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lohwa's drawing for car and life

이종희(들로화)展 / LEECHONGHOE / 李鍾熙 / drawing   2005_1118 ▶ 2005_1124

들로화_No.09_무릎과 무릎사이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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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18_금요일_06:00pm

갤러리 반 서울 중구 필동 3가 26번지 동국대학교 수영장 옥상 Tel. 02_2260_3424

욕망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 들로화의 드로잉에 대한 첫인상은 '욕망'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 난 독에 물 붓기 같은 허망한 뉘앙스를 풍기고 또한 그것은 밝은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 채 잠시뿐으로 소비되는 모양새로 보여진다.

들로화_No.14_섬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이 드로잉들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다. 편의주의를 지향하는 소비문화에서의 대표적인 발명품인 자동차가 사람을 실어 나르고, 여기서 배달의 주체는 차이다. 사람에게 성적 욕구 해소의 장소를 제공하고, 그 은밀함의 주체 또한 차이다.

들로화_No.16_kiss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끊임없이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자동차의 막강한 쓸모 앞에 그저 사람들은 무력하게 물컹한 내용물에 불과해 보이며, 기약 없이 계속 옮겨지고 폐기처분된다. 트럭으로 이사를 가는 가족의 이미지마저 향하는 곳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보다 그저 옮겨 다닐 수밖에 없다는 자조의 뉘앙스가 풍긴다.

들로화_No.21_꽃배달 2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잠시 머무는 곳, 잠시 보관되어 배달되는 곳. 그곳, 이동과 머뭄의 공간은 보장된 안락함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뿐이라는 뉘앙스는 들로화가 말하는 시간단축이라는 긍정적 발언과는 사뭇 다르게 전해진다.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친 듯한 마비된 몸뚱아리들이 속물스럽게 섞였고 쓸모를 다한 깨알 같은 사람들이 트럭에 떼거리로 실려나가 폐기처분되고 이사마저 이제는 어린시절 기억안에서의 기대와 설레임보다는 그저 무덤덤한 피곤한 일상의 단편인 것이다.

들로화_No.23_carsex 1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자동차 안의 내용은 은밀함을 보장받는 동시에 격리와 소외를 동반한다. 누군가 문명은 전달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본다면 자동차는 되려 견고하게 사람과 사람을 격리시키고 또한 서로서로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단축된 시간적 거리라는 작가의 긍정적 시선과는 별개로, 들로화가 그리는 자동차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것과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거리감을 느끼게한다.

들로화_No.28_tunnel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들로화_No.33_上京_종이에 샤프펜슬_19×26cm_2005

쓸모의 측면에서 주체로써의 생명력을 부여받은 자동차는 욕망하는 사람을 닮았다. 욕망하는 사람들이 쓸모를 다하면 용도 폐기처분되듯 그려지는 동시에 욕망의 이미지는 자동차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활기를 잃고 순환되는 욕망에 불과해보이고 그 속의 사람들은 유독 무력하며 왜소하게 보일 다름이다. ■ 최고야

Vol.20051212c | 이종희(들로화)展 / LEECHONGHOE / 李鍾熙 / 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