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erty

유정훈 회화展   2007_1210 ▶ 2007_1222 / 일요일 휴관

유정훈_liber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1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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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0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하늘을 나는 코끼리 갤러리 서울 송파구 삼전동 49-4번지 기업은행 3층 Tel. 02_414_5476 blog.naver.com/iss003

유정훈-진실한 낙서화 ● 유정훈은 작업실 바닥에 커다란 화면을 펼쳐놓고 그 위에 다채로운 재료들을 섞어가면서 복잡다단한 삶을 닮은 만화경 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작고 밀폐된 작업실 공간, 작업실과 세상/일상의 경계에서 그 세상을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 그에게 그림 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그림이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는 없지만 이 작가에게 그림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관념이나 논리나 특정한 방법론이 아닌 일상적인 삶의 풍경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그리기로 풀어나가는 일이다. 그런 그림그리기는 오로지 그림 그린다는 행위, 시간, 그 실존적인 사건으로 미술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유정훈_liber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130cm_2007

그것이 그에게 삶을 사는 당위이고 작업하는 목적이자 의미 없는 세계에 최소한의 의미를 부여하는 절박한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모든 작가들이 그렇게 세상과 동떨어진 작업실 공간에서 살아가고 그림 그리는 이유를 찾아나가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 자체를 작업의 중심으로 삼고 버티는 이들을 찾기도 사실 쉽지는 않다. 모두가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작업은 또 다른 알리바이로 국한되거나 이용된다. 작업실 공간이 작가들에게 동일한 의미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그 공간이 작가들의 작업과 맺고 있는 상관관계를 해명해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유정훈_coffee ti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200cm_2007

유정훈에게 작업실 문턱은 중요해 보인다. 그는 방금 전 보고 온 장면, 작업실로 들어오기 전까지 보고 접했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그것은 기억의 재생이기도 하고 현실과 그로부터 파생한 상상의 기이한 동거로 이루어진 풍경화 같기도 하고 억눌리고 잠재된 한 개인의 상처나 욕망을 마냥 낙서처럼 끄적거리면서 치유하는 과정 같기도 하다. 아니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도 같다. 오로지 그림 그리는 행위가 모든 것을 넘어서고 우선하는 일은 본능적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하얀 종이위에 조막손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려대던 추억, 빈 공간만 보면 반복해서 써나가면서 채워나가고자 하는 알 수 없는 갈증, 몸 안 속의 모든 것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지닌 것들이다. 다만 화가들은 그런 욕구나 본능을 조형적으로, 지속적인 작업으로 구현해내는 이들이다. 유정훈은 유년기의 추억과 본능을 여전히 지속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다.

유정훈_freewa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27cm_2007

화면은 그림과 상징, 기호와 만화, 낙서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선, 도형의 연속적인 구성으로 가득하다. 남자와 여자의 몸을 기호화한 형상, 두드러지게 그려진 눈과 얼굴, 도돌이표나 소용돌이 문양의 반복적인 등장, 꽃과 별, 나무와 구름, 개와 차, 건물과 숫자, 문자 등등이 가득 찬 공간은 원근도, 중심도 없이 전면적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나가면서 스스로 자가 증식하는 이미지의 생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다분히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인 그리기와 연관되어 보인다. 일종의 자동 기술적인 그리기 혹은 의식과 무의식의 접점에서 자연스레 부풀어오르거나 풀려져 나오는 기이한 그림이다.

유정훈_he is run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130cm_2007

밀집된 선과 색이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모종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기본적인 시각이미지의 조형요소들을 가지고 구술하고 기술한다. 그것은 그림으로 쓰인 이야기, 선과 색으로 직조해서 구성한 문양과 패턴을 연상시킨다. 선사시대인 들의 벽화나 고대 마야인 들의 상형문자처럼 흥미로운 문자그림 혹은 벽에 시술된 '그라피티'를 떠올려준다. 강한 윤곽선으로 자유로운 형상의 궤적을 자유롭게 연결해나가고 그 안에 색을 얹혀놓거나 단순한 묘사를 삽입해 놓았다. 감각적인 시각요소들이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려지고 장식되었다. 흰 캔버스 피부위에 굵고 진한 윤곽선이 유연하게 흘러 다니다가 문득 모종의 형태를 만들어주고 다양한 기호와 상징들을 떠올려주다가 이 세상의 풍경을 숨은 그림처럼 홀연 안긴다.

유정훈_thinking of 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200cm_2006

한 개인이 체험한 사적인 일상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세상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만화처럼 그려져 있는 이 그림에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그림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떠올릴 수 도 있고 그림 안에서 자신의 일상과 상상을 만나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다분히 팝 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고 이른바 기호형상, 상형문자회화, 혹은 낙서화의 여러 경향들이 혼재되어 있다. 다만 그가 즐겨 구사하는 기호와 형상들의 독자적인 이미지화 그리고 그것들의 짜임과 이야기의 독특한 구성 등이 필요해 보인다.

유정훈_thinking of 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200cm_2007

유정훈에게 그림은 사적인 모든 것의 기술화, 개인의 경험과 그로부터 더 멀리 나아가 흡입해낸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덧붙이고 상상해 그려/써나가고자 하는 욕망에 해당한다. "난 그저 내 작업이 꾸밈없는 표현, 생각 그대로의 표현,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었으면 하며 그것이 나를,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나타내지 않을까라는 내 나름대로의 조심스런 생각을 갖는다. 내가 쭉 그리면서 지켜본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며 사람들의 내적인 표현, 마음속의 생각들을 그리고자 원한다는 것이다." ■ 유정훈

유정훈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200cm_2006

자신의 몸에서 이미지의 동인을 시추하고 그렇게 추출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 상상을 한 화면에 평면적으로 펼쳐 보이는 일이다. 자신의 내면과 의식과 기억, 상상 그리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고자 하는 시도이자 그렇게 개인적으로 독해한 것들을 이미지로 번안하는 일이 그의 그림인 셈이다. 그렇게 매일의 일상과 생애의 다양한 것들이 그림 안으로 호명되어 들어왔다. 그림이란 것이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자 작가의 머리와 가슴속에 잔상으로 남겨진 것들에 육체를 입히고 이를 세상 밖으로 육화시켜 놓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들려주는 그림이다. ■ 박영택

Vol.20071210a | 유정훈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