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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은영 영상설치展   2007_0516 ▶ 2007_0522

추은영_꿈의 경로를 찾아서_인터렉티브 영상설치_300×300×250cm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31008a | 추은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516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02_732_5556 www.artspace-hyun.co.kr

유희의 공간, 가상의 공간 ● 미술이 천상에서 노래하던 때가 있었다. 그 천상에 도달하기 위해 늘 꿈꾼 이 역시 다름 아닌 미술가였다. 그러나 시각문화의 변화로 말미암아 예술이라는 성소에 걸린 빗장도 열리게 되었다. 그러자 미술은 품위의 공간에서 유희의 공간으로, 독백의 공간에서 열락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문화는 우리의 시각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을 가지기를 독려한다. 그에 따라 관객을 지배해왔던 예술작품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일종의 계명처럼 지켜져 왔던 거리유지의 원칙과 효력도 탈색되고 도리어 접촉의 미덕을 권장한다. 관람객들의 지문이 선명하게 남겨질수록 작품은 보다 큰 존재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 이제 디지털 문화 속에서 예술의 권위나 숭배도 하나의 단어로, 단위로 구성될 따름이다. 단위화는 전통적 관습으로부터 모종의 일탈의 시작이며 컴퓨터와 프로그램, 디스플레이라는 기술적 장치들이 전면에 놓인다. 이제 예술작품은 소유와 신비의 영역에서부터 소비와 접촉이라는 범용성을 갖게 되었다. 기술시대, 디지털 문화 속에서 미술이 천상에서 일상으로 내려앉게 된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또 다른 권력이나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공유의 원칙이 뒤따른다. 소유와 존속의 태도에 종지부를 고하고 무한한 접촉의 시공간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추은영_보편적 일상(?)_인터렉티브 영상설치_350×250×200cm_2007

이를 위하여 추은영이 일찍부터 고려한 것은 시간성의 문제였다. 그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시간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원목을 다듬어 형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목재라는 가장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조림통이라는 대중사회의 심벌과 결합시켰다. 목재 개구리나 새의 형상을 만들고 모터를 달아 회전하게 한 키네틱 조각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움직이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머물게' 했다. 완성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한바퀴 회전하고 원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혹은 그 이상의 회전이 반복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인간과 새의 대화체적 노래가 담긴 영상작품으로 넘어갔다. 곧 움직임과 동작, 그리고 시간성은 본 전시에 소개하려는 영상이 가지는 순차적 연속성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시간성을 추구하는 공간 이동이 이루어지는데,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여러 경로의 접촉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 작품「꿈의 경로를 찾아서」에서의 바둑돌은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전환한 것이다. 바둑은 일종의 대화 장치로서, 화면상의 참여행위는 가상공간에서의 접촉행위와 동일한 궤도를 돈다. 화면의 바둑돌을 클릭하면 꿈이 펼쳐진다. 주인공인 아기 새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오가는 보편적인 인간을 그린다. 꿈에서 깨는 그 순간은 잠시 몽환을 경험한다. 좋은 꿈은 이어서 꾸길 원한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경험적 요소를 새라는 도상을 통하여 체험하게 된다. 추은영은 자신을 캐릭터와 일체화시킨다. 아기 새는 그가 꾸는 꿈의 아이콘이다. 그 아이콘을 통하여 풀어 가는 서사적 내용은 자아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의 개별적 체험을 관객에게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관객과 공유하는데 무게를 싣는다.

추은영_통제불능_인터렉티브 영상설치_300×250×350cm_2007

작가는 유희 중인 아이와 똑같은 일을 한다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추은영 역시 마치 유아기나 성장 층 아동들과 같은 상상놀이를 즐긴다. 작품 속에는 작가의 꿈과 행위가 개입된다. 동시에 꿈 꿀 수 있는 자는 누구나 자신의 개별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새의 노래는 곧 작가자신의 노래이면서, 감상자들은 그 꿈의 놀이, 놀이 속의 꿈을 즐기는 주체가 된다. ● 또 다른 영상작품인「보편적 일상」은 일상의 제어장치로 표류하는 현대인을 바라본다. 하지만 비관적이지 않고 다분히 삶을 유쾌한 시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관람객이 영상으로 다가가면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학위모를 쓴 캐릭터가 달음박질한다. 컴퓨터 작업도 하고 책도 보며, 그림도 그린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면서 캐릭터가 달려가는 자리의 날짜 칸은 조각조각 공중으로 날아간다. 숨 가쁜 일상을 박진감 있게 보여주는 이 캐릭터는 휴일 날이 되면 술을 마셔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공간의 이동은 여기에서도 이루어진다. 영상작품 양 벽면에는 구조물에 털실로 만든 입체달력을 설치하였다. 날짜와 날짜 사이가 아슬아슬하게 연결된다. 영상과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진 달력은 당겨져 팽팽해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일을 반복한다. 작가의 말대로 그것들을 조정하는 관람객들이 자신이 마치 일상의 제어장치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일상의 제어장치'로서의 현대인은 현실에서 가상으로, 가상에서 현실로 이어진다. 작업공간의 다양한 영토화는 이렇게 적극적인 상호교차가 이루어진다.

추은영_세계일주_인터렉티브 영상설치_300×250×200cm_2007

추은영의 영상은 연속적인 소비(접촉)행위를 관객에게 요구한다. 그 경험의 결과는 개별적으로 수용될 것이며, 동일한 경험을 얻지 않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 접촉은 작가 개인의 존재에 타자가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타자성을 인정하는 태도로 말미암아 그의 영상은 개별적 존재와 타자가 섞이는 유동적인 공간으로 연출된다. ● 에릭 프롬은 소유가 사용에 의해 소멸해 가는 반면 존재는 사용에 의해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되는 것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소지하는 것이 소멸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보존의 의미보다 사용의 가치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예술적, 지적 창조의 힘도 사용에 의해 성장한다. 이 같은 견지에서 추은영의 작업은 소유가 아닌 사용의 도구로서 의미가 있다. 보다 효율적인 활용도구가 되기 위해서 추은영이 선택한 것은 일종의 놀이행위인데, 그의 영상공간은 일종의 게임공간이자 이벤트의 공간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의 디지털 작업은 일종의 가상의 유희 공간 속으로 넘나들게 되었다.

추은영_나-그 중에 하나_인터렉티브 영상설치_300×250×200cm_2007

보다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기위해 추은영은 관객의 발길이 작품 앞에 머물게 한다. 시간을 붙잡으며, 이미지라는 현상 속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관객 앞에 놓여진 도구는 유혹의 눈길을, 접촉의 추파를 던진다. 추은영의 작품은 실재적 경험과 가상적 경험 그 두 가지 통로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예술경험의 길을 터준다. 이 때의 경험은 지각적 경험을 요구하며 몰입 속으로 관람객을 내몬다. 이윽고 그 시간과 함께 관객의 손끝 사이로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어루만진다. 실재를 만지면서 가상을 접촉하는 것이다. 영상의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관객은 지각한다. 그리고 그 지각은 온 몸으로 전달되어 디지털 경험을 체험하도록 한다. 컴퓨터 기술이 도구 차원에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동요시켰다는 이야기와 푸코가 새로운 신이 미래의「대양」에서 떠오름으로써 인간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진 일을 개탄한 일은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미디어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얻게 하였다. 전통예술에서 익히 경험해보지 못했던 보다 적극적인 감정교류를 가능케 했다. 더욱이 가상의 세계에서 구현되는 은유와 수사법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점도 큰 성과라 하겠다. 추은영이 구사하는 서사성 역시 인간의 정서와 교감할 가능성이 높다. 솜털 같은 상상이 가상의 하늘로 부유할 때 우리는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다. 개별적 삶이 보편적 삶과 결합할 때,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눈에 기술력이 더해질 때 일종의 쾌를 얻을 수 있다. 강퍅함과 경직의 태도에서 유연과 부드러운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일. 그것은 단순히 백일몽이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일이 아니다.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추은영의 작업영토는 꿈과 사회와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유쾌한 고리로 보인다. ■ 감윤조

Vol.20070516d | 추은영 영상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