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NOTATION 색으로 만든 악보

전가영 개인展   2007_0330 ▶ 2007_0408 / 월요일 휴관

전가영_악보정원_라이트패널 한지_33×33cm×36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40529a | 전가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330_금요일_05:00pm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suncontemporary.com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 ● 전가영의 'COLOR NOTATION' 전은 작가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구해온 소리와 색의 조화를 보다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에게 하나의 색은 하나의 음을 의미한다. 빛의 파장과 소리의 파장은 과학적인 차원에서 상호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상호변환도 가능하다. 작가는 이러한 음악과 색채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어냄으로써 감각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가영_의자들의 합창_라이트패널 한지_490×140cm_2007

어떤 음이 특정한 파장을 지닌 빛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빛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기록물인 색채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음악적 기호로 규정될 수 있다. 각각의 색이 각기 다른 음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화면에 나타나는 여러 색의 조합은 여러 음이 체계적으로 화음을 말하고 있다. 이때 여러 색채로 표현된 화면은 음을 연주할 수 있는 악보를 상징하는 것이다. 작가는 음을 색으로 규정하는 나름의 방식을 전체적인 화면구성에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빨강색-도, 오렌지색-레, 노랑색-미, 연두색-파, 파랑색-솔, 남색-라, 보라색-시와 같은 전환체계를 지닌다. 또한 화면 위에 배치된 작은 크기의 색면은 짦은 음을, 넒은 면적의 색면은 긴 음을 상징하고 있어 관객은 다양한 화면을 통해 음악을 상상할 수 있게끔 된다. 화면의 분할은 박자에 따라 달라지며, 좌우의 구분은 오른손, 왼손의 연주부분을 상징한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악보를 화면으로 전이시키기 위한 뚜렷한 체계를 세우고자 한다.

전가영_하늘변주곡_라이트패널 한지_46×64cm×5_2007

3부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소리의 기호화, 시각화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은 전시장 입구 들어가면서 마치 지하철을 타는 듯 개찰구 형태의 기계를 지난다. 사람이 지나가는 매 순간마다 센서가 작동하여 '삑' 소리가 나듯 이 작품 역시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그 기기에 연결된 악보에 따라 음을 소리 낸다. 여러 대의 기기는 단 한 음만 울리거나, 여러 명이 지나갈 경우 여러 음이 서로 울려 화음을 이루기도 한다. 이 작품은 악기처럼 보이지 않는 파이프오르간처럼 여러 장치가 맞물려 음을 만들어낸다는 특징을 지닌다. 더욱이 이 작품은 소리를 내는 동인으로서 사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작가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전가영_하늘변주곡_부분

「악보정원」 은 직접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소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음악가들은 악보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악보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들리지 않는 소리는 비단 음악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청각으로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순수의 소리까지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의자들의 합창」,「하늘 변주곡」은 형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색으로 만들어진 악보라면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까라는 작가 스스로의 물음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그러한 기호화된 색채의 배열은 어떤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는 음악에서 사물 혹은 정경에 대한 순간적인 직관에 따른 인상을 묘사하려한 표제음악과 같다. 「의자들의 합창」은 색면의 규칙적인 배열에서 의자의 이미지를 떠올린 결과이다. 이 작품은 마치 의자라는 기본 성격은 같으나 다른 형태를 나열함으로써 서로 다른 소리가 모여 하나의 노래를 조화롭게 부르는 합창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하늘 변주곡」은 인상파의 그림에 보여주려는 것과 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움직임, 빛의 변화를 통해 하늘의 다양한 인상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전가영_하늘변주곡_부분

한편 작가의 작품은 종이를 손으로 직접 염색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염색한 종이를 뜯어 붙이고 그 위에 직접 손으로 바느질한다. 그런 후 이어진 색종이를 아크릴 사이에 끼운다. 아크릴 역시 손으로 직접 표면을 좌우로 규칙적으로 곱게 갈아 만들어 져서 종이와 겹쳐지면 하늘하늘한 모시쪽보를 보는 듯 미묘한 표면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여러 단계의 제작과정에서 작가의 작품은 종이 위에 직접적으로 행해진 드로잉과 같이 작가의 손길과 움직임이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가영_color organ_color notation을 연주하는 개찰구 형식의 악기_2007

그리하여 작가는 이러한 작업과정을 이용하여 시각, 청각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크고 작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종이 위 바늘 수 한 땀 한 땀이 이루어내는 규칙적인 주름, 아크릴 표면의 미세한 마모의 흔적은 화면에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내재된 빛과 소리의 파장을 유추하도록 한다. 동시에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 - 바닥에 놓여지거나, 벽에 비스듬히 세워지고, 또한 벽에 부착되는 등-을 통해 공간 속에 큰 울림까지 만들어낸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음과 색의 일차적인 접점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여러 울림이 모여진 거대한 화음의 교향악을 제시하고 있다. ■ 류지연

Vol.20070403b | 전가영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