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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05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번지 2층 Tel. 02_735_4678
장성아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05년 9월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렸던『도시' 드로잉』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전시장 한편에 투사한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비롯해서 섬세한 연필화나 거친 붓질의 아크릴 화, 디지털 프린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인간 군상이 빚어내는 갖가지 풍경, 즉 현대의 도시 거리와 탄광촌, 조선 시대 지도, 선사 시대의 유물 등을 재현했던『도시' 드로잉』전과 비교해 볼 때 작가의 관심사와 기법이 이 전시에서는 보다 집약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 도시와 인간 군상이라는 소재는 장성아의 작업에서 언제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특히 2002년의 개인전 서문에서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군중은 스스로의 일부이다"라고 했던 언급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그의 작업에서는 도시라고 하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군중이 지닌 성격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군중 (群衆)은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이면서도 개인에게 있어서는 얼굴이 없는 낯선 대상이자 실체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밀하면서도 모호하고, 자신의 모 집합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타자로서 작용하는 도시의 인간 군상은 장성아의 작업들에서 직접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공간이자 활동의 결과인 도시의 이미지 속에 투영되어 있다. 화면에서 인간의 형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에 속해있는 관찰자의 존재와 시점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와 거리는 독립된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단면들로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군중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존재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건물 군 (Building Group)」시리즈 역시 작가의 생활 반경인 작업실 주변과 종로 거리, 미술관 등 서울 중심부의 거리와 고층 빌딩 숲의 풍경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고 스쳐지나가는 과정에서 사진과 기억을 통해 포착한 편린적인 이미지들을 직선적이고 단순화된 선묘로 화면에 재생시켰다. 가로 세로 45cm의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들에는 통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가로등과 공사장 풍경, 고층 건물 외관에 비친 주변 건물들의 모습,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들 사이로 멀리 바라보이는 하늘 등이 재현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면들은 그 자체로서 단편적일 뿐 아니라 색 면으로 구성된 부분과 맨 바탕 위에 단색의 선들로 구성된 부분이 한 화면 안에서 괴리감을 자아낸다. 때문에 관찰자가 위치한 건물 안과 바깥 공간, 근경과 원경, 건물들과 배경이 다층적인 차원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단편적인 미완의 화면 구성으로 인해서 프레임 밖으로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장성아의 작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선 (line, 線)이다. 선묘 (drawing)는 작가가 수년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제작 기법이긴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극도로 절제된 형태로 구사된 것이 특징이다. 선은 조형 (造形)에서 근간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지적인 영역에서 화가의 상상과 의도를 형상화하기 위한 계획을 담당하는 동시에 화면 구성에서는 형태와 비례를 지시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칸딘스키가 조형 요소들 가운데 선이야말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학적 원칙에 가장 충실한 요소라고 불렀던 것도 이러한 때문이다. 즉 선은 화면 구성에서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후로 전개될 내용을 준비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전까지의 작업들에서 자주 관찰되었던 필력이 강한 거친 붓질이나 섬세하고 가는 연필의 자유곡선 대신 디자인 도구와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어눌한 직선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미세하게 번져나가거나 부분적으로 얼룩이 지는 장성아의 직선들은 완벽하게 객관적인 그래픽 선들이 아니라 최소한도로 목소리를 죽인 주관적인 선들이다. 이러한 선들을 이용해서 사물의 윤곽 형태만을 묘사하거나, 부드러운 터치의 단색화로써 풍경의 윤곽을 암시하는 작업 기법 역시 화면 공간을 개방하고 확장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 해석된다. 즉 색채와 붓질 등 작가와 관객의 감정과 충동을 촉발시키는 조형 요소들을 최소한도로 억제함으로써 현상 (現象, phenomena) 이 아니라 그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기본 구조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 조은정
Vol.20060708c | 장성아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