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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27_금요일_05:00pm_신한갤러리
신한갤러리 / 2006_1027 ▶ 2006_1107 / 일,공휴일 휴관 쎈띠르 미술관 / 2006_1109 ▶ 2006_1209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shinhanmuseum.co.kr
쎈띠르 미술관 경기도 파주시 맥금동 599-1번지 Tel. 031_957_3215
당신에게 있어 아이란 무엇인가? 조금 지나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이 아이들의 생각이 곧 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주도하게 될 것이고, 사회도 거기에 따라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이고 감각적인 속도감에 젖어있는 우리들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 되고 침식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 교통사고율은 세계 1위인데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나라. 이미 정해진 규칙에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머릿속으로는 어딘가 안심하고 평화를 즐길 이상향을 꿈꾸면서 언젠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그 곳으로 갈 수 있겠지 라고 상상한다. 아이를 꿈꾼다는 것 또한 엄청난 사치. 자기 한 몸 책임지는 것도 힘겨운데 아이까지 책임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니 그런 무리가 어디 있는가. 미래는 너무나 어둡고 두렵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누구도 믿지 못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 한 시간만 시내를 걸어 다니면 힘이 다 빠질 정도로 귀는 멍해오고 스트레스로 인해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물며 낮은 눈높이와 경험이 적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른들에게 손목을 잡힌 채 끌려가고 있는 아이들... 세상은 너무나 어지럽고 눈앞은 마치 게임처럼 어른들의 가방이며 손, 담배꽁초가 날아오고 바닥엔 껌 딱지며 가래침, 깨진 유리 조각, 말라붙은 토사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인다. 나아가는 데만 급급한 부모님은 아이가 넘어지기 전엔 속도를 줄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넘어진다 하더라도 "얘가 왜이래? 똑바로 못 걸어?"........ 아이들의 사회 경험은 왜 그렇게 빨리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끌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애정결핍, 욕설, 강요, 학대, 무시, 차별, 가정해체에 따른 방임, 감정적 체벌... 작금의 아이들은 이러한 폭력에 너무나 쉽게 노출된 채 자라고 있다. 얼마 전 아동 성 폭행범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아이라 금방 잊어버릴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 때 받은 충격들이 정말 잊혀 진다고 생각하는가? 매 맞은 아이들이 곧 잠이 들거나 웃음을 보이는 게 그 전 일을 잊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절대로 아이들은 잊지 않는다. ● 단 아이들은 강하다. 자신을 보호하며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방어 기제는 충격을 지우기 위해 잠이 들거나 곧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기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아이는 내면으로 숨어들고 자아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잘 살아보세'란 구호아래 70년대부터 돈 벌기에 치중한 부모 슬하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되었으나 많은 이들이 키덜트(Kidult)에 빠져 들게 된다. 이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실의 도피, 혹은 어린이들의 조기 성인화에 따른 심각성을 보여준다. 어른은 아이가 되고 싶고 아이는 기형적인 미니 어른이 되어간다. ● 발육이 좋아져 어른만큼 키가 자라있는 아이들이 가끔 화장실이나 골목어귀에 떼 지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덜컹해진다. 책임감보다 즉흥적이고 폭력적인 아이들, 각종 청소년 범죄소식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꿔 놓았다. 아마 그들의 눈에 어른들은 비겁하고 나약하며 돈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존재들로 보일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어른들의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앞만 보고 걸어라. 낮선 사람과 말하지 말고 그들을 믿지 마라. 그렇게 가르친 것은 어른들이 아니던가?
포근한 엄마 품의 기억도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방아깨비가 뛰어오르는 들판의 풍경도, 쏟아질 것처럼 가득 찬 은하수의 노래도 알지 못한 채 거짓과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유년기는 지극히 인공적이고 가상현실로 접한 풍경뿐이다. 그들에게서 자연을 빼앗고 대지에 시멘트를 부어 차갑고 딱딱한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은 누구인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속으로 그들을 밀어 넣은 것은 누구인가. ● 나는 소망한다. 사람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세상. 아이들이 어른을 믿고 이 세상에 낳아주신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는 세상 그 아이가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긍정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행복하게 자라날 아이를 꿈꾸는 세상을... 때문에 나는 두려움 앞에 져서는 안 된다. 불가능한 꿈이라고 꿈꾸는 것조차 포기하면 안 된다 그들이 부른다. 우리의 미래를.... ■ 황혜신
Vol.20061027c | 황혜신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