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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5_1104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SONGEUN GALLERY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527.6282 www.songeun.or.kr
셋이 모여 커피를 마신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초조하다. 얼굴에는 깊게 파인 고민의 주름이 이들의 이마를 가르고 있다. 커피는 한가로이 휴식을 즐기며 창밖을 보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인 줄 알았지만 이들은 커피를 물처럼 술처럼 거침없이 먹는다. 마치 커피마시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다 마신 사람과 두 잔째 마신 사람의 현재 남아있는 커피의 양이 다르다. 자신의 팔로 만든 컵이라 커피는 원 없이 많이 들어가지만 쉽게 젖기 때문에 빠르게 마셔야 한다. 그래야 얼른 오후의 회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업무가 책상에 쌓여 있다. 등을 지고 의자처럼 접혀 모른 척 하고 싶다. 책상 서랍에 있는 A4종이가 부럽다. 하지만 그 서랍마저 나를 잡고 놓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구겨진 채로 은근슬쩍 빠져나온다.
자 퇴근하는 시간이다. 애써 줄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자꾸 줄을 지어 규칙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상체는 최대한 숙이고 보폭은 크게 해야 한다. 이동간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이다. 가끔은 앞사람을 따라가다 바람이 불어 옆으로 누워 버릴 때도 있다. 그럼 내 뒷사람도 같이 따라 옆으로 눕는다. 집에 도착한 후에는 왠지 은둔형 외톨이고 싶다. 집에서 만은 모든 것을 감추고 혼자임을 즐기고 싶다. 좁은 공간 일수록 좋다. 워낙 얇고 가볍기에 벽에 기대기에도 침대에 눕기에도 용이하다. 움직임이 적어지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게 좋다. 나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개인주의라고 욕하지 말라. 이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제발 부탁인데 우리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나의 이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길 바란다.
다시 아침이다. 순간적인 직감이 알람을 앞지른다. 넥타이를 고른다. 넥타이가 목에 걸리는 건지 넥타이 안에 내가 걸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넥타이에 무수히 많은 어제의 내 모습이 걸려 있다.
다시 지하철 안이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하지만 지하철 신문만 있으면 순간이동이다. 사람이 많아도 상관없다. 내 몸을 접으면 된다. 어? 벌써 다 왔다.
이제 회사를 일으킬 시간이다. 다함께 회사의 천장에 두 팔을 쭉 펴서 두 손으로 힘껏 더 높이 회사를 올리자. 의라차차! ■ ID salarper man
Vol.20051105c | 애니 이주연展 / ANNIE LEEJOOYOUN / 艾柅 李柱燕 / pr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