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30304a | 허욱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609_수요일_05:00pm
아트 스페이스 ㅁ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02_722_8897
나에게 있어서 작업은 일정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내 모든 작업은 재료와의 만남을 받아들이고 그 주어진 것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다시금 의미를 되돌려 주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그 안에는 재료, 오브제와의 만남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작업행위 등 모든 작용이 포함되며, 재료는 매번 내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받아들인 나는 그 물질 속에 감추어져 있던 성질을 새롭게 발견하고 재해석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하나의 순환 과정이다. ● 그 동안 해왔던 드로잉작업의 재료와 재료(오브제) 사이에 일어나는 작용과 효과는 동시에 '생성공간의 확산'과 '공간과 물질의 제한'이라는 두 가지 양상을 띤다. 나는 내 작업이 회화뿐만 아니라 건축, 설치 등 여러 분야를 통합시켜 놓은 총체적인 연출로 보여지기를 바라며, 공간을 예측 불가능하게 열어주는 사물, 혹은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역할을 하는 사물이 되어, 이미 주어진 단조로운 공간에서 벗어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 되기를 바란다. 작업을 '받아들이고 다시 되돌려 주는 행위' 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내가 처한 작업환경에 따라 그 선택의 범위와 특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나의 작업은 여러 단편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시간에 흐름과 내가 처한 작업환경, 새로운 만남들이 이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파리 유학 당시에는 이러한 질문들을 가지고 캔버스 대신 도배용 테이블 소재로 선택한 작업을 함으로써 작업을 통해 여러 개의 테이블을 일시적인 타블로들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여러 개의 테이블은 커다란 물질적 구성의 틀 안에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다. 이렇듯 테이블은 공업용 아크릴(물감이라는 매체), 그리고 타블로의 경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하면, 일종의 초대의 의미를 상징하는 오브제일 수도 있다. 또한 테이블은 그곳에서 행할 수 있는 행위를 암시하는 사물이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얹고 일을 시작할 수도 있고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작업 속에서 테이블은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동시에 형이상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산물이면서 모든 생산의 결실 - 확대, 확장, 해산, 수렴, 집중, 제한, 반복, 차이 - 들로 인해 일시적 타블로가 된 사물이고, 타블로는 언제든 지지체가 될 수 있는 일시적인 사물이다.
이후에도, 테이블에 이어 자동차 본넷트, 버려진 폐기물 등 매번 새로운 오브제들과 만나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추구해왔던 새로운 오브제와의 만남과 그 관계- 받아들이고 되돌려주는 행위-를 연장시킴에 있어서 이번 전시에는 골판지 box라는 새로운 오브제를 선택하여 전시할 예정이다. 이는 작업의 핵심을 보다 본질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새롭게 선택한 사물이다.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회화와 오브제 사이에 본인이 추구하는 받아들이고 되돌려준다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작품제작의 과정과 물질사이에 일어나는 작용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면서 재료와 사물, 작가와 공간사이의 "관계"에 대해 궁극적인 물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구체적인 작업계획 ● 이들이 하나의 사물로써 만들어지고 운반되어 오는 시점에서부터 작업을 진행하고 전시되어지는 과정 본연의 모습으로 드러내고자. 여러 단위로 골판지 box를 쌓아놓고 작업의 과정과 시간의 흐름이 드러나도록, 주로 오브제와 관계하는 구체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몇몇 드로잉이 완료된 box들은 바닥에 무작위로 쌓아 놓을 것이다. 이는 회화 드로잉 이미지들이 다작과 반복, 평면에서 입체로 증식해 가는 과정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한 단위의 골판지box를 바닥에 놓고 이어 쌓고..그 사이에 이미 있는 다른 단위의box와 부분적으로 이어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연결되기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자기 자신과 공간, 공간과 오브제, 오브제와 오브제 사이에 '연결'이 어떤 결정적 조건 안에서 이루어져 전제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이는 앞에서도 밝힌바, 새로운 공간을 통해 몇 개의 개별적인 다른 형태와 다른 함의를 지닌 물체가 서로를 지지해주고 보완해주는 관계에 대한 물음을 추구하기 위한 나의 작업은, 어떤 것이 주체가 되고 어떤 것이 지지해주는 사물인지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그것을 마주하는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쌓기-쌓이기' 라는 객체와 주체의 모호한 경계 안에서 드러나는 작업의 과정이 될 것이다. ■ 허욱
Vol.20040613c | 허욱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