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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20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토요일_09:00am~03:00pm 토요일 오후 3시 이후와 일요일은 2층을 통해 들어오셔서 내려가시면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www.songeun.or.kr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어. 영양을 덮치는 들개들처럼 사람들은 아름답고 소중하고 정의로운 것이라면 달려들어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려. 짓밟고 때리고 뭉개고 나면 아름다움이란 그저 찰나에만 존재해. 영원한 것은 더럽고 야비한 것들뿐이야. 푸른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만 있다면. 정의란, 아름다움이란, 사랑이란 바다의 한때나마 꿈에 불과한 거야. (김연수 소설집-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중)
어느 날 나는 문득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는 괴로운 일만 남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는 내가 알던 누군가가 죽을 것이고, 내가 알던 거리와 사람이 변할 것이고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떠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두려움은 점차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고 내 마음 저 깊숙이 추억으로 간직한 불빛들을 꺼내보는 일이 잦아지면서 나는 무기력하게 변해갔다. 자연스레 나의 작업은 삶에 대한 염세적인 생각들이 옮겨져 전쟁의 동화적 표현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1회 개인전『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에서는 "전쟁 같은 현실"을 활력적인 재치와 화려한 색채 표현을 통해 역설적으로 내면의 슬픈 동화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이번 전시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작업을 하였는데 작품의 배경이 모두 겨울인 만큼 절제된 색감은 차분한 깊이감을 주면서 내용적으로는 더욱 강렬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폭격이 지난 후의 고요한 겨울은 자연의 평이한 진리답게 아름다운 광경을 지닌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그때의 찰나일 뿐, 화면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들이 숨어있어서 그 비극이 주는 슬픔의 성질은 더욱 섬뜩해졌다. 작업 구조로 들어가 보면, 눈송이는 조용히 내려 전쟁의 잔재들을 모두 포용하듯 덮고 있는데, 홀로 등장하는 알몸의 여인은 망망대해에 두 팔이 잘려져 동동 떠있거나 추운겨울 사각지대에 꼼짝없이 동상을 입어 반시체가 되어가는 등의 모습으로 가혹한 현실을 체념한 듯 여과 없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 약육강식의 현실을 비판하는 은은한 울림과 함께 여인의 비극과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만들어가는 잔인한 슬픈 동화를 감상해보자. ■ 고영미
Vol.20070203c | 고영미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