이를 유희하다가 때로는 정서적 추상과 재현적 묘사를 무심한 듯 병치하기도 한다. 각양각색 전단지의 이미지나 요리책에서 찾아낸 율동적 색감과 패턴들을 재구성해서 매력적인 풍경이나 정물을 만들어낸다. 상품에나 쓰일 법한 품질보증이란 의미의 「품」자를 낙관처럼 박아 넣은 그의 작업들은 팝아트처럼 알록달록한 일상의 재미를 환기하기도 하지만 복제이미지의 통속성보다는 흔들리는 서정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는 갱지를 즐겨 사용한다. 갱지의 쿰쿰한 냄새와 요즘 종이답지 않은 가난하고 검박한 질감은 정겹다.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허튼 맹서가 판치는 세상에 물감이 번지기 시작하면 곧 울면서 응답하는 종이를 선택하는 것은 왜일까. 시간의 변화에 무기력한 바닥 위에 극도로 정치한 그림을 세기 듯 그리는 짐짓 무모해 보이는 작가의 시도 속에서 나는 유한성과 겨루는 대신 그것을 벼려서 품어 들이는 어떤 정신성을 만난다.
그것은 최근작인 「생활의 발견」이나 「그릇도」연작에서도 느껴지는데 달래, 냉이, 씀바귀를 담은 나물 바구니나 그릇들의 아기자기한 배열 속에서 일상의 정취와 예찬의 소근거림이 들리기도 하지만 화면의 베이스를 이루는 회색톤과 늘 비어있는 밥그릇 탓으로 주변에 놓인 꽃들은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자리인 비.움.에 대한 헌화 같기도 하다. 그것은 허무하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일상에 바치는 제의일런지도 모른다. 작가는 일상이 품고 있는 뒤안의 텅 빈 깊이를 인식하며 그 아름다움을 향유한다.
작품 「창 아래 풍경」처럼 꽃집 간판에서 출발해서 피아노 교습소까지 모눈의 미로를 헤매고 흐르는 점점 동그라미는 그 여정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사유의 흔적일 것이다. 강인덕의 그림은 추상의 길을 여행하고 재현의 세계로 돌아오는, 허공을 만지고도 다시 담담히 일상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의 지도를 품고 있다. ■ 제미란
Vol.20091011f | 강인덕展 / KANGINDUK / 姜仁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