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반디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34-26번지 Tel. 051_756_3313
'대안공간 ·반디' 개관 후 2번째 기획전시로 "혼·돈·공·간"이라는 주제 아래 조명과 형광물질을 이용한 설치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0, 30대의 두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2인전 형식으로, 이들 작가들이 다루고 있는 재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재료란, 신비하고 화려한 느낌으로 최근 무대조명이나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 미술분야에서도 다양한 매체의 사용과 함께 설치작업에 자주 접목되어온 자외선조명(일명, 블랙라이트)과 형광안료들이다. 이러한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매체미술(영상미술 등)을 지역에 소개하려는 대안공간 반디의 기획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그 재료의 매체적 속성과 일상성에 있다고 하겠다. 소위 테크노문화권에 인접해 있는 세대들이라면 한번쯤은 누구나 블랙라이트의 현란한 조명아래 몸을 흔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시각적인 효과나 신비감 때문에 블랙라이트는 최근 새로운 표현방법을 찾고있는 설치미술가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이번 전시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혼.돈.공.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설치된 실제적인 공간과 눈의 착시현상으로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는 공간사이에 간극이 생겨 실상과 허상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들이 일시에 허위로 판명날 수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거짓일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태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두 작가들은 블랙라이트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작가들로, 그것의 몽환적이며 확장적인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나인주의 작업은 3D건축설계도처럼 전시공간 벽면을 형광색 격자눈금으로 긋고, 벽과 바닥을 곡면으로 변형시켜 현실 공간이 아닌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한 쪽 구석의 좁고 긴 벽면에 할머니가 오래 살았던 좌천동 골목길의 영상을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투영한다. 그 결과, 전시장의 현실적 공간과 영상에 담겨진 과거의 공간이 공존하게 되며, 이 접점은 다시 과거-현재가 연결되는 시간적 공존으로 연결되어 작가의 기억과 모호한 공간 속에서 현실과 허상의 혼돈을 체험하게 한다. ● 장지영은 공간을 하나의 큰 3차원의 캔버스로 파악하고 보는 각도, 위치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의 변화와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선의 효과를 통해 독특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전시 공간을 모두 검은 천으로 뒤덥고 여러 색의 형광안료를 칠한 가는 철사로 변형된 인체나 자유로운 드로잉작업을 공간에 배치하여 평면적인 드로잉 개념을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 안규식
Vol.20030408a | 나인주·장지영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