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30408a | 나인주·장지영 설치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 부산시 수영구 광안 2동 169-44번지 Tel. 051_756_3313 www.spacebandee.com
한국 사람은 각자 태어난 해에 따라 12 가지의 특정 동물의 성향을 닮는다는 토속적 신앙을 내재하고 있다. 그 동물들은 우주의 기운의 변화를 계산하여 만들어놓은 사이클로써 각자의 운명을 상징한다. 우주의 기운을 계산하여 사람마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해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성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월, 일, 시에 따라 또 세분화된 성격과 운명을 받는다.
나인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동물의 탈을 쓰고 있다. 물론 그 동물들의 대표적인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작가가 잘 알고 있는 한 인물을 대상으로 분석한 총체적인 삶의 모습이나 그들의 삶의 한 사건의 일부분을 가져다가 작가의 시점에서 봐라보는 이미지를 입체적인 화폭으로 담아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작용들은 보이지 않는 완충관계나 상충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똑같은 한 사람을 놓고도 해석은 달라진다. 그리고 한 가지의 성격을 두고도 누구에게는 단점으로 보이고 누구에게는 장점으로 보인다. 예전에 어떤 판사로부터 사건의 전황을 살펴보면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은 모든 가해자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없다 말을 들었을 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자신에게 피해를 끼친 사람의 죄만 들고 파고들면 그 죄 속에서 자신도 헤어나지 못하고 병들게 되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을 연민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은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는 것을 느낀다. 삶이라는 여러 폭풍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으로 태어난 인간은 모두 위대하면서도 나약한 존재다.
나인주의 그동안의 작품들은 실존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통한 실존과 허상, 가시적인 것으로부터의 이해와 오해 또는 착각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저변에 깔린 고민은 같지만 재료나 방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작품은 전체적으로 회화에 가깝지만 부조형식의 조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착안은 홀로그램이 보여주는 입체적인 느낌을 회화에 담아보자는 것에서 왔다. 그것은 어쩌면 기능적인 면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가 회화를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흥밋거리이기도 하다. ● 홀로그램은 평면의 이미지를 몇 개의 레이어로 나누어 렌즈의 굴절에 의해 양 눈의 각도에 따라 만나는 상에 의해 입체로 보이게 하는, 실체는 없는 환영이다. 나인주는 그것과는 무엇인가 다른, 그림과 조각의 사이에서 환영도 아니고 완전한 실체도 아닌 가장 작은 공간에서 사실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예전 작품 중 홀로그램으로 제작한 것이 있는데 공장에서 일반 사진을 레이어로 나누어 필름의 굴절을 이용해 위치를 달리하여 원근감을 주는 것을 보고 이것을 회화에 접목한다면 그림이지만 조각이 가지는 공간감을 주어 입체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에 시도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 새롭게 느낀 것은 그림은 한 면만 볼 수 있지만 나인주의 (그림이라고도 조각이라고도 명할 수 없는)작품은 측면에서 봤을 때 정면에 가려 감춰진 부분을 다시 봄으로 해서 이해되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바람둥이 S씨'의 작품 정면에서는 개의 탈을 쓴 한 남자가 수신되어 온 전화를 들고 불안함으로 촉각을 세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보이지 않는 침대 속에 있다. 측면이나 위에서 보면 그 침대에 토끼의 머리를 한 여인이 누워 있고 이 남자는 그녀와 수신자 사이에서 무엇인가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상황을 관람자는 다각적인 시선에서 보면 좀 더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 나인주
Vol.20071213f | 나인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