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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6_1220_수요일_05:00pm
갤러리 NV 기획전展
갤러리 NV Gallery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82.(0)2.736.8802
일탈, 기억, 심리적 공간 ● 늘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꾸고 있는 나는 주로 여행의 경험들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다. 어떤 장소에 가거나 사람을 만날 때, 모습, 소리, 냄새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여 저마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여행이라고 한다면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에 가는 것도 좋지만, 늘 몸담고 있는 곳이라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새롭게 느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감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기억은 당시의 나의 감정, 상상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 가장 단단하고 함축적인 이미지들로 남게 되고, 나는 그것을 하나씩하나씩 그림으로 끄집어낸다. 그려지는 것들은 물론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사실적인 재현은 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일탈의 욕구"와 같은 심리상태가 반영된 대상들이 만들어지고 그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따라서 그 공간은 자아가 투사된 대상들로 만들어진 '심리적 공간'이 된다.
나무 기르기 ● 그림 중에 사람과 함께 나무의 형태가 많이 등장한다. 나무는 가지를 뻗고 잎을 키워 생명의 기운을 발산해 낸다. 그리고 잎과 꽃은 떨어지고 겨울을 지낸 나무는 다시 새로운 생을 시작한다. 나는 나무의 순환적인 생명의 고리에서 사람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육체적인 자람도 그렇지만, 그보다 자신의 감성과 생각, 상상력, 이성 등의 정신적인 부분을 자라게 하는 것이, 마치 나무가 끝없이 나고 죽음을 반복하면서 자라나는 모양새와 같다고 여겨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나무를 가지고 있고, 각각 다른 형태의 가지를 뻗어내고 꽃을 피우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떤 사람을 기억해 낼 때, 외형적인 모습으로만 기억하기보다는 그가 부지런히 길러내고 있을 마음속의 나무의 모양새를 떠올려본다. 마치 후광이 빛나는 것처럼 그들의 머리위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난다. 나무는 나 자신의, 그리고 내 안에 떠올리는 대상을 그려내는 하나의 상징물의 역할을 한다.
씻어내기 ●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는 도시의 높은 빌딩과 여행 중에 보았던 산, 강이 함께 등장한다. 사람들은 건물의 옥상에 서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기도 하고,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타고 쏟아지는 빗물에 잠기기도 한다. 샤워를 하거나 비를 맞으면서 슬프거나 괴로운 기억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게 될 때, 나쁜 것들이 모두 없어진 순수한 상태가 된다. 그 느낌은 숲 속의 나무, 강물 등과 같은 자연에게서 받는 느낌과 흡사한데, 물방울이 온몸을 감싸 흐르면서 씻어 내리듯, 자연은 그 기운을 내뿜어 나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준다. 건물의 옥상에 빼곡히 서서 담배를 피워대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저 순간 하늘에서 샤워꼭지를 틀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산과 강, 나무들의 기운을 담아 뿌려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저녁 무렵의 샤워처럼, 그들의 딱딱한 껍데기를 씻어주면 마음속에 숨어있던 감성들이 저마다 싹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각각 다른 모양의 나무의 모습으로 키워낼 것이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무딘 감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늘 무뎌진 한쪽 귀퉁이를 뾰족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소망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 최나무(최지현)
Vol.20061220b | 최나무(최지현)展 / CHOINAMU / 崔나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