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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14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www.songeun.or.kr
내 품 속에 세상을, 세상의 품 속에 나를 ● 가슴 설레이는 사랑, 한번쯤 해본 여자라면 흰 눈 펄펄 내리는 겨울날, 사랑하는 내 남자의 목을 따사롭게 감싸줄 빛깔 고운 목도리 하나쯤 정성스레 짜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아련한 추억 속 몽실몽실 포근한 털실의 온기로 가득 차오르는 김은영의『품만들기 poom making』가 두번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엄마의 품 속, 내 품에 안긴 그, 나를 안은 그의 품… 작가에게「품」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따뜻한 심장 박동이 행복한 기운과 더불어 공유되는 서정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공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를 '우리(품)'와 '행복(따뜻함)'이라는 주제 안에서 발견한 김은영은 행복한 모두를 위해서『품만들기 poom making』를 시작했다. 대단한 기계문명의 혜택으로 요즘 예술가들이 세상에 쏟아내는 시공을 넘나드는 최첨단의 예술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게 작가는 뚝심있게 가슴 통증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시야에 작지만 소박한 희망 하나 전해줄 수 있는 그림, 사람들로부터 소외 당하지 않는 그림,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그림을 예술의 지표로 설정하였다. 순간의 짜릿한 강렬함 보다는 두고두고 가슴 속을 훈훈하게 채워주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품으로 안았던 세상과 세상의 품 속으로 달려 들었던 자신을 그리고 있다.
내가 만나본 작가 김은영은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사랑을 그린다. 그녀의 사랑은 온통 붉다. '은영레드'라는 새로운 색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빨간 색에 대한 작가의 과도한 애착과 뜨개질 조직을 연상시키는 수 만개의 하트로 짜여진 바탕 화면은 뜨거운 심장이 쏟아내는 사랑을 그려내는 작가만의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젊고 아리따운 이십대인 그녀와 또 다른 그녀들의 '사랑'이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사랑과 결혼, 출산 등으로 서술되고 있다. 뜨개질 코 하나 땀 하나가 하트 모양으로 엮어져 커다란 스웨터 형상으로 드러나는 작품「그의 품에 안기다」와 「그녀의 품에 안기다」는 사랑을, 길게 늘어진 양팔 소매 자락이 마치 언제나 하나였던 듯 통하여 집 모양으로 형상화된「합체」는 결혼을, 터질 듯 부풀어오른 석류, 빛깔 고운 복숭아, 연꽃, 고추 등이 민화적 정취로 보여지는「태몽」은 출산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탕처럼 달콤한 연애기를 거쳐 다다른 결혼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출산,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만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완성하고 싶은 작가의 소망은 바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열심히 사는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사랑과 행복'이라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진리이자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끝없이 줄달음을 치면서도 때론 공기처럼 그 존재를 아득하게 잊고 지내는 우리들에게 김은영의『품만들기』가 전파하는 러브바이러스는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가장 평범하지만 또 가장 위대한 방법을 일깨워줄 수도 있을 듯 하다.
이제까지 자신의 품에 간직했던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을 품기 위해 맹렬히 세상 속으로 돌진하는 그녀의 사랑 이야기 후속편을 기대한다. ■ 김윤희
Vol.20051014b | 김은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