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40518a | 강선미展으로 갑니다.
인천신세계갤러리 INCHEON SHINSEGAE GALLERY 인천시 미추홀구 연남로 35(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0)32.430.1157 shinsegae.com
시지각적 반성으로 재구축되는 공간 ● 1. 작가 강선미가 시지각적 반성을 촉구하면서 재구축해가는 공간은 전자공학기술에 의지해서 만들어지는 하이퍼리얼과는 다른 차원의 연장된 공간이다. 가상영역에서 새로운 정보환경을 제시하며 모든 사물들이 상호연관되는 역동적인 참조 시스템으로 구성되는 하이퍼리얼/Hypereal이 아니라, 실재의 공간에서 현기증이나 신기루처럼 다가서서 우리의 관념화된 시지각과 공간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모습과 태도의 하이퍼리얼인 것이다. 현실에서 실재하는 이미지는 더 이상 실제가 아니며, 오직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하이퍼리얼이 실제이고, 이 이미지가 결국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 전자공학기술에 의해 구축된 생각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작가 강선미는 시지각의 반성을 통해 관념화된 공간을 재구축하며 낯설고 더 연장된 차원인 그곳으로 우리를 불러 증가된 실재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현전에 대한 재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2. 수리물리학에서 하이퍼라는 용어는 또 다른 차원인 3차원 이상의 공간을 의미하는데, 3차원적 유클리드 공간이 휘어져 꼬임 상태가 되면 한계는 있으나 끝이 없는 하이퍼영역, 혹은 클라인적 공간으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작가 강선미에 의해 재구축되는 또 다른 하이퍼리얼의 연장된 공간은 하나의 표면에 매이지 않고 어느 각도에서든지 병치되고 중첩되어 다른 식으로 비틀어지고 스며드는 덧씌워진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별개의 물리적 텍스트로 분절되어 있는 것들이 상호참조의 순차적 연속성을 띠고 읽혀진다. 직관적이고 연상적인 방식으로 정보에 연결되는 그 비약적인 요소들로 인해 독해율은 무한 증식을 감행하며, 그것은 마치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우주선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빛의 속도를 넘어서 하이퍼공간을 통과하는 비약이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순간에 뒤집히기도 하고, 그것이 도약임을 알았는데 이해할 길이 없고, 신비로운 순간적 이동이 태연스럽게 발생한다. 거기서는 다른 시간이 흐르고, 구겨지거나 접혀진 공간 속에서 또 다른 도약이 진행된다.
그러나 작가 강선미의 또 다른 연장된 차원의 하이퍼리얼 덕에 얻게 된 승리는 어쩌면 단지 상징적 승리일 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신이 아니어서 모든 것을 동시적 현존으로 보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지각적 반성으로 재구축되는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상징적 차원일 수밖에 없고, 빠른 이미지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문화성향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직관적이고 연상적인 사유를 즐기도록 이끄는 것만큼은 사실이며, 읽기 능력으로 정의되던 모던적 성향과는 대조적으로 해체-재구축의 심정을 잘 묘사한다 하겠다.
3. 실재란 종종 언어적 구성물이라 불리는 것보다 더 공허한 말이며, 의미는 흔히 스타일보다도 더 빨리 낡아간다. 시간과 공간은 단일한 세계 속에 자신을 나타낼 필요가 있을 때만 존재하며, 정보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통로를 제시하는 유일한 규칙이나 정보의 물결을 분류하고 조직화하는 단일한 중앙처리장치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인간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보존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그것을 초월하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이미 확립된 가치를 필요로 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확립된 가치들에 뒤따르는 뿌듯한 만족감에 도전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변화란 바라고 원하는 것에서는 그다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자신을 누구라고 믿고 있으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의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는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강선미의 시지각적 반성에 의해 재구축되는 연장된 차원의 새로운 하이퍼리얼 공간이 비록 심리학이나 의학에서 사용되는 의미의 흥분되고 때로는 병리적 공간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상징들의 배후에 있는 경험의 무게인 의미를 찾는 눈과 귀를 좀 먹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무엇을 의미 있게 만들자면 경험의 닻을 단단히 부여잡고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숙고해야만 하고, 그럴 때만이 인간적인 현전이라는 개념에 대한 변화를 겪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박황재형
Vol.20040608b |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