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rcial Landscapes

김혜원展 / KIMHYEWON / 金惠苑 / photography   2006_0503 ▶ 2006_0509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100×127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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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홈페이지_www.kimhyewon.com

초대일시_2006_0503_수요일_05:3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www.gallerylux.net

『Commercial Landscapes』는 상업화된 풍경, 산업화된 지형을 성찰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로서의 풍경 사진이다. 골프장, 수영장, 스키장, 눈썰매장, 사격장, 낚시터, 자동차 극장, 공연 무대, 객석 등 자연 속의 유료화된 여가 문화 공간을 통하여, 자연이 고가의 상품이 되어 버린 오늘날 자연의 풍조를, 풍경이 호객을 나서고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이 시대 자원으로서의 풍경의 양식을 기록한 풍경 사진이다.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74×94cm_2003

이 땅의 지형이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 전, 자연은 대우주요, 인간은 그 속에서 안빈낙도하여 왔다. 부(富)와 권력과 신분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자연은 무상으로 열려 있었다. 조물주의 몫이라면 모를까 자연의 소유주를 우리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리하여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만 먹는 한,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만 지닌 한, 지팡이와 짚신과 표주박만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즐길 수 있었던 자연은 그토록 어질고 넉넉한 품을 우리에게 열어놓았다. 술 한 잔에 시흥을 돋우고, 술잔 위로 떨어지는 꽃잎 한 잎에 운(韻)을 맺는, 번뇌를 잊고 시간을 떨친 사람들만이 누리는 운치가 별천지처럼 배어 있었다.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74×94cm_2004

그러나 풍경에도 시대가 있다. 시대마다 양식이 있고 풍조가 있고 유행이 있다. 인간 태초의 푸른 정신인 안빈낙도를 몸소 가르쳐 왔던 자연은 시장 자본주의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오히려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누구나 무상으로 공유할 수 있었던 자연은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됨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레저 문화의 그릇된 신화를 낳는다. 인간은 상업화된 풍경이 제공하는 열렬한 혜택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풍경은 제가 챙긴 이윤의 가치만큼 계급화되고 권력화되고 서열화된다. 이들 풍경은 부르디외(Bourdieu)나 베블렌(Veblen)이 말한 '구별짓기(distinction)'를 증거하고, 사회적 아비투스(habitus)의 상징이 된다.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74×94cm_2004

『Commercial Landscapes』는 여가 문화 공간의 인간이 부재한 텅 빈 풍경, 그 정적감과 황량함을 통하여, 이러한 산업 자본주의 소비 시대의 물질 문명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인간 소외라는 거대한 모순, 그 숨은 진실을 성찰하고자 하였다. 또한 자연과 인공의 허술한 부조화, 소졸(疏拙)한 불안정의 모습을 보이는 한국적 지형을 통하여, 인간의 위락 시설을 위해 조급하고 난폭하게 파괴되어야만 했던 자연의 아픈 실상과 인간이 끝내 더불어 살아가야 할 야생의 녹색 환경을 환기시키고자 하였다.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74×94cm_2003

그러나 『Commercial Landscapes』는 프로파간다적인 문화 비판이나 환경 옹호를 표방하지 않고, 시대 현실과 사회 상황에 대한 가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하였다. 저널리즘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의 소비 풍조를 비난하는 직접적 서술이나 환경 옹호의 선동적 어투로부터 벗어나, 예술 사진과의 불투명한 경계에 서고자 하였다. 따라서 4×5 인치 대형 카메라의 F 64 깊은 피사계 심도로 최대한 롱샷의 정면 촬영을 하여 객관적 시각을 지니려 하였고, 평면적인 미니멀한 형태와 차분한 중간색의 컬러, 낮은 콘트라스트와 간결한 톤으로 조형적이고 절제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였다.

김혜원_디지털 프린트_74×94cm_2002

이처럼 『Commercial Landscapes』는 처녀지인 '자연(Nature)'으로부터 경작지인 '문화(Culture)'로 변형되어 소비되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 '땅(Land)', 그 거대 공간의 문화적 현실이 시적(詩的)이며 서정적인 풍경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그리하여 "풍경 사진은 공간의 조직 체계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풍경 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존 잭슨(John Brinckerhoff Jackson)의 지적대로 풍경 사진이 지닌 값진 책무를 다큐멘터리와 예술 사진과의 긴장과 균형 속에서 경건히 마치고자 하였다. ■ 김혜원

Vol.20060504a | 김혜원展 / KIMHYEWON / 金惠苑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