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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22_수요일_06:00pm
공평아트센터 1층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Tel. 02_733_9512
모서리의 경계에서 찾은 순환적 인생관 ● 현대는 디지털 시대이다. 최첨단의 디지털은 의외로 간단한 원리로 출발한다. 디지털은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는 "없다"와 "있다"로서 인식하는 대표적인 숫자 "0"과 "1"의 끝없는 반복으로 만든 세계를 말한다. 인류는 0이란 숫자의 발견을 통해 수학적인 개념을 넘어 철학,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0이라는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이다. 1은 "있다"의 출발점이다. 가장 근원적으로 보면 존재의 실체가 있다는 것이다. 0은 "없다"를 인지하기 시작한 최초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0의 발견을 통해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상상력과 철학적인 개념을 더하여 형이상학적인 "없다"의 개념으로 존재적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0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0과 1사이는 무한의 세계가 있다. 0. 으로 시작하는 수(0.000000000?)는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간을 고도의 철학적인 의미로 재탄생한 것이다. 0과 1이 존재의 실체와 없음의 의식을 인식하였다면 이는 곧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적인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삶이라는 유한의 세계와 죽음이라는 무한의 세계에 대한 철학적인 사고가 발전하여 결국은 종교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인간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식을 통해 사회적인 여러 규약과 종교와 예술을 만들었다. 특히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차이에 따라 여러 종교들이 나타났으며 인간의 의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인간은 직접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죽음을 상상하게 된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인식(종교적 혹은 비종교적)은 시대적, 문화적,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인간은 삶과 죽음이라는 직접, 혹은 간접경험의 반복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창조적인 인식을 하게 되었다.
작가 김영호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순환적 인생관"이 작업의 주제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거창한 의문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다. 전 작품들에 비해 강렬한 채색과 밀도 높은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는 나지만 작품의 주제는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인간의 탄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기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개월의 기다림을 통해 태어나는 신생아의 탄생이 새로운 시작의 출발(창조)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애기 집 이라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공간에서의 마지막 끝(소멸)인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창조의 상징적인 탄생(시작)과 소멸의 상징인 죽음(끝)을 객관적인 시각이 아닌 주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순환적인 인생관은 작가의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작가는 죽음과 탄생 또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관점은 작품의 공간적인 배경이 되는 모서리에서도 나타난다. 모서리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시작도 될 수 있고 끝도 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시작과 끝의 개념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시작과 끝의 경계를 확실히 나누고자 하지 않는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바지는 냉정한 현실의 상징적 표현이다. 불교에서는 현실의 괴로운 반복 즉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깨달음을 얻으려 한다. 그만큼 현실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것이다. 김영호는 비어있는 바지를 통해서 현실의 비움을 표현하였다. 비움은 현실을 넘어서 달관을 말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에 있어서 현실은 냉정하다. 현실과 예술적인 의지와의 끝없는 싸움은 젊은 예술가에게는 괴로운 오늘 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비움으로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희망적인 암시를 하는 것이다. 의자는 현실과 이상의 연결 고리로서의 다리를 말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의 의자로서 표현이다. 작가는 벽과 바닥의 반복된 무늬 구조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현대의 몰개성적인 면과 물질 만능의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 현실의 아픔을 치유하고픈 욕구가 있다. 바닥의 나무무늬는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인간의 자연회귀성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대량생산된 제품을 보면서 그 충동과 욕구를 적게나마 해소하고 있다는 것을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김영호의 작품은 분명 동양적 미학의 아름다움과는 대치된다. 현대 동양화 작가들에게 있어 전통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라면 끊임없는 실험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동양화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재를 선택한 면에서 다양성의 모색이라는 실험의식은 높이 살만 하다. 젊은 작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도전의식과 실험정신을 구현한 점 또한 높이 살만 하다고 본다. 다만 한마디의 진심어린 충고를 곁들이자면 매우 심오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작품에 있어서 좀 더 치밀하고 논리적인 자신만의 철학적인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바탕이 없이는 철학적 깊이가 없는 표현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주의만이 강조되는 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자신만의 철학적인 근거를 확립 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정진했으면 하는 바이다. ■ 김고
Vol.20060325c | 김영호 수묵채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