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 사이

주도양 사진展   2007_0522 ▶ 2007_0531

주도양_Lake2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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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22_화요일_05:00pm

무심갤러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253-5번지 Tel. 043_268_0070 www.moosimgallery.co.kr

작가 주도양과 사진평론가 최건수의 대화최건수Q1: 2002년은 당신에게 중요한 해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표현 매체로 삼았던 회화 작업을 중단하고 사진으로 방향 전환을 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주도양A1: 사진으로 작업을 전환하였다고 보진 않습니다. 사진 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하나의 회화의 재료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앤디 워홀의 경우 스크린 프린트라는 판화 기법으로 미술사에 등장했지만, 그를 아무도 판화가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팝 아티스트 혹은 예술가라고 할 뿐이지요. 대학원 졸업 후 예술가가 동시대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발언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중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데 회화보다는 사진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손으로 만드는 이미지보다 카메라로 만드는 이미지가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카메라의 보급 면에서나 이를 기술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사진의 보급으로 사진은 대중화에 폭발적으로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디지털기술과 컴퓨터의 보급을 통해 사진이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인 이미지 제작도구로 사용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회 전체에서 재능을 가진 이들과 훈련받은 소수만의 행위인 것입니다. 미술 감상자는 어느 정도는 자신이 하지 못한다는 열등감에서 혹은 누구나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화를 동경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그리는 재주만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사진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훈련에 의한 손 드로잉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이미지가 사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도양_SeoulLand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2: 그러나 2002년 이전의 작업도 그렇지만 이후의 작업도 본격적으로 사진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이용한 회화라는 것이 더 정확한 것 아닐까요? 주도양A2: 예, 그렇습니다. 저의 경우에는'사진'이라는 매체가 오로지 카메라나 인화지를 통해서 작업한 것이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화'라는 매체가 반드시 물감과 종이를 통해서 작업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최근의 작업 또한 사진이라는 도구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제 작업이 사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유화나 수채화 또는 소묘 작업처럼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재료로 보고 있습니다.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진 작업을 할 때도 다른 작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작업의 구상이나 제작과정에서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이용한 회화' 혹은 '회화를 이용한 사진'이 제 작업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건수Q3: 사진을 이용한 회화라는 개념은 1960년대 이후 포토리얼리즘 형태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작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을까요? 주도양A3: 포토리얼리스트들이 '극사실적인 그림' 혹은 '사진처럼 보이는 효과'를 통하여 사진의 허구성과 정치적 의도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사진에 찍힌 것은 모두 믿어버리는 현실에서 그러한 허구를 허구라고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사진 자체가 회화의 소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진을 통하여 허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토리얼리스트들의 발언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포토리얼리스트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서 사진의 허구를 보여준다면, 저는 사진작업을 통해 사진의 허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도양_Honeymoon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4: 결국은 사진과 판화적 기법의 접목인 듯합니다. 기계적 프로세스와 손작업의 결합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사진의 매끈한 표면을 최종 결과물로 제시합니다. 회화의 평면성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주도양A4: 회화는 원근법과 해부학적인 드로잉 기술로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의 공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즉 일루전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의 경우 사진도 그러하겠지만 3차원의 실제 공간과 납작한 2차원의 화면의 공간은 다르다고 봅니다. 회화는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3차원적 효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 같습니다. 사진의 경우 완전한 평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평평한 필름 면에 도달하여 상을 맺게 만듭니다. 또한 사진에서 보이는 피사계 심도를 통해 깊은 공간을 보여준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렌즈에서 만들어진 빛은 임계 초점면(plane of critical focus)만을 만들 뿐이고 피사계 심도에서 보이는 공간의 깊이는 임계 초점면의 앞뒤에 있다는 말입니다. 피사계 심도에서 보이는 공간의 깊이는 허용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이라는 점에서 볼 때 사진은 형성 자체부터 평면적이라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회화는 평면에 3차원적 공간의 깊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현미술이 사라진 이후 추상회화에서도 여전히 그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색과 선 작업에서도 원근의 요소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제 작업은 평면을 평면이라 말하는 것이고 평면성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나 판화의 입자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진과 판화는 제작과정상 매끈한 평면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를 미시적 관점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동일한 상황이라면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평면성입니다. 즉 회화 장르의 결과적 양상을 재현하는 것이고 회화자체가 작품의 소재입니다. 예를 들면 팝 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이나 앤디 워홀의 작품은 지극히 평면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화와 상업인쇄사진을 그들의 작품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도양_Tree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5: 관점에 따라 두 가지 서로 다른 리얼리티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밖의 세상에 대한 리얼리티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리얼리티가 그것입니다. 작업은 결국 외시적 (denoted) 메시지 속에 작가의 의도를 담아 보려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너무 구체적 이고 가시적이라면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불리한가요? 주도양A5: 이미지 하나로 작가의 내면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이미지 해석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말이나 글로 보충 설명하는 것은, 작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작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각 이미지를 감상하고 읽어내는 행위는 시지각에 관련된 일입니다. 작품 감상시 '좋다(Good!)'라는 느낌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데,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혹은 그 묘한 분위기를 통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일반화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각 장르의 개념에서 해석되는 일련의 해석 과정에 혼돈이 생길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도양_Lake6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6: 최근 작업으로 화제를 옮겨 볼까요? 2006년『Development Figure』와 2007년의『Between Fiction & Reality』 작업이 비로소 온전한 사진 작업처럼 느껴집니다. 2D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미지 합성을 한 것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사진은 일점 원근법이 기본 원리인데, 이 작업에서는 그러한 사진 원근법을 해체하고 다시 구축(해석)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이신지? 주도양A6: 이전 작업은 '사진적인 것은 어떠한 것인가?'라는 의혹을 가지고 사진 재료 자체에 탐미하여 사진의 형성원리와 개념에 대한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을 회화의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사진적인 맛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작업은 사진을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보다 더 사진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나 우리의 눈이 한 번에 볼 수 없는 사각지대(dead zone)를 없애고 보다 더 리얼하게 재현하기 위해 다시점으로 화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즉 카메라의 한눈 보기에서 여러 눈으로 보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여러 공간을 촬영하여 조립하는 과정에서 이미지 각각의 시간적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한 순간의 포착이란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적어도 느리게 움직이는 공간에서는 내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통해 사물을 보는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어떻게 볼 것 인가'에 대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과장과 왜곡을 통한 또 하나의 현상은 기존 '사진적 시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시각적 유희를 잃지 않으려고 조형의 요소와 원리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주도양_Nanji6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7: 그 과정에서 특이 한 점은 역시 대상에 대한 극단적인 왜곡과 360도의 모든 세상을 하나의 완결 된 화면에서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자세하게 관찰하면 그것은 모자이크 된 세상이고 짜깁기 된 세상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멀티플 이미지와 당신의 작업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주도양A7: 호크니의 작업이 여러 사진을 멀티플로 보여주는 점에서 형식적인 부분은 유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크니는 인간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야 내에서 화면분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한 번에 화각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카메라를 다분할하여 촬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전통적 회화에서 연결된 고리를 놓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그의 저서 『명화의 비밀』의 '복수창문'이라는 개념을 참고하시면 이해가 빠룰 겁니다. 제 작업은 '내가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어느 한 곳을 바라본다'는 개념입니다. 민화의'책거리 그림'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내가 주체가 아니라 사물들이 주체가 되어 한 지점을 통해 수렴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작업은 360도의 전(全)방향의 멀티플이 필요한 것입니다. 원근법과 사진의 바라보기는 한때 우주가 신을 위해 전개되었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이는 세계를 보는 자를 위해 전개되었다는 식입니다. 서양의 독단적이고 오만한 방식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데, 저는 이러한 방식을 해체하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제 작품은 부분 부분을 모아 전체를 하나로 형성시키는 이미지이고, 제가 촬영한 이미지는 스스로 합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작업에 있어 작가의 개입이 중성적이고 직접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과 포토리얼리즘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데이비드 호크니는 내가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고 카메라의 눈을 빌어 분할한 이미지입니다. 그에 반해 제 작업은 내가 중심이 아닌 사물이 중심이 되어 세계가 '보여지는 것'입니다.

주도양_SeoulLand3_디지털 프린트_125×123cm_2007

최건수Q8: 결론적으로 사실을 허구처럼 보여주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말하려는 것입니까? 주도양A8: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사진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사진이 허구처럼 혹은 판타지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사진적 시각'이 얼마나 우리의 시각과 생각을 가두어 둔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사실이고 리얼리티입니다.

최건수Q9: 당신의 작업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갈등 구조를 기본으로 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회화와 사진의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감성과 이성의 충돌, 일점 원근법과 다점 원근법에 대한 의문에 이르기 까지.... 저는 당신의 작업을 보면서 플라톤의 동굴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앞에 벽이 있고 우 리 뒤에 불이 있지요. 머리를 돌릴 수 없이 포박 당한 우리는 불에 비춘 그림자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것 밖에 볼 수 없기에 당연히 그림자가'실체'일 수밖에 없 는 것이지요. 내 머리 뒤에 어떤 실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지요. 하나의 각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당신의 작업은 어디로 갈까요? 주도양A9: 최근 두 번의 전시를 통해 제 작업이 어떤 말을 하는지 세상에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부분에 문제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특히 제가 만드는 이미지의 형태적인 부분과 그 형태를 담아내는 소재와 주제적인 부분들이 완벽하게 안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작업에 대한 연구와 노력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최종적으로 가야 될 방향이라면 저는 사진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왔고, 그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와의 모순된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사진은 재료가 가지는 외형적 특징 때문에 성공적으로 현대사회에 안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재료의 평면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인해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회화나 사진은 결국은 납작한 시각 이미지일 뿐입니다.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각 영역이 가지는 특징이 어우러진 작업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Vol.20070522a | 주도양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