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chair' - 하나로 이해되는 세계

정우영 회화展   2005_0510 ▶ 2005_0520

정우영_파랑1_캔버스에 유채_116×88.5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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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10_화요일_05:00pm

예맥화랑 서울 종로구 소격동 87-1번지 Tel. 02_720_9912

'le chair' - 하나로 이해되는 세계 를 위한 ● 〔 Look 〕 / 〔 Look into 〕/ 〔 Relate 〕○ 〔look (바라보다)〕관념, 교육받은 가치를 지닌 눈, 사회화된 눈이 바라보는 현실은 어떤가. 이성적 질서를 위해 재창조된 세계, 관념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 관념의 옷을 입은 눈으로 해석되어지는 세계. 모더니즘의 이념,"세계에 질서를…??의 모토를 걸고 진행된 근대화의 과정은 관념화의 과정이었으며, 머리와 눈을 포함한 우리의 모든 것을 이분화시켰다. 이분화된 세상, 그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념의 눈. 이렇듯 조장된 이분화는 사물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눈의 한계를 바라보자. 조장된 이분화를 바라보자.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나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나는 우주의 중심이고 그외는 모두 대상이다. 대상은 객체이고 객관인 동시에 너로 이해된다. 다시 바라보자. 너는 또 다른 나를 의미하고, 대상은 또 다른 주체를 의미하고 있었다. 다시 다시 바라보자. 어느새 나는 너이고, 너는 나이다. ● 〔look into (들여다보다)〕들여다보기는 세계를 본질로 바라보는 눈, 그 새로운 시각을 위한 연습이다. 눈이 지닌 옷-관념, 교육받은 가치라는 옷을 벗어보자. 벗은 눈으로 들여다보자. 벗은 눈으로 들여다본다 함은 현실의 주의 깊은 통찰을 이야기함이다. 벗은 눈의 통찰은 관념에 의해 간과되었던 존재의 본질, 사물의 본질, 일상의 본질, 관계의 본질을 대면하게 한다. 벗은 눈으로 들여다 본 세계는 온갖 가능함이 만발한 세계이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통합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중심과 주변, 주체와 객체, 안과 밖의 인식이 없고 나와 대상이 통합된 세계. 이제 나는 너이고 너는 내가 된다. 통합은 작품에서 안과 밖, 내부와 외부의 문제로 드러난다. ● 〔relate (관계짓다)〕전시에 내놓은 그림들은 마술적 공간을 담고 있다. 다중공간은 세계를 여러 개의 층, 기준으로 분리한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공간은 다시 하나의 세계로 순환한다. 그림을 바라보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은 주로 3개로 분리할 수 있으나 세 개의 공간은 모두 만나고 있다. 다시 들여다보자. 공간은 하나의 평면 안에 서로 침투하고 있다. 그림 저 깊숙한 곳에는 문, 벽, 구멍 등을 통해 드러나는 제일 깊은 공간으로서의 외부(밖)가 있다. 조금만 시선을 들여오자. 무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는 공간으로서의 내부(안)가 있다. 더 더 시선을 들여오자. 벽을 통해 분리된 새로운 외부 -그림의 외부와 만나게 된다. ● 나는 어디에 있는가. '안'은 어디이고, '밖'은 어디인가. 나의 눈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나의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 정우영

정우영_파랑2_캔버스에 유채_×cm_2004

현실 공간변형과 초현실 이미지 회화 ● 정우영의 회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벗어난 개념과 사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초현실 경향의 그의 작품은 실내와 실외가 동일한 공간에 혼합되면서 현실이 아닌 환상적 공간으로 바뀐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나선형 실내 계단이나, 고풍스런 빈 의자와 확대된 선인장 등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색채는 차가운 청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제작된 확대된 장롱 그림은 열린 서랍 속에 흰 구름과 의자들이 그려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공간 변형과 초현실 이미지는 그의 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형언어로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관하여 "초현실 이미지 작업으로, 다중적 공간과 이질적 이미지를 조합하며, 의식과 무의식, 안과 밖, 현실과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현실을 바탕으로 초현실의 세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그의 다중적 공간은 실내와 실외가 동일한 화면에 복합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낯선 대상과 만남이나 이미지의 은유적 표현이 다중적 공간과 조화를 이루면서, 현실의 상반된 개념들을 통합하려는 제작의도가 돋보이게 된다. ... 중략 ... 그의 작업은 단순하게 그려진 실내 공간과 빈 의자 하나로 시작된다. 이것이 다중적 공간 속의 빈 의자로, 작가 자신이나 침묵의 고독한 현대인을 상징하는 공간변형으로 활기를 찾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이 의자와 같이 강조되면서 관객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 중략 ...

정우영_주황L_캔버스에 유채_116×73cm_2004_왼쪽

정우영_주황R_캔버스에 유채_116×73cm_2004_오른쪽

그의 초현실 이미지와 현실 공간변형은 말 그대로 현실을 뛰어넘는 무의식과 환상을 중요시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서구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공통점을 갖기도 한다. "인간의 또 다른 권리를 찾는 새로운 선언"으로 초현실주의자처럼 정우영 역시, 현실에서 벗어난 꿈이나 환상을, 의식보다 무의식을 회화의 주제로 하면서 자기 자신의 또 다른 권리를 찾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선사하였다. 이는 무엇보다 인간의 무의식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꿈의 영역까지 상상력을 펼쳐 보이면서 미의 세계를 탐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상과 꿈의 예술은 현대사회에서 문제시되었던 현실도피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의지의 인간을 찾아 나서는 작업으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 정우영의 경우, 그의 연작에 자주 등장하는 초현실 이미지는 환상을 강조하는 초현실주의 작가들과는 거리가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실내외 공간 묘사나 빈 의자와 하늘, 구름, 그리고 선인장이나 격자문양의 문틀, 장롱 등은 환상보다 현실에 가깝다. 평범하고 소박한 분위기와 이미지들이 차가운 색조를 바탕으로 변형되면서, 환상보다 현실성이 강조되는 초현실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현실공간 변형은 다중적 공간으로 초현실 풍경처럼 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때로 변형된 환경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객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우영_초록L_캔버스에 유채_100×65.5cm_2004_왼쪽

정우영_초록R_캔버스에 유채_100×65.5cm_2004_오른쪽

작가 자신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현실이며, 환상이 공존한다. 그는 서로 다른 공간과 이미지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안과 밖,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중의 세계는 대립보다 조화를 통해 차가운 색조와 함께 시적(詩的) 분위기를 연출한다. 낯선 이미지와 변형된 현실공간의 만남은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 작품의 모호성을 작가는 작업노트에 "주관과 객관의 차이, 현실과 환영의 이중 공간"이라고 기록하면서 이를 탐구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현실에 있어 서로 다른 두 개의 대립된 생각이나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신비로운 공간 묘사로 유명하다. 그는 풍경 속의 풍경이나 낮과 밤을 동시에 나타내는 공간변형을 그린다. 그림 속의 풍경이 현실과 혼동되는 환상적 초현실 풍경화이다. 일상의 공간이 변형되면서 낯선 이미지와 함께, 시적이며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는 감상자는 현실을 잊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초현실 회화는 정우영의 다중적 공간과 연결된다. 그러나 마그리트와 달리 정우영의 공간은 환상적이기 보다 현실적이다. 삶이나 자아라는 주제가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환상적 풍경을 그리면서도 그의 주제는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힘든 현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진다. ● 한편 그의 조형적 특성은 수직적 화면구성으로 독립된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그의 작품에 나타난 실내 공간은 수직 구성으로 문과 기둥이 화면의 중심 축을 이룬다. 그 속에 나선형 계단과 구름, 자아를 상징하는 빈 의자가 수평적으로 놓여지면서 현실과 대비된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수직 축의 실내공간에서 시작된 나선형 계단은 대각선 방향으로 하늘의 구름까지 연결되고 있다. 청색의 차가운 색조와 수직, 수평의 열린 공간, 그리고 자아의 상징적 이미지는 현실을 벗어난 환상을 느끼게 한다. 이는 자아가 형성과 관련된 과거의 모습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가 존재하는 내일의 공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우영_공간L_캔버스에 유채_85×58.9cm_2004_왼쪽

정우영_공간R_캔버스에 유채_85×58.9cm_2004_오른쪽

이러한 작가의 초현실 이미지는 하나의 은유적 사실주의 작업이다. 그는 극사실에 가까운 이미지 묘사로 회화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초현실 이미지와 공간변형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실을 뛰어넘게 된다. 현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초현실 회화는 개개인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자아의 자유를 찾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있다.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그만이 갖는 조형언어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 정우영의 조형언어로 다중적 공간과 자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현실을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주변과 내면에서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의 꿈은 화면에 소박하게 그려진다. 커다란 다중적 공간에 놓여진 빈 의자는 욕심 없는 자아의 꾸밈없는 표정처럼 읽혀진다. 그에게 있어서 현실공간의 변형과 다중성은 초현실 이미지와 같이 단순한 꿈의 해석이나, 미를 위한 미가 아닌 인간의 진정한 자유 탐구이다. 현실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지속시켜 나가는 그의 열정에 신뢰를 보내며, 새로운 초현실 이미지 탐구로 더욱더 다양한 작품세계를 기대해 본다. - 2003_10 ■ 유재길

Vol.20050510a | 정우영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