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40521c | 이지연 회화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0907_화요일_06:00pm
드루아트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화동 50번지 Tel. 02_720_0345
내게 작업을 하는 것은, 보이는 것, 어떻게 보이는가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만 '져 '지' 는' 것' 에서부터 시작한다. / 만'져'지'고' 그것을 만'지'고', 만'져'가'면'서 만'지'고'픈' 그리고, 만'질'수'있'는'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 솜의 포근함과 비닐의 부드러움은 나에게 한없는 따사로운 위안을 준다. / 나는 여전히.... "...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 나 는 조'심'스'럽'게' 내보이는 것이다. ● "... ... " ...바람이... 일다. / 내 속에서도 ... 현실에서도 ... 바람이 ...인다. ● 흐드러져버려, 흐드러지게 흐드러진 꽃은 ... 더 이상 보여 줄 것도, 짧은 탄식밖에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그래서 흐드러지게 만개한 꽃은 농염하여 당당한 모습이지만, 아쉽고도 슬프다. ● 쨍한 빛으로 사람들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폭염의 한여름에도, 꽃은 환한 빛을 내며 피어나고 있었다. / 여름 빛과 꽃은 차라리 찬란했다... ● 후텁지근한, 바람 하나 없노라는 살 따가운 여름에도, 훅하고 따뜻한 바람이 일어, 잎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 반짝이는 연둣빛으로 일렁이면서...뜨거운 바람도 존재하는 것이다. ■ 이지연
'부드럽다', '말랑말랑하다'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지연의 작품은 이번에도 역시 캔버스 대신 솜과 비닐을 사용해 촉각적 감성을 극대화시켰다. 눈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는 논리적 정보체계가 아닌 손끝을 통해 가슴에 전달되는 감성적 접근이 바로 이지연의 작품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 그것은 느리지만 물리적 존재감을 확인하며 일 대 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접촉이다. 언어와 시공간을 초월하며 하나의 영역을 다른 영역으로 이어준다. 이처럼 대상을 해석이 아닌 그들 사이의 관계로 드러내고 있는 촉각적 감성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연결된다. 그래서 반쯤 투명한 비닐 너머로 그 모습을 살며시 피어내는 꽃의 형상은 촉각적 감성에 의해서 비로써 완전해진다.
이지연은 꽃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의 삶이 인간의 그것과 닮아 있다. 꽃잎의 아스러질 것 만 같은 유약함은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감성적 영역만큼이나 섬세하게 묘사되고, 덩굴처럼 굴곡지며 뻗어 나가는 줄기의 변덕스러움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작가가 손끝으로 느끼며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꽃만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가로지르며 작가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기억에 기초한 이야기이다. 추운 겨울이 있기에 봄꽃의 화사함이 존재하듯이 작가에게 있어 지난날의 기억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낸 발자취인 셈이다.
이지연의 작품에서 상호 연결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 연결성은 서로 다른 결의 솜 조직을 하나로 이어주는 물리적 결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이상세계와 현실세계,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가 반투명 비닐을 사이에 두고 충돌한다. 그러나 그것은 충돌에 의한 세력 싸움이 아니다. "자신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직접 손을 사용하여 작업하는 이지연의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또한 서로 다른 결의 솜 조직을 연결시키는 섬세함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두 개의 다름은 서로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맞대고 연결된다. 그래서 이지연은 작업하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 속의 자아 사이의 불일치를 부인하지 않는다. 이들 다름과 차이가 결국 하나의 몸에서 태어난 두 개의 얼굴임을 알기에 작가의 소명이 더욱 분명해지는 건 아닐까? 차이의 극복이 아니라 차이를 서로 연결시키며 그것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지켜내고 있는 작가의 태도가 돋보인다.
이지연의 작품은 삶의 구체적 양태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적 세계를 표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꽃을 통한 이미지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작가에게 있어 꽃은 삶과 죽음을 잉태한 자연의 상징, 옛 기억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접속코드, 인간이 꿈꾸는 이상적 삶의 모습, 작업 속의 자아와 현실 속의 자아 사이의 불일치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등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이 같은 다양한 해석은 작가 자신이 만든 내적 세계와의 오랜 소통에서 비롯된다.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넘나들 수 있고 사물의 원형적인 본질 즉 자연성에 와 닿으려는 욕망이 꽃의 형상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 이대형
■ 드루아트스페이스 오시는 길 사간동 국제갤러리를 지나 조선화랑을 끼고 우로 직진하면 파출소 지나서 수와래주차장 바로 옆에 있습니다.
Vol.20040907b | 이지연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