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s for Sane Folks

박지훈 개인展   2007_0905 ▶ 2007_0917

박지훈_완전평형상태 Absolute Equation_혼합재료_135×52×56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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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5_수요일_05:00pm

김진혜 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02_725_6751 www.kimjinhyegallery.com

미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모자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보이는 곳 그리고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균형(Equilibrium)'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다고 한다. 인간을 제외한 자연의 모든 요소들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과 파괴, 소멸과 재생산을 반복하며 균형을 유지한다. 문명의 모습이 그것을 부정하고 있다고는 하나 사람도 균형유지의 절박함과 자명함을 알고 있다. 인간의 인식의 구조 안에도 이러한 장치가 존재하며 우리는 이 미친 세상에서 깨어있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조절장치를 만든다. 도덕과 규율, 법과 제도등도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사람을 비난하고 마약을 하는 사람을 '마약쟁이'라 부르며 이성관계가 다중적인 사람들을 '바람둥이'라 부르는 것 등도 이러한 장치의 연장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저울이 기울 때 우리는 곧 바로 배척과 경계의 제스츄어를 취하려고 한다.

박지훈_완전평형상태 Absolute Equation_혼합재료_135×52×56cm_2007_부분

어렸을 적, 내가 살던 집 바로 뒷집에 미친 여자가 살았었는데 난 그때 왜 저 사람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지 않고 저리 버젓이 정상의 사람들과 뒤 섞여 살고 있을까 의아해 했었다. 한번은 그 여자가 하얀색 소복 같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그 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야구 모자를 쓴 채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단 한 번도 나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심지어 말을 건 낸 적도 없었지만 그 사람과 난생 처음 가까이서 마주 쳤을 때 느꼈던 공포는 사실 그 사람이 하얀색 옷과 야구 모자를 쓴 어색한 조합의 복장을 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근거는 있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직관 같은 것이 어린 나에게도 있었지만 그건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사실 이었다.

박지훈_완전평형상태 Absolute Equation_혼합재료_135×52×56cm_2007_부분

감기라든지 콜레라 같은 질병들과는 달리 '정신이상'이란 병리의 기원에는 선택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인간의 광기가 신의 선택이라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인간 의지로 인한 선택도 있었으리라.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 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고 그 수많은 선택들 간의 균형을 조율하면서 살아가며 이런 일들은 습관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박지훈_무제 (사다리) Untitled (Ladder)_혼합재료_48×34×34cm_2007

내가 대학교 다닐 적에 내가 알던 어떤 이의 부친이 하루에 속옷을 두 번 갈아입는 다는 얘기를 듣고서 한동안 의아하고 신기해했던 것은 아마도 그 어른의 생활습관이 나의 그것과는 너무 동떨어진 낯설고 이상한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그 생경함의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것은 다행히 나의 삶과는 앞으로 적어도 오랫동안 조우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반면, 세상에는 생경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 같은 이상한 풍경도 목격된다. 얼굴 전면에 성형수술 때문에 붕대를 감고 그 위에 썬글래스를 낀 어떤 젊은 여인이 늙고 병든 노모를 부축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감싸고 있는 설명할 수 없는 금기와 혼란의 냄새를 느끼고 그 공기를 투과하면서 발산되는 현란한 광채를 본다.

박지훈_From Animal To News - Sequence 1 and 2_TFAP에 디지털 프린트_110×76cm_2007

미술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을 휘감고 있는 혼돈과 불확정성의 향기를 미술이라는 장치를 통해 증거하고 기록한다. 내가 사용하는 조각의 구조적 방법론과 영상미술이 표현하는 현대적 수사법은 어눌하기 짝이 없지만 내가 만들어 내는 부조리함(Absurdity)과 난폭함은 때로는 매우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광기'가 발산하는 불안한 기운이 전염병과도 같이 선택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퍼져 가듯이 말이다. 나는 작업을 통해 엄격하고 차가운 정형률을 만들어 내고 싶지만 그것은 아마도 나의 생각이 성공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이해를 구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유효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을 바엔 차라리 내 작업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낄낄거리며 웃거나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해 할 수 있는, 혹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질 때의 막연함과 눈뜬 이가 처음 기린을 보았을 때의 감흥 같은 것을 모두 허락하고 싶다.

박지훈_From Animal To News - Sequence 1 and 2_TFAP에 디지털 프린트_110×76cm_2007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과연 진흙탕 위의 중세보다 얼마나 더 진보해있고 이성적인지 점점 '작아지면서 커지는' 메모리 반도체와 100여개의 다른 나라를 'Roaming' 하면서 집에 있는 가족이나 애인에게 눈으로 귀로 입으로 교신할 수 있는 작은 통신장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까? 중동의 산악지역 한 귀퉁이의 동굴 속에서 '이교도'들에게 감금되어 처절하게 생존을 위해 울부짖는 어떤 여인이 세상을 Roam하겠다고 한 결정은 신의 위탁이었을까? ■ 박지훈

Vol.20070906c | 박지훈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