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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23_목요일_05:00pm
한서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빌딩 2층 Tel. 02_737_8275
현대는 확실히 공허하고 자아는 미덥지 않으며 갖가지 양상을 갖춘 비인간화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비인간화는 또 다른 조직화되고 획일화된 생활 패턴을 만들어내고, 성장을 가로막는 공허한 관습의 벽을 만들어낸다. 본인은 현대 문명의 어떤 거대한 힘으로 인해 개인이 작아지고 움츠러드는 기억, 즉 미지의 운명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과 인간 존재상황의 황폐함이나 처절함 같은 감각을 상잔의 벽과 계단에 의한 공간으로 표현했다. 꿈이나 상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상자, 그 차가운 상자는 우리자신의 차가운 자화상이며 도피처가 된다.
작품에서 이미지는 실재의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의 형상들은 소외로 인한 단절과 무기력의 상황으로 "출구 없는 방"을 설정함으로서 그 공간 안에서의 극단적 감정의 노출을 의도하였다. 공간은 허무와 불안, 인간 사이의 갈등과 무관심의 고조로 고립된 인간 소외의 현실을 반영한곳이다. 그러한 현실은 이성과 욕망, 길들여진 일상의 삶이 만든 울타리이며 우리 스스로가 그 울타리 안에 갇히는 숙명적 한계를 갖고 있다. 출구 없음의 단편적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허무와 불안, 인간사이의 갈등과 무관심의 고조로 고립된 인간은 지금의 우리 상황과도 같다. 영원히 닫혀진 방에 시기, 질투, 공포, 강박증으로 부대끼며 죽지도 않고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 속에 수반되는 두렵고 낮선 어둠은 벽과 계단과 그 한정된 공간 속으로 혼돈스럽게 전이될 것이다. 정서적 황폐함이 전제된 획일적이고 규칙적인 공간과 질서, 그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영원한 현재, 그 세계 속에 잠재된 움직일 수 없는 규율과 법칙을 발견하곤 절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한 한계상황과 세상에서의 무기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의 조건을 극복한 뒤에도 늘 찾아오는 허망함, 존재의 무력함, 출구로 나오지만 또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 끊임없는 계단과 벽, 결국은 그 자리인 공간에 살고 있는 영원한 현재... 대도시 군중들의 우글거림 속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고립감으로 주변 환경사이에 감도는 긴장은 모든 일상의 순간을 파괴시키고 벽을 만든다. 이렇게 스스로를 격리시키게 됨으로서 모든 것들이 낯설게 되는 기억,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어 지고 두려워지는 느낌은 또 한번 세상에서 그 존재를 격리시킨다. 우리들은 자주 이러한 벽을 대하면서 살아간다. 각자 다른 개인적인 감상이나 한계의 벽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먼저 융통성 없는 사회구조 속에 이미 갇혀진 상태에 놓여져 있다. 혼란스런 반복들을, 틀 속에 갇힌 상실과 정신의 갈증과 황량함을 기억의 공간 속에 담고 있다.
본인은 현실적인 삶의 공간을 단순한 물질적 차원을 넘어서, 추상적인 보다 확대되어진 개념으로 인식한다. 또한 공간을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이중적 의미로 파악하며, 이것은 작품에서 은유로 작용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실존 공간은 단순히 눈으로 관찰하여 측량할 수 있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며 그 내면에 공간이 갖고 있는 단절과 차단이라는 비가시적 상황이 존재하며 본인의 작업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암시된 상징성들은 정신과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 사진 화면에는 벽으로 인한 밀폐라는 답답한 공기가 흐르도록 하였다. ● 출구는 공간과 시간에 있어서 연속성의 단절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 이행의 상징이요, 매개자이지만 출구가 닫혀있음을 보여줌으로서 고립의 극대화를 일으킨다. 출구는 연속성의 단절을 이루는 경계의 일부이다. 어떤 면에서 출구는 벽보다 더 강한 한계점이 되고 경계선이 된다. 출구는 두개의 세계를 구별하고 단절시키는 동시에 너무나 다른 분리된 이 두 세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바닥과 닿아 있지 않은 계단, 벽으로 향한 목적 없는 계단의 반복, 겹겹이 둘러 쌓여진 상잔의 공간들, 작게 뚫려 있어 출구처럼 보이나 닫혀있는 공간, 화면 전체에 벽들로 이어진 통로, 하지만 막혀있다. 또 내부에서는 닫혀있는 한계의 공간이나 밖에서 보면 흔한 작은 상자로 보여 지는 관조의 대상이다. 마치 거대한 기계도시의 부속처럼. 안에서부터 시작된 계단이 밖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된 공간, 이러한 이미지는 출구 없음으로 인해 만들어질 극적 공간 속에서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가 된다. ■ 이명아
Vol.20040925b | 이명아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