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61022a | 정규리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0313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인_GALLERY IH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Tel. +82.2.732.4677~8 www.galleryihn.com
우리는 곧잘 꿈을 꾼다. 어떤 공상이나 망상, 상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때 연상되는 스토리는 현실의 이야기들과 사뭇 다르며 어떤 염원이나 희망, 바람 등 가상의 욕망의 조타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객체들은 상징과 은유의 극단을 오가는데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의미와 상충되는 개념을 도출해내기도 하며, 우리의 인식 안에 각인된 그것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개체들이 지니고 있는 속성 중 꿈꾸는 이에게 주관적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과 관계로 인해 객체들의 역할이 결정지어 지는 것이다. ● 중력이 무시되는 작가의 화면에도 마치 꿈에서 나올듯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거대한 시계가 수영장에 빠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행기가 그 위를 날기도 하며 그것이 뿌렸을지 모를 양초와 알약이 쏟아져 내린다. 그 사이로 풍선이 떠다니며 낙하산이 뒤집혀 올라간다. 공간을 나뉘는듯한 구획의 경계에서 파도가 시작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상황은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파라솔과 그 주변에 일광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떨어지는 무엇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들추거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일광욕을 즐기듯 누워있는 그들은 왜 그렇게 하고 있을까? 작가는 서로 다른 공간과 상황이 한 화면에 담겨져 이해 할 수 없을 법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공간 안에 부유하듯 펼쳐진 사물들의 연관성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 여기서 우리는 정규리의 작품들을 기표와 기의에 의한 도상학적 해법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기표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호로써 의미와 우리의 경험에 의해 수용된 의미가 완충되어 읽혀지는데「Rain or Sunshine」연작 중 한 작품을 보면 비가 내리듯 쏟아지는 양초가 등장한다. 그것은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상징으로써 의미되기도 하고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히는 희생의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양초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속성들과 결부되어 우리의 경험적 인식 안에 대입해보자. 그것은 '축하'의 무엇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불 자체로써 '재앙'으로 수용될 가능성을 지닌다. 아니면 희생의 상징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이렇게 정규리의 작업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사실적 이미지와 그리고 그것들이 놓여 진 위치로 인해 우리에게 인식 되어진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어 질 수 있는 여지를 선사한다. 좁게 바라보건데 양극단을 오가는 양가적 속성을 띤 다시 말해 이것은 A는 A일수도 있고 B일수도 있으며 Z일수도 있다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손질하지 않고 전혀 엉뚱한 물체끼리 조합시켜 별개의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비유적, 연상적, 상징적 효과를 노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작업은 여러 요소들을 부적합한 면에 붙여 놓고 그것들 사이에서 발생과 어긋남과 임의성에 의해 초현실적 이미지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몇몇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도 중력과 공간을 무시한 채 사실적으로 재현된 객체들로 화면을 채우는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 마그리트 작업을 살펴보면 평소 익숙했던 사물의 위치를 전환시켜 전혀 엉뚱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시키거나 사물과 말, 그러니까 이미지와 이성 사이의 조합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작가는 기존의 재현체계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사소통의 체계를 거부하고 언어와 사고 사이의 의미 관계에서 전복을 꾀했던 것이다. 데페이즈망 효과로 불리 우는 이러한 기법은 정확한 사실적 기법으로 묘사된 이미지를 대상으로 이성적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것과 전혀 연관성이 없을법한 무언가를 제시함으로써 이성적 체계를 전복시켜 심리적 충격과 혼란을 가져온다. 정규리의 작업에서도 소극적으로 나마 데페이즈망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 체계를 혼란시키려 드는 것이 아니라 이성 체계 안에서 우리가 수용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사실적 이미지들은 재현적 모방이 아닌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의식이 억압하고 외면하고자 하는 것을 상징과 은유로 가시화 시켜 대상의 이중적인 의미를 끌어내는 것이다. ● 작가의 제목을 눈여겨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Rain or Sunshine」직역하자면 비 또는 햇살이라는 얘기인데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땅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과 '해가 쏘는 광선' 쯤으로 읽혀질 뿐 뚜렷한 연관성은 없다. 다만 땅위로 쏟아져 우리에게 다가오는 무엇으로만 추정될 뿐이다. 각박한 현대의 삶에서 '무엇인가 다가온다.' 라는 의미는 앞으로 벌어질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 불안과 공포, 즉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이것이 우리의 생각에 의해 좋은 것 일 수도 있고 나쁠 수 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항상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에 이성적 판단을 요하는데 이것이 과연 나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님 나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 정규리의 무중력 공간 안에는 일상, 공간과 사람, 사물들이 떠다닌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양극단의 이중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A는 Z가 될 수 있는 작금의 현실과 그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다. 사물들은 기존의 현실가치 체계와는 상관없는 공간에 위치하며 그 사물로써 이미지를 전개시켜나간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관념적 형태에 와는 또 다른 상황을 선사하는 것이다. 대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 배치시킴으로써 사물이 갖는 의미를 확대된 형태로 강조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각 이미지 갖는 주관적인 의미들의 조합으로 수용자적 입장에서 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을 요구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리의 작업을 감상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 황인성
Vol.20090313a | 정규리展 / CHUNGCURIE / 鄭珪俐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