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들의 산책Ⅱ A Stroll of Painting BrushesⅡ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   2009_1021 ▶ 2009_1101 / 월요일 휴관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각 67×96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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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021_수요일_06:00pm

후원_서울특별시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북촌미술관_BUKCHON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0-4번지 청남문화원 Tel. +82.2.741.2296 www.bukchonartmuseum.com

소요의 풍경-숲의 내면탐구 - 14개의 소요(逍遙) 풍경 ● 정경화는 2001년 이후 「논과 밭-수묵의 표정」(2001), 「숲-바람-숨결」(2003), 「숲-부드러운 바람」(2005), 「숲을 노닐다」(2007) 등의 표제에서 보듯 작가가 딛고 있는 대지의 영혼으로부터 숲과 바람의 부드러운 숨결, 숲의 다종다양한 표정을 표현해 왔다. 「숲을 노닐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유용한 목적 없이 쉬엄쉬엄 걷는 소요유의 풍경 속에는 정신의 자유해방과 심미적 쾌감이 특유의 시각체험 형식으로 내재해 있다. ● 수목의 다양한 표현 가운데 숲에 대한 탐구는 유근택의 「앞산 풍경」연작과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유근택의 「앞산풍경」이 변화된 풍경의 관찰을 통한 기록과 기록화된 풍경연구라면 정경화의 「필들의 산책」은 풍경(숲)속을 소요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필(筆)의 변화로 표현하면서 주관화된 심상을 표현한 숲이라는 점이 대조적이다. 즉 유근택이 표현한 「앞산 풍경」은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 같이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일상에서 바라본 앞산의 풍경을 시간성의 측면에서 탐구한 것이라면 정경화의 「필들의 산책」은 숲에서 느끼는 감정의 내면을 외면화 하면서 화면안의 공간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점은 유근택이 공간속에서 사물과 사건, 이야기의 구조를 통한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과 정경화가 시간속에서 나타난 직관의 해석, 대상에 대한 변형과 재구성을 통한 공간해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과 일치한다.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2×446cm_2009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67×96cm_2009

정경화의 숲의 표정에 대한 연구는 대상에 대한 충실한 묘사, 압박해가는 화면, 筆을 통한 우연적 요소의 유희로 요약될 수 있다. 14개의 다양한 숲의 표정은 숲을 지나며, 나오면서, 숲속에서 느끼는 바람, 햇빛, 소리, 빛의 다양한 빛깔과 그늘을 묘사하면서 자연의 다양한 표정을 부각시킨다. 이 표정은 보다 감각화되고 감정이입된 자연의 묘사가 갖는 숲의 내면탐구를 상징하고 있다. 화면은 강건하고 율동감 있는 화면의 조형과 속도감으로 인해 감정의 리듬을 압박해 가는데 필선과 먹의 다양한 조형이 강력한 상징과 표정을 상기시킨다. 필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실험, 중첩, 변형, 해체 강약, 리듬, 급격한 전환이 화면을 더욱 강화 시키면서 소요라고 하기엔 다소 활달한 감정으로 몰아간다. ● 정경화의 화면은 사물을 직관한 다양한 관찰과 표현, 특유의 필선과 공간해석을 통해 자연에 입각한 강렬한 율동의 추상을 경험하게 한다. 정경화가 표현하고 있는 추상의 율동은 자연대상을 기조로 하고 있으면서 심리적으로 재구성된 자연, 내면의 감정을 추상화한 인상깊은 화면을 제시한다.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각 160×70cm, 가변설치_2009

중중첩첩(重重疊疊) ● 대작 구성으로 된 병풍 형식의 작품들은 산책과 소요의 풍경에서 얻은 필선의 실험을 바탕으로 발묵과 파묵, 자유로운 필의 운용과 해석을 중층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병풍식의 구도속에 그림의 일환으로 글씨가 차용된 화면에는 강력하고 대담한 산의 중량감에 매우 리듬있게 전개된 서체 텍스트들이 산의 마루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예의 문자성이 아닌 화면에서 보이는 운필의 힘과 리듬에 따라 서예가 결합된 화면은 서예도 텍스트가 아닌 구성 이미지로 화면에 전개된다. 서체 이미지로부터 솟아오르는 텍스트의 반전효과는 먹을 통한 입체감이 강한 필선과 대비되면서 고전을 경쾌하게 전치시킨다. 물론 이러한 고전의 전치와 재해석은 정경화가 구사하고 있는 독특한 실험- 나뭇가지와 칙서, 죽필의 다양한 사용을 통한 개성확보와 기법의 혼용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빠른 운필의 활용과 대상에 대한 변형과 재구성이 가능하게 된 것이고 화면에 나타난 다양한 흔적은 새로운 체험과 사유를 가능케 하고 있다. ● 정경화는 숲과 대상을 단순화하고 직관적인 감성을 점과 선의 다양한 중첩과 함께 표현하는데 파묵, 발묵의 기법들이 혼용해서 표현된다. 이러한 중첩속에 죽필을 통한 강한 필선의 힘과 강약대비가 매우 변화있게 구사되면서 화면을 장악해 들어가는 것이다. 황정견의 한산자 방거사시첩, 조맹부의 적벽부, 왕희지의 난정서는 그것이 차용된 형식으로서의 텍스트의 종속성이 아닌 화면의 구성요소, 획이 아닌 필의 구성요소로 자리한다. ● 정경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필의 운용은 점과 선이 혼재된 자유로운 공간해석, 번짐과 스밈, 선의 굵기와 각도, 장단에 의한 리듬과 변화들이 대상에 대한 체험을 가능케하고 새로운 산수양식으로 전환되고자 하는 욕망에 기초하고 있다.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각 143×37cm×6_2009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3×37cm×8_2009

간결함속에 담긴 빛깔 ● 정경화의 작품중에 족자 형식의 작품은 문인화의 담백한 구성미와 아취를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다. 필선이 가늘고 더 경쾌한 이 작품은 생략에 의한 간결미와 소박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고람 전기의 「계산포무도」를 보는 것처럼 삽상한 건강미를 느끼게 하는 이 작품들은 대상에 대해 힘을 빼고 붓으로 가볍게 스쳐간 화면에서 간결한 운치와 빛깔을 갖고 있다.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벗어난 자유로운 소요가 산책의 풍경을 더하고 있다. ● 정경화는 특유의 필법과 구성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화면과 공간해석, 실험적인 표현으로 내면의 감정을 추상적인 율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새로운 구성과 율동은 수묵산수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활발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공간에 대한 경쾌한 해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하다. 또한 산책하고 소요하는 숲은 작가에게서,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주변의 숲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관념의 산수가 아닌 '생활의 발견'이 산책해야 할 대상임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궁색하거나 난삽하지 않고 침착통쾌한 감각을 얻기위해서는 현실속에 있지만 현실 너머의 것이 어떤 것이 제시되어야 할 것 같다. 생략과 압축에 의한 대상의 단순화와 직관, 허실과 소밀의 상호작용, 강약, 기복, 굴절, 참치 등을 통한 천연스런 기세와 골격, 주도면밀한 붓의 운용과 기력이 산책하는 풍경속에 담겨있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정경화의 작업은 전진해야 할 요소가 남아 있다. ■ 류철하

Vol.20091005g |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