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전시

박은선 조각展   2007_0501 ▶ 2007_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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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01_화요일_06:00pm

(신분증 지참, 별도 예약 필요 없음) 부대행사-전시기간 동안 군인, 군인가족및 친구 사진찍어 드립니다.

대한민국 특전사 3여단 단결관 서울 송파구 거여동 마천역 하차 도보 10분 Tel. 018_297_8652  

본 내용은 김형윤 편집회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 아티스트 박은선의 오브제는 이중적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뒤집을 수 없는 소시민의 쓸쓸한 자조와 국가의 그된릇 선택을 위해 복무해야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함께 담겨져 있다. 하지만 쓸쓸함과 사랑이 삶이 핵심적인 질료라는 데서 두 가지 주제는 다툼 없이 화합한다. ● 죽음은 상실일 뿐이다. 죽음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은 학습되지 않는 슬픔과 무덤뿐이다. 그런데 국가는 죽음을 기념하는 데 몰두한다. 순국한 군인들을 위한, 식순과 의도를 가진 장례식을 볼 때마다 죽음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만 같아 무섭고 두렵다. 상실과 슬픔이라는 죽음의 본질을 고귀하고 적극적인 선택으로 변용하는 국가는 정치적으로 순결하지 못하다. 명백한 슬픔인 죽음을 자꾸만 올바르고 숭고한 의미값으로 치환하려 하는 시도는 전선이 치열하고 전쟁의 양상이 절망적일수록 더 집요해진다. 미국과 중동, 이스라엘과 레바논, 한반도의 허리춤에 형성되어 있는 전선을 위해서 권력은 희생을 결코 슬퍼해선 안 된다. 아니 희생이야말로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 동력 아닌가. ● 박은선도 그러한 국가의 부조리함을 체득하고 있다. 특히 특전사에 복무하는 군인인 오빠는 전장의 가장 전위에 서서 싸워야 하는 존재이다. 가족을 위해 고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오빠가 이라크 파병 일원이 되자 그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전장으로 가족을 보내는 것, 즉 국가의 그릇된 선택의 책임이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하지만 어떠한 권력이 이라크로 가는 군인들의 행렬을 막아 설 수 있을까. 무기력한 나는 이 선명한 현실을 거스를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 순간, 박은선은 팔을 걷어붙이고 전장으로 나가는 오빠를 위한 보양식을 준비하기로 한다. 싸워야 하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건강하게 견디시길 기원하는 작고 여린 여동생의 영혼으로. 투사의 명찰은 무력하게 반납하였지만 몸 건강히 견디시라는 여동생의 염원은 올곧게 남아 그의 오브제 오빠를 위한 보양식 시리즈(2005~2006) 에 녹아들었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오빠를 위해 예술적 재능을 통한 또 다른 복무를 시작한 것이다. ■ 허재훈

박은선_전시광경_폴라로이드 사진_2007
박은선_특전사 부부를 위한 장어_레진에 유채_65×68×35cm_2007

허재훈: 처음 「충성」이란 작품을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작품을 통해 박은선이란 작가를 좀 뒤적여보게 되기도 했고. 하지만 브리짓도 바르도가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 박은선: 하하하, 함의가 있긴 하지만 브리짓도 바르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내 오브제는 몇 가지 큰 은유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집안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오빠를 위한 제의다. 오빠는 직업군인인데 전쟁이 발발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가장 앞에 서야 하는 숙명을 지고 있다.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오빠의 의무를 덜어주고 싶은데 내가 투사로서 세계 평화를 쟁취하기에는 좀 무력하다(웃음). 그러니 오빠가 세계의 어떠한 분쟁 지역에 가더라도 잘 적응하고 건강하게 버티어 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보양식을 만드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실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공도 많이 들고 작은 질료들도 꼼꼼하게 만든다. 견디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가능한 영역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소극적인 시민들이 살아가는 방식 아닌가. 오빠에 대한 기원에서 출발했지만 국가에 의해 싸우는 의무를 부여 받은 모든 군인들에게 바치는 대접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여유와 풍족함이 넘치는데도 만족을 모르고 욕망을 추구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과잉의 시대이다. 조금 더 넉넉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딱 그만큼의 희생이 따른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품이 쉽다. 단정적으로 말해 미안하다. 어려운 것이 미덕은 아니지만 오브제의 모티프가 친숙하다는 것도 주제의식을 너무 가볍게 여기게 하는 면이 있는데. ● 현대미술이라는 게 엘리트주의가 있다.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표현의 방식 자체를 난해하게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표현은 쉽고 보기 편해야 한다. 표현 방식에서부터 난해한 코드가 넘치면 내가 원하는 주제를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은 어렵지 않고 그래서 누구나 그 오브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접근할 수 있다. 접근의 통로를 뚫어놓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대상, 내 오브제들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박은선-전시광경, 폴라로이드 사진_2007
박은선_제 간을 받아주세요_디지털 인화_2007

작품의 메뉴를 정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 보양식이라는 범주에 들면 무엇이든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빠에게 바쳐지는 음식들은 모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보양식의 의인화는 희생당하는 존재의 비장함이나 먹고 먹히는 관계의 폭력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역은 아닌가? ● 작품의 의미가 확산되는 것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양한 해석을 통해 작품의 외연이 넓어지기도 하는 것이고. 지금 말한 그런 느낌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음식들은 나의 투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신체를 바쳐 희생하는 존재를 격려하고 그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희생을 막지 못한 슬픔과 무기력이 전제되어 있기에 그 보양식은 좌절과 타협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슬프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명제 자체를 폭력성으로 볼 수도 있다.

희생을 통한 제의는 원시 종교의 주술적인 기원과도 통하는 것 같은데. ● 특별히 어떠한 정체성을 지닌 종교관을 가지고 한 작업은 아니다. 먼 길 가는 사람에게 든든한 한 상을 차려오는 심사는 고유한 한국인의 정서 아닌가.

매우 흥미로운 전시 계획을 발견했다. 2007년 4월 특전사 1여단, 3여단 부대 내에서 전시회를 예정하고 있다. 사실 작품에서 폭력에 의해 강제, 강압되어지는 희생이나 충성이라는 코드를 발견한 나로서는 그러한 작품들을 군대에서 전시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군기에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닌가(웃음)? ● 국가의 호전성과 세계주의가 잘못된 것이지 군인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무를 잘 이해하고 있고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존재들이다. 오빠가 근무하고 있는 인연도 있고 무엇보다 내 작품의 모태가 그들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인 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군대는 희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슬프지만 또 매우 대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에게 전하는 보약이고 위문편지로 보면 되겠다.

박은선_제 간을 받아주세요_디지털 인화_2007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실 예술에 대해서는 아직 인프라가 미약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포털 중 한 것이라는 데서 화가 베이컨을 검색하니 베이컨 감자부침 요리법이 제일 먼저 뜨더라. 박은선 작가도 검색해보니 온통 여자 축구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떠 조금 당황스러웠다. 가끔 본인을 검색해 보는가? ● 음,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엽기 조각」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어 순위에 오른 적이 있다. 누군가 내 전시회를 보고 사진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많지 않은 경력과 나이에 지금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전시회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갤러리를 만들어서 기업 수익을 문화적인 사회사업으로 환원하는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여건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최근 젊은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작업, 전시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학부에서도 그리고 대학원에서도 전공은 회화였다. 지금 작품들은 채색은 들어가지만 그림은 아니지 않은가. ● 똑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는데 손으로 직접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선택한 이유는 요소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거기 내 바람과 영혼을 불어넣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원시 사회에서는 형태를 만드는 일이 곧 제의였다. 그러한 혼을 담는 활동을 통해 영적인 힘을 얻고 풍요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내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면적인 페인팅 작업으로는 그러한 공과 노력을 표현한다는 것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페인팅보다는 구체적인 양감과 질감을 가진 형상이 더 약발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웃음)

작품을 보면 정말 미식가이거나 아니면 이슬만 먹고 살 것 같다. 식성은 어떤 편인가? ● 가리는 것은 없다. 육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두루 잘 먹는다. 참,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먹는 취향에 대해서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브리짓도 바르도가 아니니까.

재료를 소개해 달라 ● 레진, 시바트라는 재료. 자동차 미니어처 모델을 만들 때도 쓴다.

만드는 과정도 궁금하다, 디자인을 완성하면 왠지 디스플레이용 음식 메뉴를 만드는 곳 같은 데 의뢰를 할 것 같다는 매우 발칙한 상상도 해 본다. 사실은 어떠한가? ●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호기심 차원에서 단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했지만 소망이나 염원, 수능 100일 기도와 같은 비나리의 의미가 강한 제작 과정을 쉽게 가져가는 것은 작품 자체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어떠한 테마를 표현하고 싶은가? ● 형식은 다양해 질 수 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진 않지만 앞으로 그림과 오브제 작업을 함께 해 나갈 생각도 있다. 주제, 즉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벗겨내고자 하는 메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형식의 틀 속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Vol.20070507d | 박은선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