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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2 art.arko.or.kr
나는 색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에 손으로 선을 압인하여 드로잉을 제작한다. 종이에 압인 되어진 선은 빛이 그 종이에 비추어지는 방향에 따라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동시에 띄게 된다. 나의 비디오작품은 이렇게 제작된 드로잉들을 1초당 30장 씩 애니메이트 시켜 동영상화 한 것이다. 비디오를 구성하는 각각의 프레임들을 압인드로잉으로 제작한 후 이 드로잉들이 다시 비디오의 프레임역할을 하여 재해석된 비디오로 돌아간다. ● 이 작업과정은 사물을 존재와 부재의 양면성을 동시에 포괄하는 또 다른 어떤 것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며, 불교사상과 중용에서 관계를 찾을 수 있다. 즉, 내가 생각하는 공(空)과 색(色)의 "교차점"을 작품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최근 나는 시간을 담아내는 비디오의 특성을 이용하여 반 입체적(2.5 Dimensions)-2D와 3D의 교차점-작품을 만들어 내려 시도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는 돌아가는 3차원 오브제의 외곽선을 압인드로잉으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미국의 미술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말하는 회화와 조각의 특성 즉, 2차원의 회화와 3차원의 조각, 그리고 작품 재료에 대한 그의 성찰, 을 나름대로 해석한 표현 방식이다. 즉, 회화와 조각이 갖는 특성들의 중간지점인 "시각적인 2.5차원"을 시간을 담아내는 비디오라는 재료가 갖는 특성을 이용하여 나름의 예술 창작의 한 방법으로 모색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시각적 표현 수단을 토대로 사회의 구성에 필요한 조건들의 양면성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회전하는 무대 위의 실제 모델들에게 어떤 하나를 향한 극적인 갈망의 형상을 취하게 하고, 모델들의 회전하는 외곽선을 취하여, 사회구성에 필요한 어떤 지도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맹목적인 숭배의 경향을 작품으로 표현하려한다. ● 인간은 자연처럼 그냥 있어서 충분되는 존재가 아닌, 존재의 충분을 위해 자신과 주변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존재이다. 즉, 인간은 인격형성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을 스스로에게 주입하여 그 주입된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스스로 이 테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고, 만약 스스로 해결 못하는 갈림길에 놓였을 때, 쉬운 해결 방식을 모색하려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를 만들어 혼동을 정리하고 그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신에게 의탁하는 종교는 그 극단적인 한 예 일 것이고 교황을 내세우거나 정치가를 만들어 내는 일도 그러한 경향 중 하나 일 것이다. 나는 과연 군중들이 지도자를 내세울 때 그 지도자의 능력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 지도자의 자리가 비어 있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인지, 또한 그 지도자선택이 개인의 철저한 판단의 결과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군중심리에 묻혀 나온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본다.
지난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는 수 백 명을 향해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한 명의 죽음을 그토록 슬퍼했다. 그러나 그가 죽은지 2주도 안되어 새 교황이 선출되자, 새 교황의 능력을 알지 못 함에도, 군중은 다시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결국 군중은 옛 교황의 죽음을 한인간의 죽음으로 보고 슬퍼한 것이 아니며, 지도자 자체의 능력에 의미를 두었다기보다는 흩어진 군중의 마음을 정리 해 줄 수 있는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 의미를 더욱 두고 있었던 것이다. 즉, 사회 존립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 지도자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는 실제 지도자의 능력이 아닌 보이지 않는 권력에의 숭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권력, 지도자를 향한 군중의 맹목적인 속성 안에 '철저한 판단'이 결여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참고로 하여, 이 결여의 의미에서의 존재의 공허함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 중 하나인 「The Transfiguration」 (변형-그리스도 영의 나타남, 의역)을 참고로 하여 표현 해 보려한다.
라파엘로는 르네상스시대의 그 어떤 화가보다도 다양하고 극적인 인간의 포즈를 통한 주제전달을 그의 종교화에서 보여준다. 특히 「The Transfiguration」에서 그리스도의 나타남에 대한 인간의 극적인 반응의 행위들은 권력에의 무한 복종과 그에 대한 환희를 나에게 잘 느껴지게 한다. 나는 이 그림에 나타난 평면의 극적인 형상들을 각각 실제 모델이 취하는 형상으로 재해석하되, 포즈를 취한 모델들을 360°회전시켜 얻어지는 입체적 느낌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비디오를 구성하는 각각의 프레임들을 다시 압인 드로잉으로 재해석하여, 형태는 극적인 갈망의 느낌이지만 압인 드로잉을 이용한 형태의 외곽만을 취함으로써 얻어지는 공허한 느낌의 포즈를-마치 권력이 공허한 것같이-동영상화해서 표현했다. ● 8명의 모델들이 이 그림에 있는 포즈들을 취하고 압인 드로잉으로 재해석된 비디오는 8개의 프레임된 스크린에 영사되고, 각각의 스크린이 모여져서 8각형의 방을 만들어낸다.
이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포즈이지만 공허한 느낌의 영상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문제들에 내재된 허 와 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함이다. ■ 김신일
2005 독일 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 ● 현대 시각예술작가에게 1년 간 독일 베를린 Kunstlerhaus Bethanien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작품 창작 공간 및 전시 기회 제공, 각국 작가들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세계 예술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 젊고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각 국의 현대미술 작가들(독일 및 외국작가 25여명)에게 전용 작업공간(개별 스튜디오)을 제공하고 작업과정 개방을 통해 작가 상호간의 교류를 촉진하며 ● 참가작가들의 BE매거진 소개 및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통로로 참가작가가 유럽 미술계에 집중 소개되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1975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30개국 600명 이상의 작가가 참가(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하는 이 프로그램은 공동 후원자인 각 국의 정부나 재단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05년부터 후원자로 참여를 시작했다. ● 김신일의 독일 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 참가는 2005년 3월 15일부터 2006년 3월 14일까지 1년간이었다. ■ 문의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팀 Tel. 02_7604_574
Vol.20060228c | 김신일展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