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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7_0503_목요일_06:00pm
대구MBC Gallery M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1번지 대구문화방송 1층 Tel. +82.(0)53.745.4244 www.gallerym.co.kr
홍인숙_변주곡 ● 홍인숙의 작품에는 동서양의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예술적 기법이 동시에 공존한다. 때문에 그녀 자신은 학습이전의 인류 가장 오래된 습작의 기억인 낙서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슬러 내려오고 있는 지도 모른다. ● 홍인숙이 차용하고 있는 지판화기법, 가차(假借)의 제화시(題畵詩), 민화, 만화, 꼴라주 등 그 방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매체의 다양성에 대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매체의 특성 때문에 자신만의 빛깔을 흐리지 않는다. 한 장르에 고착되지 않으면서도 잡다한 매체를 한 화면에 끌어들이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그녀 작업의 독특성이 이러한 다양한 기법에서 연유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작 그녀는 우리가 꿈꾸는 이 세상 저편에 존재할지 모르는 낙원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의 사소하고, 작고 따뜻한 낙원을 보여주고 꿈꾼다. ● 그녀의 화면에 등장하는 산들과 나무들과 새들은 모두 압도할 만한 위력을 보여주는 대단한 존재들이 아니라 작고 외소해서 아주 가까이 있는 것들 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그러나 실상이미 우리들의 삶의 존재반경에서 멀어져 버린 존재들이다. 유년의 기억들과 마찬가지로 내안에 있으면서도 잊혀진 존재들에 대한 조명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들과 공유함으로써 소통이 이루어지는 작업들이다.
작가는 의식적 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유년의 기억에서부터 가족의 자화상으로 주변으로 거슬러 오는 방식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가족 시리즈의 작품과 『귀가도』,『크게 울다』에서는 먹지로 그리고 종이로 찍는 기법을 통해 만화의 민화적 기법을 동시에 접목시켜 유년의 빛바랜 기억속의 울음을 되새김하고 있다. 그리고 유년의 추억과 가족의 자화상을 통한 자신의 기억을 화면 속에 담는 작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통적인 관념하에 인식된 사물들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가하고 있다.『월하독수리(月下獨秀李)』에서는 전통산수화를 변용하여 한지위에 먹지로 그리고, 액자로 사용한 화장대 거울테의 독수리와 달을 끌어들이는 과감한 키치를 사용하여 화면을 연장시키고 그 제목 역시 한자의 가차를 사용하는 키치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또한 『무지개 동산』에서는 색판으로 찍은 인물과 모란을 붙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민화적인 기법의 꽃과 새가 등장하고, 가차의 화제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가 동시에 등장하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구성과 어눌한 화법이 우리들로 하여금 화면 속 주인공들의 기억과 생각으로 편안하게 이끌어간다. 먹지로 그리고 종이로 찍은『後眞사랑』은 민화에 등장하는 문자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보다 강력하게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유년의 기억과 참회를 통해 뒤늦게 발견한 것은 사랑이라며 결국 우리 삶의 지평은 사랑이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고백과 함께 새로운 작업의 반경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홍인숙은 유년의 기억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전통에서 주변으로 관심의 반경을 확장하고,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넘어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주변을 확장하는 진화의 노정에 있다. 그녀가 화면 속에 담아내는 것은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이며, 개개인의 마음속에 새겨진 외상을 응시하지 않는 한 진정한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전언임과 동시에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전해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보편화된 상징과 전통적인 관념의 체계를 허무는 홍인숙 자신만의 표현을 위한 변주곡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해 본다. ■ 하정화
Vol.20070503f | 홍인숙展 / HONGINSOOK / 洪仁淑 / painting.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