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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226_목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展
관람시간 / 화~금요일_10:00am∼07:00pm / 토~일요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_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82.2.747.4675 www.skape.co.kr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지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질문을 던지는 장유정은 이번 전시에서 한층 더 깊어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을 통해 기법적으로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일루전과 눈속임이 가득한 이미지들을 통해 공간과 물체에 대한 존재론적, 인식론적 의문과 진실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찰나 보다 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시작된 사진은 우리 눈이 인지하는 대로 대상을 담아내고자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뇌로 전달되어 기억 장치에 저장되듯,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화학장치를 거쳐 인화지에 저장된다. 눈이 그러하듯 3차원의 입체적 인식은 아닐지언정 사진은 대상을 렌즈가 인식하는 대로 충실히 평면에 저장한다. 그러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객관적 행위와 결과물로 얻어지는 사진 사이에는 언제나 사진을 찍는 주체의 주관성이 함축되어 있다. 대상이 필름에 각인되는 짧은 시간 동안 대상은 스스로의 성질을 버리고 찍는 주체의 의도대로 변형되어 그것을 보게 될 제 삼자의 눈에 전달된다.
고대 로마의 플리니우스는 데생의 기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곧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젊은이를 사랑하는 한 여인이 그와의 이별에 앞서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사랑하는 이의 얼굴과 그 디테일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데생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얼굴 그림자를 따라 그리는 것에서 기인한 이 이야기는 회화의 기원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실루엣이자 주체의 쌍둥이와도 같은 그림자는 주체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증명하고, 미래에는 사라질 지 모를 그것의 잠재적 존재감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그림자는 선을 통해 변형의 과정을 겪고 주체가 없이도 주체의 존재감을 상징할 수 있는 독자적 존재로 자립한다. 도플갱어적으로 자립한 그림자는 주체와 결코 분리 될 수 없으나 주체의 모든 특성까지 내포하지는 않은 채로 독립적인 존재로 우뚝 선다.
'당연한 풍경'을 분석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장유정의 작품의 핵심에는 일루전이 있다. 우리 눈에 명백하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공간과 상황들에 작가는 주체적으로 개입하여 일루전을 만들어 낸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거울들 속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간에 대한 확장이 마치 벽 너머로 무한히 이어질 것 같은 공간을 상상하게끔 하는 풍경을 좋아하는 작가는 '당연해 보이는 풍경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내 나름대로 바꾸어 보았다'고 말하며 실제하는 풍경의 의미와 구조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작가에 의해 위치, 중력의 방향, 스케일 등이 혼란되어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은 우리 눈에는 익숙한 풍경들을 비합리적인, 이질적인 관계들로 변형시킨다. 과학적 시각에서 당연히 물체와 공간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그림자들은 다른 방향으로 독립적으로 전개되고 눈에 보일 듯 말 듯 하나 의도적으로 어색하게 변형된 이미지들은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공간이, 이 물체가 처해진 상황에서의 진실성은 작가의 개입에 의해 새로운 진실성으로 탈바꿈한다. 작가가 인지한 공간과 사물들은 미장센(mise-en-scene)을 거쳐 사진으로 기록되고 인화된 사진은 작가의 붓 끝을 통해 다시 한번 가공된다. 여러 번의 '공정'을 거치는 동안 작가가 행하는 '불필요한 행위'의 필요성은 일반적 사실 인식을 '비꼬는 것'을 위한 작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이해된다. 여기에서 현실,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사진과 회화의 초기 목적성은 가상과 상상과 결합하여 지극히 주관적인 목적을 띄게 되고, 보는 이는 이를 통하여 '이질적' 인식을 경험하게 된다. 장유정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일루전의 문제는 헷갈리는 상황을 제시 함으로서 진짜, 가짜의 문제, 그것을 추리하여 퀴즈를 푸는 듯한 느낌의 묘미를 제공하고 어색한 인식의 원인 규명을 위한 일종의 두뇌 반전 게임이 된다. ■ 김윤경
Vol.20090226f | 장유정展 / CHANGYUJUNG / 張有廷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