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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17_금요일_05:00pm
금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35_6317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또 얼마간 뉴욕에서 공부하며 생활하였다. 만약 누군가 서울이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그 다양성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도시문화는 가지각색의 다양함 안에서도 풍요와 빈곤, 강함과 약함, 기회와 상실,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역설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각각의 세부와 역설들은 독자적인 부분 조각들로서 도시 전체의 틀을 형성한다. 자신을 둘러싼 특정한 세계 안에서 나는 무엇을 보는가? 나는 거대한 현대도시 안에서 발생되는 모든 세부적 현상과 활동들을 인간의 제재(the subject of human beings)로 본다. 거리를 걸을 때나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우리는 다양한 계층에 속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여성과 남성, 어른과 아이,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많이 배운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아픈 자와 건강한 자,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등등. 서로 다른 개인들은 또한 각각 현대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비전, 혹은 생활방식 등을 대변하는 부분으로서 전체를 이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모, 교육이나 빈부의 정도, 가치관, 혹은 성별의 차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각자 독자적인 소중한 존재들로서 같은 인류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도시가 내포한 여러 양상들은 포스트모던 시대 안에서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이 내포한 그것과 일치한다. 현대미술의 복잡하고 다양한 형식과 내용들, 서로 상반된 이론이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그 영향 등은 우리를 자극한다.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개인의 감성과 주관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라는 시점은 미술작품을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과거와는 단절된 특정한 현대라는 시점의 복잡하고 혼란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나는 이 혼돈과 위기의 시점에서 미술이 추구해야하는 역할과 가치는 인간 정신성의 반영(reflection of the human spirit)으로 제시하고 싶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영혼의 거울 (mirror of the soul)로서, 인간과 신에 대한 사랑의 회복과 치유를 시각언어의 성공적인 용해를 통하여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다.
못과 스테이플, 압정, 단추, 거울이나 타일조각 등의 작은 오브제들은 산업제조 과정을 거친 일상의 것들이다. 물체성(objecthood)이 아니라 그 물성(materiality)이 강조됨으로써, 만연된 일상품들의 영향에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환으로 작업들은 이러한 일상의 상품들에 의존한다. 그러나 반복되어져서 사용된 오브제들은 팝아트가 제시하는 전환의 개념과 반대된 방향을 취한다. 이들 오브제들은 화면의 구도를 강조할 뿐 아니라 전체 추상풍경 안에서 분명한 효과들을 만들어내는 요소들로서 작업표면 위에 놓여진다. 제시된 오브제들 중(中), 주로 사용된 못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박힘의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관련하기도 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인간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우리 모든 인간들이 삶 안에서 겪는 역설적 감성인 고통과 사랑의 암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의미와 기능을 한정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다양한 은유의 변용과 함께 그 역할과 의미의 영역을 확장하기를 원한다. 화면의 주요한 형(form)인 십자형은 사람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두 개의 선(線)이 서로 기대어 있는 한자의 인(人)과 연관된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의 관계는 음과 양의 조화이기도 하다. 십자의 모양들은 거대한 풍경을 지상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보여질 수 있는 풍경 안의 부분요소로서 또 다른 은유를 내포하기도 한다: 십자형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거대한 도로이거나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자연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작업에서 보여주는 화면 표면의 질감은 부분적으로 고고학 발굴의 장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나는 고대 도자기, 벽화나 건축 등, 고고학적인 측면을 갖고있는 오래된 것들에 매료되어 있다. 그것들은 오랜 시간의 추이에 관한 감상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나는 또한 액상으로서의 색채의 정취적 인상을 표현 가능케 하는 동시에 공간의 형성을 이루게 하는 화면을 위해 한지나 그 펄프 사용을 즐긴다. 시간성의 측면은 한지와 종이 펄프를 다루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비록 현재의 기술혁명이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미디어로서 오늘날의 예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나는 과거를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지나 수묵과 같은 전통적 재료의 촉지성 또한 다루기를 원한다. ■ 윤선이
Vol.20040921a | 윤선이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