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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62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조현화랑 부산 JOHYUN GALLERY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01-15번지 Tel. +82.51.747.8853 www.johyungallery.com
유정현의 회화적 존재들 ● 실제 체험보다 이미지 정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세계를 경험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 진 "이미지 시대"의 화가들은 세계의 일차적 재현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도구로서 이미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매혹적인 기술과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어 도처에 편재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는 이미지들은 회화를 그들의 추종자로 전락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화가들은 이미지 풀에서 다차원적인 모티브를 찾아내기도 하고, 이미지와 대비되는 회화성을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를 찾기도 한다. 회화적 존재를 탐구하는 유정현은 그런 화가들 중 한 명이다.
「별과 검은 파편」전에서 발표하는 흑백의 초상들은 미의 표상으로 숭배되는 기존의 이미지들을 회화적인 방식으로 재현하고 소화한 작업이다. 유정현의 이전 작품에는 안과 밖, 있음과 없음의 경계를 찾아가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그림자 같은 얼굴들이 등장했었다. 그림 앞의 세계를 무심히 혹은 무섭게 응시하는 눈빛만 느껴지던 나이와 성별이 모호한 얼굴들과는 달리 새로운 초상들은 분명한 미적 코드를 따르고 있다. 거울, 보름달, 미녀의 수려한 옆모습, 부드러운 머릿결, 꽃과 구슬 장식의 이미지들이 풍부한 농담의 단색조와 독특한 질감 속에 아름다움과 추함, 장식과 상처 사이에 걸쳐있는 형상들을 보여준다. 별처럼 도달할 수 없는, 혹은 이미 사라져버린 아름다움의 잔영은 유정현 특유의 표면 작업을 통하여 확인된 "피부"로서 화면 상에 존재한다.
유정현은 회화란 어느 시대에나 정신적, 조형적 깊이를 탐구하는 장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깊이는 역설적이게도 피부라는 상징으로 나타난다. 그녀가 그리는 박피된 듯 혹은 그림자처럼 유영하는 형상들은 오직 피막만으로 지탱되어 있다. 엷은 물감 얼룩들은 배경과 형태를 구별하는 그리기 작업을 통해 표정과 자세를 부여 받는다. 피부 혹은 껍질을 만들고 확인하는 행위로서의 회화 작업이 작가의 존재적 고민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가장 깊은 것은 바로 피부"라고 한 시인 폴 발레리, 정신분석학에서 "피부-자아"라는 혁신적인 자아 이론을 제시한 디디에 앙지외를 생각하게 한다. 우연을 해석하고 수용하면서 문지르고 닦아내고 보완하며 장식하는 유정현의 작업은 "따뜻한 피부"를 만든는 과정에 비할 수 있겠다. 앙지외는 "나"와 세계의 경계인 피부가 자아 확립에 가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논하며, 경계와 접촉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였다. 그는 생존을 위해 극한의 환경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 에스키모 인들의 강인한 자아는 엄마와 피부를 밀착한 채 보내는 유년기를 통해 얻어짐을 관찰했는데 유정현이 에스키모인의 자기 제어 방식에서 회화 작업이 개인적으로 가지는 의미의 비유를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지 싶다. "에스키모 인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향해 무작정 걷고 또 걷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분노가 가라앉음을 느낄 때 그 자리에 서서 지팡이를 꽂아 놓고 되돌아 온다고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그와 유사한 비워지고 채워지는 가슴 깊은 속이 욱신거리는 여정이다."
「검은 꽃s」 시리즈는 광목 천에 뿌려진 검은 물감과 안료의 얼룩 속에서 피워 낸 상상의 꽃이다. 작가가 붓으로 그린 부분은 꽃의 형상이 아니라 배경을 이루는 광목 색 평면이니 그렸다기 보다는 지우기에 의해서 꽃의 형상이 드러나게 된다. 형태와 바탕을 구분 짓는 경계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은 꽃무늬에 장식 이상의 중요성을 부여한다. 무늬는 피부나 피복을 장식하면서 싸개로서의 단일성을 부여하지만 바탕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또 다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신체를 풍경으로, 풍경을 다시 평면적인 무늬로 만든다. 무늬이기도 하고 풍경이기도 한 검은 꽃은 작가의 표현을 빌면,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가능한 것"이며 「통과」이라 제목이 붙여졌다. 여기서 예고된 다른 상황으로의 이동은 「이미지의 표면」, 「감성교배」, 「착륙」 과 같은 일련의 풍경에서 나타난다, 검은 얼룩과 파스텔 톤의 동그라미나 동심원 같은 도형들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충돌하는 가운데 생성 중인 모종의 장소가 그려지고 때로는 최초의 인간처럼 헐벗은 나신들이 풍경을 관망하거나 조심스레 유희를 시작한다.
유정현은 시각적, 인식적 충돌과 대립이 만드는 상황에서 각별하게 의식하게 되는 존재감으로부터 작업하여 회화적인 존재들을 만들어낸다. 우연을 존중하고 차이와 대립을 극복하는 작업 과정이 묻어나 있는 인물, 풍경 혹은 이야기가 있는 장면들이 알려진 사물이나 현상의 재현이 아닌 신선함을 지닌 것은 바로 화면 위에서 새롭게 태어난 회화적 존재들이 때문이다. ■ 김애령
Vol.20090627g | 유정현展 / YOOJUNGHYUN / 劉正賢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