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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06_수요일_06:00pm
덕원갤러리 5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02_723_7771 www.dukwongallery.com
충동과 욕망, 불안의 편린들 ● 박희정의 그림에는 한 여성, 그녀의 일상이 등장한다. 그녀의 몸과 표정, 그녀를 둘러싼 상황을 표현하는 터치와 커다란 스크린은 때로 깨질 것처럼 여리기도 하고, 투명한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혼탁하고, 과감하면서 또한 공허하고, 그리고 불안하다. 그녀 혹은 그녀들은 갖가지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녀/들은 갖가지 일상 속에서 벌거벗은 채로, 지루한 모습으로, 흐트러진 모습으로 우리를 응시한다. 그 속에는 연민이나 애착, 결연한 결심이나 열정 같은 것이 모두 한꺼번에 혼재되어있다. 그녀는 고독하고, 우울하며, 의심에 가득 차있고, 욕망하는 동시에 갇혀있다. 그녀는 일상의 모든 답답함에 갇혀 있으며, 동시에 무엇인지 모를 강한 염원,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그녀는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도전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알 수 없는 것들로 잔뜩 긴장되어있다가도, 풀어지고, 실망한 듯 하다가도, 뭔가로 불타오른다. 모든 행위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매우 솔직한 욕망의 소유자로 표현된다. 여성을 둘러싼 장면의 배경 중에서 섹스의 장면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것은 마치 어떤 판타지를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온 평범한 젊은 여성이라면, 아마도 강렬한 섹스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판타지처럼 생각할 것이다. 박희정의 그림 속에서도 그것은 어떤 판타지의 역할을 한다.
박희정은 이야기한다. "여자로서 자라고 어른으로 크면서 부딪치는 혼란과 방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일상에서 아주 소소하게 지나가 버립니다.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박함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 우리는 박희정의 그림들을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일종의 출구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 속의 여성은 적극적인 욕망의 주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판타지가 우리에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판타지는 그것의 극적인 실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지속적인 실망만을 유지시키고, 우리를 불만에 가득 차있는 존재임을 각인시키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섹스 장면을 포함하여, 어떤 일화의 흔적과 단편들, 적극적인 욕망의 주체처럼 표현된 여성의 모습, 이 모든 것은 일상의 흔적과 단편들 속에 또 다른 하나의 단편에 불과할 뿐이다. 모든 욕망은 충동을 통하여, 반복되는 충동과 불만족을 통하여 끊임없는 판타지를 양산해낼 뿐이다. 실망스럽게도, 우리의 일상에서 여전히 출구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일상이라는 우연과 오해, 의심과 불만들로 이루어진 그 현장자체가 우리의 출구가 아닐까. 지독한 지루함과 강렬한 욕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그 속에서 우리의 불안은 거듭된다.
한 주체의 불안은 지루한 일상을 깨질 것처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고, 모든 관계들에 의심의 단초를 심어두며, 그것의 연속으로 우울함을 야기시킨다. 동시에 불안은 우리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한 충동과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의심에 사로잡혀서 모든 관계들을 끊어버리지도 못하고, 그 속에서 믿음을 가지지도 못한 채로 살아간다. 소통이 불가능하며 지극히 우연적인 단편들로 만들어지는 일상의 연대기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끊임없이 불평하며, 의심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판타지에 사로잡힌다. 그 과정에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며, 현재화되고, 실재의 흔적으로 남는다. 우리는 일상의 단편들과 억압되어있는 여성을 불안과 의심, 욕망과 충동의 끊임없는 변주의 한 가운데 있는 존재라고 불러볼 수 있다. 그/그녀는 매 순간 더할 수 없는 불안과 의심, 심지어 공포에 가까운 욕망에 맞부딪치며, 판타지 속에서 강렬한 충동을 표출하고, 또한 불만에 가득차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그/그녀가 강한 충동과 욕망의 주체라면 그/그녀 자신은 현실의 실재적 틈새를 노출시킬 것이다. ■ 이병희
Vol.20060908b | 박희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