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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9_수요일_06: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그물과 목어 ● 바람도 걸리지 않는 공중의 그물에 고기가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목어이겠죠. 그런데 그물코는 넓고 성긴 것이어서 고기들 역시 바람처럼 이 그물을 빠져나갈 듯합니다. ● 그물이란 원래 사물을 안으로 가두기 위한 것입니다. ● 그런데 사물이 빠져나가기만 하는 그물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공간이 여기에 어떤 방식과 크기로 존재하고 있다는 표식이 아닐까요. 공간이란 그냥 보면 무한대로 너무 허허롭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여기에다 어떤 식으로든지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합니다. ● 화랑의 벽과 바닥 역시 하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림은 대체로 벽에 걸고 조각은 바닥에 세웁니다만, 칼 안드레 같은 이는 아예 바닥에 조각을 납작하게 눕히고 말았습니다.
옥현숙은 사각의 벽과 바닥이 아닌 느슨한 그물에다 그의 목어를 걸어 놓았습니다. 화랑이라는 기존의 전시공간 안에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의 전시공간을 만들었습니다. ● 사물이 놓이는 자리가 달라진 셈이죠. 벽도 바닥도 아닌 공중에 매단 그물입니다. 아니 그가 발명한 새롭고도 유연한 벽과 바닥입니다. ● 조각전시라고 하는 게 대체로 2차원의 평면들(벽과 바닥)이 만나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3차원 공간 속에 조각이라는 3차원 오브제를 어떻게 집어넣는가 하는 상습적인 고민을 갖고 있는 편인데 옥현숙의 경우는 다소 특이하군요. ● 그의 그물은 꼭 좌표계처럼 보이는군요. 그것도 뒤틀려진 좌표계 말입니다. 그걸 발명한 사람은 현대기하학의 원조격인 리만이었다죠.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전시장의 벽과 바닥은 유클리트 시대를 거쳐 데카르트가 발명한 좌표계의 공간감각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군요. ● 반듯한 육면체의 공간이 아닌 울퉁불퉁 왜곡되고 겹쳐진 새로운 전시공간 속에서 멸치처럼 자잘한 수많은 목어는 성긴 그물을 열심히 넘나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조각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서. 분명 몇 놈은 필경 필승하리라 기대합니다. ■ 황인
Vol.20060425c | 옥현숙展 / OKHYUNSUK / 玉炫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