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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09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츠바키_GALLERY TSUBAKI Daiichi Shimomura Bldg.1F 3-3-10 Kyobashi, Chuoh-ku, Tokyo, JAPAN Tel. +81.3.3281.7808 www.gallery-tsubaki.jp
존재의 매듭 ● 네모난 또는 둥근 틀을 싸는 듯한 천의 형상이 다양한 형태로 꼬여있거나 매듭지어 있다. 일상어에서 '꼬이다', '묶다', '풀리다'라는 어휘들이 내포하듯, 매듭의 다양한 양태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상징한다. 전시부제인 '자의식'은 물질적 형태와 심리적 내용과의 연관관계를 강조한다. 평평한 천이 당겨지고 감겨 올라가며, 때로 절단되는 형상은 전체의 부분에서 잘려진 판 위에 올려져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사각 기둥이나 정다면체와 길항작용을 하는 천의 형태를 가시화한 입체작품은 의식과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구조와 구조 사이를 연결하는 주름진 형태를 통해 심리적 드라마가 펼쳐진다. 작가는 유동적인 천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태화 되는 것은 의식이나 의지에 물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 자락은 판의 형태를 벗어나 자신들끼리 성긴 그물망을 짜면서 공간적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관계성이나 과정 그자체가 실재를 구성한다. 염상욱의 작품에서 매듭은 단순히 재미있는 형태를 넘어서 상징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에서 매듭의 의미는 양가적이다. 그것은 인생에 던져진 문제를 풀어주는 힘이면서, 결합시키는 힘이다.
종교학자 엘리아데에 의하면 결박의 주술적-종교적 복합체는 우주의 직물, 인간 운명의 실, 미궁, 존재의 사슬 같은 원형을 이룬다. 그것은 특수한 역사적 사례를 넘어 보편적 인간 심리 및 실존적 조건에 대한 상징이 된다. 우주자체가 하나의 직물, 거대한 그물로 생각되었다. 인간을 삶 또는 죽음에 묶여져 있고, 더 나아가서 삶 그자체가 직물이거나, 인간 각자의 삶을 매달고 있는 실로 비유된다. 신화라는 거시적 상징으로부터 미시적인 차원으로 이동하면, 염상욱의 작품은 심리적 존재의 위상학topology과 연결된다. 사각 판, 원판, 사면체, 기둥 등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구조와 관계망을 이루는 부드러운 천의 형태에서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는 연결고리로서의 매듭은 복잡한 심리적 드라마를 표현한다. 천의 모티브는 성긴 그물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조직과 조직이 얽힌 부분은 매듭이 된다. 직물 짜기와 같은 활동은 매듭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직물은 언어처럼 짜여진다. 라깡 식으로 말하면, 염상욱의 작품은 풀리지 않는 매듭이 실재의 영역을 나타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엮여지며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상상적이며, 그리로 서로 구분되는 구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의 매듭은 실재가 표상되고 말해지는 단계를 나타낸다.
상징적 질서는 억압을 낳고 금지는 위반에의 욕망을 낳지만, 욕망의 완전한 충족을 가져다주는 대상은 부재하다는 것이 정신분석학의 가설이다. 매듭의 형상으로 이루어지는 염상욱의 작품은 결핍과 실재의 규정 불가능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심리적 구조를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서 매듭들은 바탕에서 떠오르거나 침전되는 양상을 가지는데, 그것은 억압된 무의식이 용출하고 사라지는 잠재적인 형태이다. 잠재형태는 과감하게 잘려짐으로서 의식화된다. 무엇보다도 그의 부조 작품들은 자족적인 장면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부터 잘린 부분 같은 양상을 띤다. 매듭이나 절단 같은 이미지는 무의식이라는 무한을 한계 짓는 의식의 작업이다. 그러나 그것이 파편으로 드러나는 것은 의식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의 구조를 형성하는 존재의 매듭들은 신경증 환자의 정신구조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차원이 된다. 그것은 실재의 규정 불가능성 및 의미의 상실로부터 보호받으려는 반복된 행동, 요컨대 물신의 창조에 가까워진다. 이는 실재와의 만남을 계속 연기하는 것이지만, 자기 분석을 통해 주체의 존재를 경험하도록 한다. ■ 이선영
Vol.20090309a | 염상욱展 / YOMSANGUK / 廉尙煜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