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권기범展 / KWONKIBEOM / 權起範 / painting   2006_0411 ▶ 2006_0418

권기범_Glass Flower06-2 Xiamen_페인팅, 컬러인화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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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1_화요일_05:30pm

창동미술스튜디오_국제교환입주 작가 권기범 귀국 보고전

작가와의 대화-Memory on Xiamen&Arnhem 2006_0411_화요일_04:00pm(스튜디오內 전시실)

창동미술스튜디오 전시실 서울 도봉구 창동 601-107번지 Tel. 02_995_0995 www.artstudio.or.kr

국립현대미술관(관장:김윤수)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지난 해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에서 3개월 간 교환 입주해 작업해 온 권기범 귀국 보고전을 4월 11일 (화)부터 8일간 선보일 예정이다. ● 지난 2005년 상반기부터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주작가들의 해외진출 기반 마련과 새로운 작업동기를 부여하고자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당 해년도 입주작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및 아시아 등지의 유수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작가에게 작업실 및 숙소, 생활비 등을 상호호혜 조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파트너 기관에서 작업했던 입주작가 권기범 (중국 샤먼, Vis-a-Vis Art Lab)은 이번 전시에서 교환입주 기간 동안 경험하고, 다양한 교류를 통해 느낀 이야기들을「충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표현한다. ● 권기범 (한국화, 35세)이 이번전시『충돌』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키워드는 대조되는 두 항 사이의 "관계"이다. 이 전의 작품에서 깨진 유리와 꽃을 한 화면에 표현하며, 먹판을 대고 손으로 그린 지두화법과 기하학적인 선, 색채 면을 대조시키는 작업을 통해 '인공과 자연', '계산과 우연' 사이의 관계를 실험해 왔던 권기범은 이번 전시에서 중국 샤먼의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기간 동안 유럽 등지에서 모여든 전 세계의 젊은 작가들과 작업한 공동 프로젝트 'CHAT AND CHAT 2005_SCENE between Europe and Asia', 그리고 도시 중심에 위치한 중산로(中山路)의 대형스크린 영상물 상영 프로젝트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다루며, 하나의 화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이전의 방식을 현란한 동영상 편집을 통해 더욱 극대화한다. ● 4월 11일에 있을 '작가와의 대화-Memory on Xiamen & Arnhem'에서 작가는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를 통해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직접 대중에게 소개할 기회를 갖는다. 일반인의 참여가 가능하며 스튜디오의 작가 작업실 또한 개방되어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창동미술스튜디오

권기범_Glass Flower06-1 Xiamen_페인팅, 컬러인화_2006

구조적 충돌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세계 ●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두 면의 스크린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나는 바람에 몸을 실은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상이 그림자처럼 투영되는 고즈넉한 이미지와 격렬하게 작동 중인 엔진처럼 쉼 없이 에너지를 뿜어대는 기계 문명과의 대조이다. 한 세계는 고요한 서늘함이, 다른 세계는 뜨거움이 지배한다. 관객이 어느 화면을 먼저 보든 간에 극단을 이루는 두 세계의 충돌을 피하기는 힘들다. 권기범은 이 전시에서 성질이 다른 두개의 거대한 판을 충돌시켰다. 그의 그림에서 깨진 유리와 꽃을 한 화면에 중첩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그는 먹판을 대고 손으로 그린 지두화법과 기하학적인 선 및 색채면을 대조시키는 작업을 통해 인공과 자연, 계산과 우연 사이의 관계를 실험해 왔다. '충돌'이라는 전시부제에도 드러나 있듯, 권기범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대조되는 두 항 사이의 관계이다. ● 이번 전시는 두 개의 동영상이 주를 이루는데, 하나의 화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이전의 방식이 현란한 동영상 편집을 통해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이전의 작품이 그림이라는 형식을 통해 대조되는 두 영역 사이의 조화가 중시되었다면, 이 전시의 작품은 균형 감각보다는 큰 폭의 낙차를 가지는 에너지의 배분을 통해 극적인 충돌을 꾀하고 있다. 문명의 메카인 도시는 선과 평면으로 이루어진다. 반면에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상호 침투하는 자연은 기하학에 의해 분할될 수 없다. 자연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권기범의 작품에서는 자연이든 문명이든, 현실이나 현상 그 자체가 그대로 제시되는 법은 없다.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머물렀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채집한 상반된 두 이미지는 편집이라는 적극적인 구성의 행위 말고도, 색과 리듬의 조절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부각시킨다.

권기범_YELLOW BRICK ROAD 05 35m길이의 스펀지계단에 기록_Heyday Hotel 프로젝트공간_2005
권기범_YELLOW BRICK ROAD 05_샤먼설치광경_2005

사실 아무리 자연을 지향한다 해도 예술작품은 인공의 산물이다. 가령 그의 그림에서 자발적이고 우연적인 효과를 발생시켰던 지두화법은 오랜 시간 묵의 수련에 의한 결과일 것이고, 이번 전시의 움직이는 사군자 같은 화면 역시 미적 감각에 의해 고도로 조절된 결과물이다. 이미 언어를 통해 사회적인 존재가 된 인간에게 자연적인 것이란 사물자체라기보다는, 인공성과 필연성 이후에 축복처럼, 또는 재난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충돌'이 가지는 생산적이거나 파괴적인 측면이다. 작품이란 이 극단의 낙차 속에서 펼쳐지는 게임이다. 권기범이 다루는 '자연적인 것/인공적인 것'의 대조는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추상적 이항대립을 넘어서 있다. 구체적 대상이 선험적인 범주를 통해 구조화되지만, 동시에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펼쳐지는 대조되는 범주들 간의 다양한 만남에는 상호삼투되는 또 다른 차원이 간과되지 않는다. ● 가령 나뭇잎의 고요한 흔들림에는 문명에서 배제된 타자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고, 분주한 도시 풍경에는 묵시록적인 침묵이 깔려있다. 자연 속에 문명이, 문명 속에 자연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질서 속의 무질서,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층위로 변주될 수 있다. 이러한 이상한 섞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의 동시적인 관계맺음의 방식은 구조주의적이다. 그것은 다양한 경험적 실체를 구성적 단위로 나누고, 이 단위들이 상호관계의 체계로 조직되는 방식을 말한다. 그의 작품은 마치 신화처럼, 인간의 정신의 구조 속에 이미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영상에 비유된다. ● 구조주의를 확립한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음악이라는 모델을 전제했듯이, 권기범의 작품에는 실제로 들리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음악성이 깔려 있다. 나뭇잎의 영상에 흐를 법한 가느다란 선율과 화음의 조화, 그리고 도시 영상의 역동적인 리듬 감각이 그것이다. 자연이든 문명이든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현실의 심층에 흐르는 내적 논리는 추상적인 도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감수성으로부터 퍼 올린 것이다. 그러나 느껴지고 관찰 가능한 현실이 작품으로 안착되면서 한정된 변수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 이 변수들은 언어처럼, 작품의 내부적 관계망을 이룬다. 자연의 상징으로 나오는 식물의 영상은 마치 꿀벌의 언어처럼 자연적 현실과 고착된 관계를 가진다. 문명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번잡한 도시풍경에 가해진 색면 처리는 지시물과 단절된 관계를 가지는 인간적 언어의 특징을 보여준다. 문명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대상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정신의 방어벽과도 같은 장치가 두드러진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고 인간을 대상에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깨진 유리와 꽃을 결합시켰던 'Glass Flower' 시리즈부터 나타나는 것이지만, 이번 작품도 식물적인 비유가 있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계속적인 분절화가 일련의 형태를 이루고, 그것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생물의 자연스러운 발생과 의미론적 공간이 맞물리는 것이다. ● 버드나무 잎이 흔들리는 광경은 자연 그 자체라기보다는 하나의 모델이다. 수학자인 르네 톰은 하나의 현상을 다룰 때, 그것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이 현상 속에서 기저 공간 속에 주어진 형태로 확인가능한 안정적인 요소들을 분리해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림자처럼 처리된 자연적 대상은 존재 그 자체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복수적인 공간들을 상정하고 있다. 투사에 의해 관찰되는 형태는 현실적 사물들의 환영적 성격을 드러낸다. 도시 장면 역시 구체적인 현상이나 실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에 대한 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다만 자연의 장면에서는 지속의 느낌이, 문명의 장면에서는 불연속의 느낌이 강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운동하는 연속성을, 도시 장면은 기하학적인 정신으로부터 유래하는 불연속적인 형상성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물질과 생명, 형상과 질료, 자연과 문명 등,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상징체계와 세계관을 압축한다. 철학자 이정우는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철학이라고 지적하면서, 형상철학은 이 세계의 참모습은 그 자체는 변하지 않고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순수한 존재들, 즉 형상(idea, eidos)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골격으로 한다고 지적한다. 이 세계는 형상과 질료가 만들어내는 세계이다. 질료적인 차원의 질서는 혼돈스럽고 유동적인 흐름의 세계이지만, 이 질료의 질서가 형상의 질서에 의해 지배됨으로서 우주는 질서를 지닌다. 흐르는 세계에서 어떤 동일성을 잡아낼 수 있는가가 형상 개념의 단초이다. 이 질료/형상설의 구도에 있어 질료는 연속성의 성질을, 형상은 불연속성의 성질을 부여받게 된다.

권기범_A START OF BEGINNING_비디오 영상설치_2005
권기범_CRASH 06_비디오 영상설치_2006

권기범의 작품에서 질료에 해당하는 부분은 지두화법으로 그려진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선의 흐름과 그것의 연장인 생기 있는 자연 영상이다. 반면 형상에 해당하는 부분은 기하학적인 선과 색면이고, 그것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시 영상이다. 질료가 어떤 우주적 질서를 갖추기 위해서는 형상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권기범은 기하학적 형상의 사용을 통해 무한하게 흐르는 질료에 시작과 끝이 있는 명료한 테두리를 부여한다. 연속성은 끊어지고 불연속성이 도입된다. 동시에 질료는 작품의 기저를 흐르는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자 무의식적 차원이 된다. 연속과 불연속의 세계가 충돌하면서 생산적인 교환이 이루어진다. 추상적인 코드로 이루어지는 현대문명과 신비스러운 조화의 구조를 지니는 야생의 세계가 대화하는 것이다. 두 세계가 성공적으로 접촉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구조적인 모델이 전제되어야 한다. 권기범은 실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확정하고 이것이 관계 맺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단순한 관찰을 넘어선 '꾸준한 분류를 통한 증류'(레비 스트로스)를 통해 어떤 상황에 담긴 진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물론 구조적 방식은 추상적 환원주의의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권기범의 작품이 심미주의 및 형식주의적인 방식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자족적인 완결감이 두드러진 그의 회화작품이 그렇다. '복잡한 가시성을 간명한 비가시성으로 치환하는' 환원주의적인 방식은 인간정신의 범주에 근거하는 보편 문법을 지향하면서, 복잡다단한 현상들을 명쾌하게 정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닫혀있는 세계라는 한계를 가진다. 보편적인 메타 언어의 남용은 관념적인 총체성에 머물기 쉽다. 철학자 미셀 세르가 지적하듯이, 최선의 종합은 최대한의 차이가 드러나는 장에서 생겨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충돌'에는 차이의 극대화에 대한 의지가 존재한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지엽말단의 문제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동세대 젊은 작가와 달리, 권기범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범주화의 문제에 골몰한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지향성은 어떤 구성 요소와 변수를 취하든 구조적 안정성으로 귀착되는 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형태를 또 다른 형태로 전이시키는 불연속적인 계기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진정한 바탕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 이선영

Vol.20060411a | 권기범展 / KWONKIBEOM / 權起範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