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at the wardrobe

이혜영展 / LEEHYEYOUNG / 李惠映 / mixed media   2009_0731 ▶ 2009_0809

이혜영_Mother's Dress_캐스팅, 수제종이_150×260×1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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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73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_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 www.noamgallery.com

미메시스를 통한 삶의 미메시스로의 여정 ● 우리는 왜 꼭 같이 닮은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부모를 빼어 닮은 아이를 보면 공연히 재미있어하고 사람흉내를 내는 동물도, 인형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꿈속에 나온듯한 상황을 만나면 신기해하며, 모창이나 성대모사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심지어 다른 대상을 닮아 있는 자연물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과연 그 까닭은 무엇일까? ● 이러한 재현과 모방이 지니는 묘한 매력에 주목하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이 잉태되었을 것이다. (모방을 부정적으로 보든지 긍정적으로 보든지 간에) 그리고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예술의 중요한 가치로 역할 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모방론'은 구조주의와 해체주의에 의해 새로운 읽기가 시도되었다. 요즈음은 원형과 원형을 닮은 모사, 모상, 복제, 복사간의 구별이 점점 더 무의미해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작금의 다양한 담론들을 바탕으로, 재현이나 모방(미메시스 Mimesis : 1.【예술·수사학】모의, 모방, 모사 2.【생물】 의태(擬態)(imitation))의 방법론을 취하는 여러 양상들이 화단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혜영_Shirts_캐스팅, 수제종이, 아크릴수지 캐스팅_68×85×6cm_2009
이혜영_Pants_캐스팅, 수제종이_100×100×12cm_2009

그리고 이혜영에게 있어 미메시스는 결정적이다. 내용과 형식에 있어 모두. ● 우선, 이혜영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시 만든다. 정확히는 종이로 떠낸다. 기존의 사물(레디메이드)을 적절히 구성하여 흡사 레디메이드 같은 오리지널을 만든다. 즉, 원형(레디메이드 오리지널)을 그대로 떠내 여러 개 제작될 수 있는 하나하나가 원본(오리지널)인 제작물(멀티플)을 만든다. 가급적 기술이 지원되는 한 아주 꼭 같이, 여실히,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재현하려 한다. 재현의 정도가 작품의 밀도-질을 크게 좌우하는 극한의 방법을 일부러 고수한다. 그리고 점점 더 재현하기가 어려운 대상을 선택한다. 그녀는 이 방면에 고수이기 때문이다.

이혜영_A Short Stay_캐스팅, 수제종이, 하이그로시판_60×84×10.5cm_2009
이혜영_The Rose of Sharon_캐스팅, 수제종이_56×56×6cm_2009

하지만 작품은 원본과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모방은 어차피 '차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차이는 작가가 철저히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이다. 주로 색감의 변화, 미세한 재질감의 차이, 중량감 등 얼핏 표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원형과 판이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실제 사물이 지닌 구체적 현물로서의 지시성은 은유와 상징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 차이야 말로 작가의 노고와 숨결과 채취의 결과물이다. 이혜영은 이 미묘한 차이를 바탕으로 담담하게 개개인의 '기억'에 다가가서 말을 건넨다. ● 이혜영은 섬유로 만들어진 옷, 천 등을 다시 종이의 섬유소로 재현한다. 그 대부분의 소재들은 이미 누군가가 사용하던 것을 옮긴 듯하여 그 사물에 깃든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작품은 생생한 재현 때문에 마치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혜영_Drawer_캐스팅, 수제종이_45×145×10cm_2009

간혹 적극적인 동세를 표현한 작업도 사람은 빠져나가고 옷만 있어 부재한 사람에 대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모두가 종이를 통한 대상의 응고이자, 시간의 박제이자, 삶의 기록이자, 기억의 편린이다. ● 우리는 이혜영의 작품을 통해 명증한 메시지 대신에 사람들 누구나가 의식의 저변에 간직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감정, 정서와 만나게 된다. 이 모호함은 표현된 내용과 감정이 복합적이고 다의적이어서 특정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데서 비롯된다.

이혜영_Cloths_캐스팅, 수제종이_98×98×9cm_2009_부분

하지만 정서의 내용자체는 오히려 일관되고 분명한 편이다. - 즉, 시간과 기억과 연계되고, 소리는 배제되고, 실체 없이 생생하게 실체를 드러내어 초현실적이며, 기름기 없이 담백한 혹은 가라앉아 침잠하는 색상의 느낌에, 종이의 재료적 특성에서 오는 친근함과 가벼움 등을 아우르는 그런 내용의 정서. 약간의 애잔함과 허무함과 공허함과 신기함이 한데 어우러진 정서 등등. - 현실 생활에서 우리는 수시로 이보다 더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에 직면하기 일쑤다. 하여 이혜영의 작업은 지극히 현실에 대한 미메시스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겐 옷장을 열어젖히고 뛰쳐나와 맞이할 보다 넓고 징한 세상으로의 간곡한 여정이 마련되어 있다. ■ 윤동천

Vol.20090720h | 이혜영展 / LEEHYEYOUNG / 李惠映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