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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PERFORMER3 김지은 개인展
관람시간 / 02:00pm~08:00pm
갤러리 소굴 GALLERY SOGOOL 서울 마포구 독막로 129(창전동 393-4번지) Tel. +82.(0)11.9472.1084 gallerysg.egloos.com
우리가 잘 아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인어 아가씨'로 대표되는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잃은 인어 아가씨가 소통의 불가능으로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렸던 슬픈 동화에서처럼 다른 사람의 소망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현실이 우리를 서로에게서 고립시킨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인어 아가씨들의 직업과 이름, 포즈는 욕망을 부추기는 광고 등을 차용하였으나 '달콤한 느낌'을 제거하여 오히려 욕망에 희생당한 효과를 준다. 퍼포머 2부의 '황금채찍을 든 메두사'가 욕망을 부추기는 퍼포머의 역할이었다면, 퍼포머 3부의 인어 아가씨는 1부의 롤리타와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욕망과 그 희생적 측면을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띤, 가명이나마 이름을 가진 개인으로 표현하였다.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코제브에 의하면 인간은 욕망을 갖는 반면에 동물은 욕구밖에 갖지 않는다고 한다. 욕구란 특정한 대상을 가지고 그것과의 관계에서 충족되는 단순한 갈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배고픔을 느낀 동물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완전히 만족한다. 결핍-만족의 이 회로가 욕구의 특징이며, 인간의 생활도 대부분은 이 욕구에 의해 구동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또다른 종류의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욕망이다. 욕망은 욕구와는 달리 바라는 대상이 주어져 결핍이 충족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동물의 욕구는 타자 없이 충족되지만, 인간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타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연기해야만 하는 퍼포머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남다른 욕망을 숨기기 위해, 본질을 찾기 위해, 본질과 현실의 불일치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나름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그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닉하다.
p.s. 인어 아가씨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남다른 욕망으로 인해 몸을 바꾸고 물 바깥으로 나온 인어 공주의 눈에 비친 세상은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 아니라 끝이 없는 욕망으로 들끓고 있다. 그녀는 과장되고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 자신의 것과 다를 바 없는 슬픔과 결핍을 본다. ■ 김지은
Vol.20080705g | 김지은展 / KIMJIEUN / 金志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