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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생명의 끈 (cord of life) 이민하의 작업은 자연의 신비로운 생명의 순환에 작가자신의 정체성을 대입하여 섬세한 동양적 질료로 그린 회화다. 한지를 겹겹이 붙인 표면위에 열매, 씨앗, 나뭇잎 등 자연의 부분적 요소를 수묵색채의 스며듦과 번짐 기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빛을 찾아 그려낸 것이다. 작가는 젊은 여성으로서 결혼, 임신, 출산의 경험을 통해 작은 자연의 요소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간본래의 존재론적 비밀을 풀어본다.
이번 전시에는 주로 꽈리를 소제로 한 작품 시리즈를 발표하는데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줄기와 표면이 말라가면서 만들어낸 그물모양의 열매 그리고 그 안의 씨앗의 형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는 형태를 표현해 내고 있다. ● 작가자신이 경험된 순간을 들여다보며 질료를 선택하고, 색채를 입혀내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감각을 붙들어 만든 작업이다. ● 꽈리는 본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줄기와 껍질의 결만 남기고 말라 있고, 들어 있는 씨앗으로 생명의 순간을 짐작할 수 있다. ● 시간의 순환이 압축되어 보이는 회화는 그 시간만큼을 짐작하게 하는 수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자연의 색채를 물들인 한지를 겹겹이 붙여 표현하는데 때로는 껍질의 망을 하나하나 오려서 붙임으로 마티에르를 만들고 그 속의 열매를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이 시리즈 작업은 화면의 배경과 함께 꽈리와 나뭇가지와의 관계 전체를 보여주는 것과 꽈리를 클로즈업시켜 화면전체가 그물망이 되어 그 속에 들어 있는 열매가 주인공이 되는 것들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나무와 함께 등장한 꽈리 작업에서는 열매는 껍질의 그물망만 남아있어 매우 연약하게 보이나 배경에서부터 나온 강한 선과 나뭇가지를 단단하게 감고 있는 줄기로 그들이 서로 연결된 관계임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기서는 끈과 껍질이 부각되는데 서체처럼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수묵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배경을 어둡게 하여 여백으로 끈을 드러내어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이민하는 종이, 먹, 붓이라는 동양적 질료를 콜라주와 채색의 적절한 서구적 표현방식을 혼합해 탐구하면서 한국화를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새롭게 실험하고 있다. ● 계절을 짐작할 수 있는 자연의 색채가 밑에서부터 배어나오는 화면의 배경과 실핏줄 조직을 가진 그물망 안에서 보여주는 색채의 미묘한 변화는 열매의 껍질은 말랐지만 그 속의 씨에서 외부세계로부터 신비한 기운을 받아들여 새로운 생명으로 잉태되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 수묵자체의 붓 터치에서 나오는 기운생동은 자연스럽게 잉태된 열매로 연결되며 외부세계와 모체로 상징되는 줄기 그리고 열매의 막과 내부의 핵은 숨을 쉬는 생명력으로 자연스럽게 총체적 관계를 맺고 있다. ● 색채와 한지의 콜라주를 섞는 기법은 반투명으로 저 너머의 깊이 있는 비밀스러운 창조계의 힘을 배어나오게 하고 머금는 상태이며 그 위 형태의 어둡고 밝은 명암법과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겹겹이 중층적 레이어를 만들어 낸다. 각각의 존재는 서로 관계되며 속해 있을 수밖에 없는 우주의 근원적인 질서와 구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민하는 존재자체로부터 개체의 생명에 이르기까지 관계와 소통을 이렇게 서로 통과되는 여러 개의 막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매우 촉각적인 감각을 느끼게 한다. 촉각적은 매우 즉각적인 방법에 의해 형성되는데 반해 작가는 시간을 두면서 작업을 하여 촉각을 인식과 지각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화면에서 열매의 얇은 막 안에 들어 있는 내부 핵은 아직 덜 성숙되어 붉은 비 결정된 원 형태를 보이지만 에너지를 담고 있어 미세한 불꽃처럼 아름답다. 이것은 빛과 함께 표현되는데 배경의 투영된 밝은 색은 빛으로 변화되어 줄기와 내부의 핵까지 영향을 미친다. ● 이 빛은 생명 태동의 박동을 울리며 환희와 기쁨을 가져다준다. 화면의 배경은 하늘이 되며 영감과 영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고 열매 껍질은 땅이 되어 잉태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껍질은 신경섬유나 실핏줄처럼 얽혀있는 형태로 땅과 하늘의 에너지를 내부의 핵에 전달하는 관처럼 보인다. ● 또 다른 시리즈로 화면전체가 껍질의 그물망이 되어 덮여 있고 그 안의 핵이 주인공으로 표현된 작업을 볼 수 있다. 잎맥처럼 얽혀 있는 흰색선의 망을 통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단단하게 보이는 조개껍질이 벌어져 진주처럼 보이는 붉은 핵을 품고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벌어진 붉은 색 꽈리 안에 단단한 진주 핵이 들어 있다. ● 이 작품들은 화면 전체에 평면적으로 흰색 열매 맥의 얼개가 펼쳐 있어 회화는 화면에서 부터 회화바깥 공간까지 연결되며 실제 의미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회색 톤의 색채는 미묘한 리듬은 가지며 중심의 조개를 향해 모여 총체 된 융합 체를 이루는데 이것은 바깥의 모든 경험이 안으로 집약된 것처럼 보인다. ● 그 속의 붉은 핵은 이런 모든 것들을 흡수한 조화로움을 담고 있는 생명체로서 완성된 모습이다. 그것은 꽈리열매로서 곧 탄생될 뿐 아니라 정신적인 얼로서도 하나의 완성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무른 유동적 생명체와 얇은 꽈리의 껍질 안에 들어있는 단단한 진주가 각각 다른 그림으로 그려짐으로 생명의 물성과 정신성의 관계가 탐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민하는 장자의 지해지심(知解之心)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주체와 객체가 하나 됨을 파악한 사물의 본질에 대한 섬세한 경험적 관찰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화면전체에 넓게 퍼진 그물망으로 자아 타자 모두 물아양망(物我兩忘)의 상태로 곧장 들어가게 한다. 마치 들뢰즈가 말한 것처럼 온몸이 머리가 되고 구분이 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서는 본질인 핵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작가의 생명과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이민하는 중층적으로 배어나오게 하는 마티에르, 일획의 간결함, 세밀한 묘사의 필법 등을 다양하게 사용함으로 동서양의 회화적 방법론을 혼재해 한국화를 실험하고 있다. 이민하는 환경과 삶의 경험을 깊게 사고하면서 관찰해 나온 직감적인 감각과 생명에 관한 철학적 사고를 가지며 정신과 행위 모두를 일치시키는 진지한 작가로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된다. ■ 김미진
Vol.20090715d | 이민하展 / lEEMINHA / 李玟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