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 佛畵

이김천展 / LEEGIMCHEON / 李金泉 / painting   2007_0824 ▶ 2007_0921

이김천_꽃이핀다_장지에 수묵채색_75×78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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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천 블로그_blog.naver.com/lkc65

초대일시 / 2007_0824_금요일_07:00pm

이김천 스튜디오갤러리 LEEGIMCHEON STUDIO GALLERY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읍내리 560번지 Tel. +82.(0)43.872.2135

시간될 때마다 전국에 있는 사찰을 다닌다. 고찰에서 느껴지는 옛 어른들의 안목과 경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몇몇 사찰에서 받은 충격은 잊혀지질 않는다. 오대산 상원사의 고개 숙인 문수보살상을 바라보는 순간 머리속에 아무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불상은 어떤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싹 지워내는 신선함이었다. 자비로움도 근엄함도 아닌 어떤 느낌으로, 판단력으로 다가설 수 있는 형상이 아니었다.

이김천_법주사_장지에 수묵담채_150×75cm_2006
이김천_법주사 팔상전_장지에 수묵채색_150×75cm_2006

장엄불사를 위한 공력으로 만든 형상이 아니라, 오랜 공력으로 깨달음을 얻어 만들었는지 깨달아 공력을 얻어 깎았든지 깨달음과 공력이 함께 묻어나는 높은 경지의 예술품으로 느껴졌다. 또 몇해전 법주사에 바람쐬러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대웅전이 새롭게 보수되었지만 그 당시 보수공사를 위해 마당에 임시로 대웅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대웅전에 들어서자 커다란 불상 뒤로 가건물로 만들어진 깨끗한 벽면에 후불탱화가 마치 전시장의 그림처럼 붙어 있는데 아름다우며 깊고도 깊게 느껴지는 회화 작품이었다. 마치 밑그림 없이 단숨에 그린 듯 간결하면서도 색채와 붓이 살아 움직였다. 색채와 필선은 분명 움직임이 없이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도 살아 움직인다. 세속의 예술과는 많은 차이를 느꼈다. 예술이 목적이 아니어서 더욱 깊은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내가 불화에 매력을 느껴 내 나름대로의 불화를 그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김천_비로자나불_장지에 채색_148×81cm_2006
이김천_산신도_장지에 채색_52×81cm_2006
이김천_숲_장지에 수묵채색_125×190cm_2006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불화가 그려져 왔다. 들어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들여온 그 느낌으로, 번창해서 활기찰 때는 활기찬대로, 사람들 마음에 자리잡아 이해되면 이해된대로 그렸을 것이다. 고구려, 백제,신라니 고려, 조선이니 불교는 정치권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정치권력에도 휘둘렸겠지만 불화는 변화되는 세상과 함께 변한 것 같다. 지금에 와서는 변화된 세상과 함께 변하지 못하고 고려불화의 우수성에만 연연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조선후기 불화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려불화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김천_숲_장지에 채색_150×210cm_2007
이김천_신장도_장지에 수묵채색_150×75cm_2005
이김천_약사여래상_장지에 수묵채색_94×126cm_2006

젊어 패기있을 때의 그림과 연륜이 붙어 깊어진 느낌에 우열이 있을 수 있을까만은 굳이 비교하자면, 내 생각에는 한바퀴 돌아 본 조선후기의 불화가 오히려 훨씬 깊고도 풍성하다 할 수있겠다. 배우처럼 잘 생기고 풍요로워만도 보이지 않고 근엄하여 접근하기 어렵지만도 않은 점점 우리동네 아저씨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더욱 좋다. 조선시대... 살기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유교적 신분질서하에서 임금이나 백성들 모두가 자유롭고 편안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억압을 정당화하는 세상윤리속에 약자가 살아가기에는 훨씬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며 고정된 세계관의 세상속에서 세상은 변한다며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누구나 부처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힘든 사람들에게는 듣기만 하여도 험한 세상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했으리라. 그래서인지 어려운 사람들의 온갖 바램이 녹아 있는 시골 작은 야산의 천장도 낮고 불상도 조그만 법당에 그려진 이름없는 화공의 불화에 훨씬 많은 정이 간다. 오래전부터 불화를 그리고 싶었다. 예술의 환상만이 아니라 근대화 된 작가개념이 아니라 장인의 마음으로 내 마음의 불화를 그려간다. ■ 이김천

Vol.20070824a | 이김천展 / LEEGIMCHEON / 李金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