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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1_금요일_06:00pm
후원_경기문화재단_조흥갤러리_Artist in Corea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도시의 여백" ● 드라마(파리의 연인)에서 알게 된 "파리지엔느"는 파리에서도 가장 멋쟁이란 말이다. 도시 중 멋쟁이인 파리는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이유는 잘 보존되어 있는 문화유산과 환경을 고려한 도시체계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대부분 구조와 건축물들은 19세기에 행해진 보수 공사로 재정비된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파리는 관광수입이 가장 높은 도시 중에 하나이다. 훌륭한 문화유산과 자연 조건이 태생적으로 중요하지만, 보존하고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 그런데, 우리의 서울은 어떠한가? 경제 성장을 위하여 토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땜질식 처방이 지금에 와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아니, 오래 전부터 임) 이런 과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성장 통'일 것이다. ● 일본도 60년대에 이런 과정을 겪었고, 모범 사례로 극복하여 선진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럼, '선진국이 되는 기준이 뭘까'가 궁금해진다. 단순히 현대식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주 5일제 근무를 해도 국민 소득 2만 불을 넘으면 되는 것인가? ● 객관적인 기준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은 이렇다. 우선, 건강을 해치지 않는 환경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공기의 오염도를 들 수 있는데, 서울은 세계적으로 공기 오염도가 심각한 도시에 속한다. 공기 중에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이 많다는 것은 빌딩 숲에 의하여 통풍이 되질 않아 형성된 분진 층이 떳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최근에 시공되는 건축물은 통풍을 고려함.) 지리 정보 시스템(GIS) 조사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여름이 되어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가 달궈져서 열대벨트(belt)를 만들고, 도심 상공에 더운 공기가 '섬(island)'처럼 이루어져 "열섬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폭염이 공기 중의 유해물질과 섞여서 우리들의 안정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서울은 팽창과 성장보다는 재배치와 슬림화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신행정 수도의 이전과 청계천 재개발은 미래 지향적인 견지에서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일각에서 행정 수도에 대한 대통령의 독선과 청계천 복원에 대한 시장의 영웅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이기주의적 반대가 지배적임) 그리고 중요하게 부각되는 곳이 용산 미군기지 자리이다. ● 여러 가지 의견이 많지만, 생태공원 성격의 "시민의 숲"으로 조성했으면 한다. 남산과 연결된 용산 시민의 숲이 오염에 찌들어 있는 서울의 산소 공급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그 다음에 물가와 교육, 복지를 들 수 있는데 OECD 회원국 중에서 서울은 물가가 9위로 비싼 도시이며, 강남의 아파트 값은 상대적인 여건을 비교했을 때,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세계 우수 대학 100위안에 한 개의 대학도 들지 못하는 교육 여건을 갖고 있고, 복지는 아시다시피 국민들 대다수가 국민연금 정책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 ● 그밖에도 희망적이지 않은 것이 영?유아 사고 사망률인데 우리나라 정도의 국민 소득(만불정도)국가 중에 상당히 높은 사고, 사망률이 나타났다. 이것 또한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에 육아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후진국형 병리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내륙의 섬은 육지가 아니다." ● 용산에 시민의 숲이 생기면, 미군이 옮겨갈 곳은 정해져 있다. 나는 타지인 평택에서 3년 반을 산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지역 치고 소외된 곳이라는 생각이었다. 문화와 교육 시설이 열악했고, '도시의 여백'이라고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부족했다. 여유 공간은 많았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신행정 수도의 이전으로 양상이 달라지고 있지만, 2~3년 전 만해도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집 값은 천안과 대전보다 높았고, 물가도 웃돌았다. ● 행정 수도의 이전으로 충청권 도시들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평택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에는 편입될 수 없는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미군 부대가 거의 다 평택으로 집결하는 상황에 직면 해 있다. 내가 살던 K-55비행장 근처의 서탄면 신장리와 팽성읍 대추리, 도두2리가 유력한 후보지로 결정된 상태이다. 현재, 우리의 정치적, 안보적 상황에서 미군 기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그곳이 꼭 평택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누구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움) ● 일부 지역 상인들이 경제를 위하여 찬성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제2의 매향리가 될 수도?) 이들도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고, 윤택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지역을 미군들의 천국(Paradise)으로 만들어, 조국을 원망하며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작업에 관한 단상들..." ● 위에서 서술한 도시와 지역성에 얽혀 있는 환경과 사회성의 문제를 어떻게 시각화시킬지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대략적인 윤곽은 보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보여 줄만한 무엇이 없는 상태이다. 그냥 자료 정리 중이고, 핵심을 못 건드리며 주변만을 서성거리는 느낌이 든다. ● 전에 과욕으로 할 말이 많아서 중언부언 하다가 결국,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과오는 범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이 쉽진 않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생각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 정리 중에 있다. ● 전시작 중에 루키즘과 관련된 작품이 있는데, 1년 전쯤에 어떤 글에서 가발을 쓰게 만드는 한국사회에 대하여 강하게 성토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왜곡된 편견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발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Green치유법"의 영향인지 조급증과 강박증에서 좀 자유로워진 것 같고, 여유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전혀 관심 없었던 "화분 키우기"가 좋아졌다. 새순이 돋아날 때 왠지 흥분되는 느낌이다.(화분이 머리로 감정이입이 된 건지?) ● 한참 정신 없이 일 할 나이에,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무능력자의 부질없는 취미 생활이지만, 녹색을 보고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 취지에서 머리털도 없어지면. 복원(재개발)한다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서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용산 미군 기지와 나의 머리, 모두 숲으로 무성해 지길 기대해 본다. ■ 손성진
Vol.20040930b | 손성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